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사무총장 “기후변화 영향 심각...생존 위한 투자해야”
세계를 향한 외침...투발루 외교장관의 수중 연설
“일상과 문명 구할 시간 짧아...강력한 기후목표 필요해”
반기문 “지속가능한 미래 보장 실패는 무책임 넘어 부도덕”

기후위기는 전 세계 리더와 학자 그리고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위험이다. 그들은 지금의 위기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을까? (그래픽 :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위기는 전 세계 리더와 학자 그리고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위험이다. 그들은 지금의 위기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을까? (그래픽 :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어른들에게 “기후변화 문제를 두려워하고 직접 행동하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툰베리는 그 이유가 “지금 우리 집(지구)이 불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환경운동가나 일부 청년만의 주장일까? 그렇지 않다. 기후위기는 전 세계 리더와 학자 그리고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위험이다. 그들은 지금의 위기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을까?

◇ UN사무총장 “기후변화 영향 심각...생존 위한 투자해야”

최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평가보고서 제2 실무그룹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 공개 후 안토니오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기후의 영향이 심각해지고 있어서 투자 확대가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과학 보고서를 접했지만 이만큼 심각한 것은 없었다”며 인류의 변화를 촉구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직설적인 지적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IPCC 6차 평가보고서 제1 실무그룹 보고서가 공개된 후에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는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화석 연료와 산림 벌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를 질식시키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즉각적인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지난 2020년 유엔 재난위험 경감 사무국(UNDPR)이 2000~2019년 사이 자연재해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는 “기후붕괴와 환경 파괴에 대한 진전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면서 “빈곤을 근절하고 기후변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공공의 이익을 다른 고려사항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3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주최한 지속가능성 서밋에서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쟁을 언급하면서 “각국이 당장 화석연료 공급 부족에 몰입해서 사용 감축 정책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석탄과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속도를 높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 속도를 올리는 것만이 에너지 안보로 가는 진정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 세계를 향한 외침...투발루 외교장관의 수중 연설

IPCC나 UN에서만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다. 지난해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IPCC 보고서에 대해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과 다른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폭염과 산불, 폭우, 홍수 등 기후위기 충격이 계속 악화할 것이며 지금 세계에 필요한 것은 진짜 행동”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기후변화에 대처해 가정당 에너지 비용을 연간 평균 500달러 낮추자”라고 제안한 바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지난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어떤 일이 필요한지 우리는 알고 있다. 석탄을 청정 에너지로 전환하고 자연을 보호하며 기후 위기 최전방에 있는 국가들을 위해 지후자금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수몰 위기에 처한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교장관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허벅지까지 차오른 바닷물 속에서 수중연설을 진행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세계에 알린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는 바닷가에서 연설하며 “여러분이 보시듯 우리는 투발루에서 기후변화와 해수면상승이라는 현실을 살고 있다. 바닷물이 항상 차오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말뿐인 약속만을 기다릴 여유가 없으며 기후 이동성이 최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레젭 타입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에서 “앞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의 난민이 억대로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이 터키 남부를 휩쓸었다고 언급하면서 강대국들의 기후변화대응에 대해 ‘누가 가장 기후변화로 인한 해를 입힌 가해국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나 재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기후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학계나 재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기후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일상과 문명 구할 시간 짧아...강력한 기후목표 필요해”

학계나 재계에서도 기후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총, 균, 쇠’ 저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UCLA 지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7월 한겨레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일상과 문명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30년 남았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상황이 나빠지는 속도, 세계 인구가 증가하는 속도, 숲이 잘려나가는 속도, 그리고 기후변화 진행 단계까지 약 30년 후에는 모든 것이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된다”라고 경고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2020년 12월 유엔과 영국, 프랑스가 공동 주최한 ‘2020 세계기후 서밋’에 참석해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내년(2021년)부터 보다 강력한 기후변화 대책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당시 팀 쿡은 “2021년은 전환점으로 삼자”며 전 세계 기업과 정부에 호소했다.

아마존 의장 제프 베이조스는 지난 2019년 9월 ‘기후 서약’이라는 이름의 친환경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기후 서약이란 파리 기후협정 목표를 10년 일찍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월 인도 뉴델리에서 진행한 한 기업 관련 행사에서 “기후변화가 사실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합리적이지 않다”라고도 주장했다. 기후위기가 실제로 닥친 위협이라는 견해다.

지난해 3월에는 뉴욕대학교 법학대학원 산하 정책 연구소가 전 세계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경제성’을 묻는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로 인류가 치러야 할 비용이 곧 연간 1조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아울러 기후위기가 경제적 불평등과 국가간 경제력 차이를 키우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됐다.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는 총 738명인데, 이들 학자 대부분은 기후변화 대응이 더딜수록 전 세계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높아진다고 응답했다.

◇ 반기문 “지속가능한 미래 보장 실패는 무책임 넘어 부도덕”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의 목소리는 어떨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가 화상으로 개최한 '기후변화 특별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기후변화가 이미 세계 각지에서 감지되고 있는 만큼 협력과 견고한 행동이 당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우리 자손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데 실패하는 것은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부도덕한 것에 가깝다”라고 주장했다.

이희성 IPCC 제6대 의장은 한겨레가 지난해 1월 주관한 박광석 기상청장과의 대담에서 “2030년, 2050년 목표 제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올해와 내년에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라고 말했다.

조천호 초대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은 지난 2020년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기후위기에 대해 “지금까지 위기는 장기적으로 회복가능한 성질의 것이었지만 기후위기는 회복이라는 게 없다”고 말했다. 당시 조 전 원장은 “인간의 무한한 욕망이 지구의 유한함을 넘어서는 순간 지구는 인류를 없애버릴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지구에 의존적이지만 지구는 우리에게 의존해야 할 이유가 없다”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아부다비 지속가능주간(ADSW 2022)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기후위기가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다”면서 “코로나 같은 새로운 감염병의 위기도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우리는 자연과 공존하는 삶으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도 말했다.

다음회차 기사에서는 날씨 변화로 달라진 세계의 작물지도에 대해 다룬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다. 널뛰는 날씨가 인류의 건강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지속가능 시스템이 실물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미쳐 ‘기후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가열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2021 기후 상태 보고서’를 통해 당시 기준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09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WMO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이제 새로운 표준”이라고 경고했다.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큰 바람 등이 세계 곳곳을 덮친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더 늦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억제해야 할까?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연중기획 <기후불황 막아라! 인류의 도전 0.99℃> 보도를 시작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고 기후불황을 막자는 취지다. 인류의 목표였던 1.5℃ 또는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1℃보다 더 억제하려는 마음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자는 취지다. 우리 아이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나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연중기획을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평균기온 상승 억제가 왜 중요한지, 달라지는 날씨와 실물경제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고 어째서 기후불황이 닥치는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연재는 11월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총 35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연재계획]

PART 1 인류의 새 숙제 0.99℃

 달라진 날씨의 위협과 지구 운명 바꿀 온도

 기후위기 경고하는 세계의 리더와 학자들

 널뛰는