경북·강원 산불 피해액 2,261억...복구비 4,170억 원
산불 증가세·대형 화재 빈번한 발생...국가 재정에 부담

기후위기가 심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도 많이 일어난다. 산에서 큰 불이 나면 숲과 나무를 태우는데 이 과정에서 탄소흡수원이 줄어들고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산불로 영향을 받는 건 숲과 탄소뿐만이 아니다. 나무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돈’도 사라질(?) 수 있어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위기가 심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도 많이 일어난다. 산에서 큰 불이 나면 숲과 나무를 태우는데 이 과정에서 탄소흡수원이 줄어들고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산불로 영향을 받는 건 숲과 탄소뿐만이 아니다. 나무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돈’도 사라질(?) 수 있어서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위기가 심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도 많이 일어난다. 산에서 큰 불이 나면 숲과 나무를 태우는데 이 과정에서 탄소흡수원이 줄어들고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산불로 영향을 받는 건 숲과 탄소뿐만이 아니다. 나무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돈’도 사라질(?) 수 있어서다. 무슨 까닭일까?

◇ 경북·강원 산불 피해액 2,261억...복구비 4,170억 원

산불이 왜 돈을 태울까? 생각해보면 간단한 관계다, 화재 사고가 직접적으로 일으키는 경제 피해와 이를 복구하기 위해 투입되는 재정 부담 때문이다. 최근 국내 사례를 보자. 지난 4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경북(울진)·강원(강릉, 동해, 삼척) 산불 피해 복구계획을 확정했다.

당시 행정안전부 등은 산불로 인한 피해를 2,261억 원으로 집계했다. 이에 따라 확정된 복구비가 총 4,170억 원이다. 국비 2,903억원 지방비 1,267억원이 책정됐다. 당시 대책본부는 “주택·가재도구 등 생활기반이 모두 전소된 산불피해 특성을 고려하여 피해주민 주거·생활 안정과 생업복귀에 중점을 두고 복구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대책본부가 파악한 피해액을 보자. 산림 복구조림 관련 피해액이 1,666억여원 주택 전파 또는 반파 피해가 165억여원, 환경기초시설 등 피해액이 86억 6천여만원, 산림시설 피해 76억 5천여만원, 농기계 피해가 61억 5천여만원, 농어업시설 피해가 41억 5천여만원, 소상공인 업체 피해 40억여원 등이다.

대책본부는 긴급벌채비용 532억 원을 전액 국비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름철 장마나 호우로 산불피해 고사목이 쓰러지거나 유실돼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생활권 인접지역의 피해나무를 베어내기 위한 예산이다. 산불로 토양이 느슨해져 산사태나 토사유출 등의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산간계곡부는 계류보전(5.85km)사업을 시행하도록 계획했다.

장기적으로 2,688억 원을 투자해 피해지를 복구하되, 입지환경조사·양묘 등에 상당기간 소요되고 지역적 특성과 전문가 및 주민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대책본부는 이번 산불이 역대 두 번째 규모이며 적은 강수량과 건조한 날씨 등으로 더 큰 피해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당시 대책본부는 “이번 산불은 1973년 이후 가장 적은 강수량을 보였던 겨울철 가뭄으로 인한 건조한 상태가 한 달여간 지속된 가운데, 매우 강한 바람까지 더해져 그 피해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이번 산불 피해면적(잠정 20,523ha)은 1986년 산불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2000년 동해안 산불(23,794ha)에 이은 역대 두번째 규모의 산불로 기록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산불은 개인이나 지역의 피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며 대형 화재의 빈번한 발성은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산불은 개인이나 지역의 피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며 대형 화재의 빈번한 발성은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대형 화재 빈번한 발생...국가 재정에 부담”

대규모 산불과 이에 따른 경제적인 영향 등은 해외에서도 지적된 적 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자신의 저서 ‘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를 통해 지난 2009년 호주에서 일어난 산불 관련 사례를 소개했다. 책에 따르면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큰 산불로 기록된 이 화재의 최종 피해액은 44억 호주달러(4.1조원)으로 집계됐다. 호주보험협회는 2009년 화재관련 보험청구액이 12억 호주달러(1.12조원)라고 발표했다.

달라진 날씨가 산불의 원인이 되거나 산불 진화를 어렵게 만들고, 이 결과가 다시 경제적 피해로 이어진다는 주장 역시 호주에서도 제기됐다. 책에 따르면 당시 호주 소방관 노조는 호주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고 나섰다. 기후가 건조하고 불리하게 변하는 상태에서는 최신 장비를 동원해도 불길을 잡을 수 없다는 호소였다.

책은 “호주 소방관들의 요청은 정책에 일부 반영되어 온실가스 감축을 억제하기 위한 탄소세가 도입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았고 심각한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2019년 9월부터 큰 산불이 발생하기 시작해 2020년 3월까지 지역을 바꿔가며 타들어갔고 최종 피해면적은 대한민국 국토 면적(10만 제곱킬로미터)의 두배 가까운 18.6만 제곱킬러미터, 경제적 피해는 1,30억 호주달러(87조원)로 추산됐다고 책은 밝혔다.

김지석 위원은 책을 통해 산불은 개인이나 지역의 피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며 대형 화재의 빈번한 발성은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책에 따르면 미 연방정부는 1990년대 화재진압에 평균 10억 달러를 사용했으나 2002년 이후부터는 그 액수가 연간 30억 달러를 넘어섰다.

◇ "지구평균 온도 오르면...산불 피해 면적 더 커져"

문제는 산불 증가 추세다. 책은 레이 케이커 ‘헤드워터 이코노믹스 연구소’ 소장 발언을 인용해 “산불은 예정보다 그 규모가 더 크고 그만큼 더 오래 타며 앞으로 관련 비용도 같은 비율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연구소는 미국 서부 토지 개발과 관리 개선을 목적으로 설립된 곳이다. 책은 미국 산림청이 2012년에 발표한 연구결과도 인용했는데 이에 따르면 2050년에는 미국에서 매년 화재로 피해를 보는 숲의 면적이 현재보다 두 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산림청도 지난 2월 ‘강원 동해안 산불방지센터’ 준공 당시 산림청장 발언을 통해 “최근 기후변화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달라진 날씨가 큰 산불에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한 피해가 환경 분야는 물론이고 경제 분야에도 두루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기후위기와 지구평균 온도 상승이 산불 피해를 늘린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김지석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지난 5월 2일 세계산림총회 개막에 맞춰 “최근 일어난 울진 산불은 이례적인 겨울 가뭄 때문에 역대 최악의 산불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김지석 위원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발표에 따르면 지구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면 산불 피해 면적이 최대 3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그린피스와 기후솔루션은 정부를 향해 바이오에너지 축소, 산림파괴를 막기 위한 교역 제도 개혁과 공급망 실사법 도입, 국제 산림보호 약속 이행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다음회차 기사에서는 코로나19 펜데믹과 글로벌 경제 사이의 관계를 짚어본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다. 널뛰는 날씨가 인류의 건강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지속가능 시스템이 실물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미쳐 ‘기후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가열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2021 기후 상태 보고서’를 통해 당시 기준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09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WMO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이제 새로운 표준”이라고 경고했다.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큰 바람 등이 세계 곳곳을 덮친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더 늦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억제해야 할까?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연중기획 <기후불황 막아라! 인류의 도전 0.99℃> 보도를 시작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고 기후불황을 막자는 취지다. 인류의 목표였던 1.5℃ 또는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1℃보다 더 억제하려는 마음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자는 취지다. 우리 아이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나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연중기획을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평균기온 상승 억제가 왜 중요한지, 달라지는 날씨와 실물경제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고 어째서 기후불황이 닥치는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연재는 11월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총 35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연재계획]

PART 1 인류의 새 숙제 0.99℃

 달라진 날씨의 위협과 지구 운명 바꿀 온도

 기후위기 경고하는 세계의 리더와 학자들

 널뛰는 날씨에 달라진 작물 지도

 더워지는 지구가 장바구니 물가 바꿨다

 다시 꺼내보는 교토와 파리에서의 약속

PART 2 기후불황 파도가 세계를 흔든다

 기후불황의 서막 60조 달러(북극얼음)가 녹는다

 늘어나는 산불...숲·나무에 ‘돈’까지 태운다

 글로벌 경제 발목 잡은 펜데믹

 굶주리는 세계, 식량위기는 선진국도 흔들까?

 GDP의 착시...기후위기는 왜 부정되는가

 영국과 독일에서 배우는...환경으로 경제 잡기

 美 연준 기후위기 대응 전략 보니

 한중일 동아시아 3국 무역 전략과 기후위기의 관계

 정부 향한 조언...단기 성장 위해 미래 팔지 말자

 기후불황이 인플레이션 부른다?

PART 3 호모플라스티쿠스 생존전략

 키워드로 정리한 0.99℃와 2050 탄소중립

 0.99프로젝트 1_하루에 한끼씩 버리겠습니까?

 0.99프로젝트 2_플라스틱 없이 살기에 도전하다

 0.99프로젝트 3_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0.99프로젝트 4_자원 내다 버리지 마세요

 0.99프로젝트 5_쓰레기의 88%를 줄여볼까?

 재활용의 기술...무엇을 버리고 어떤걸 재활용하나?

PART 4 탄소중립 실천 나선 기업들

 기후와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ESG

 ESG 점수 높으면 재무성과 더 좋을까?

 플라스틱 줄이기 나서는 식음료 기업

 유해화학물질 저감 나선 화학업계

 녹색금융 확대 나선 금융계

 “석탄발전 줄여라”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약속

 스웨덴과 독일에서 본 15년전 친환경

PART 5 에너지에서 찾는 0.99℃ 성공열쇠

 인류세 넘는 지구...에너지 사용 줄일 수 있을까?

 0.99 성공 열쇠, 에너지전환 플랜 짚어보니

 전기사용의 2가지 키워드. 효율과 전환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논란과 진실

 탄소세 이슈로 읽는 환경경제

 인류 모두의 숙제...0.99℃를 위하여

leehan@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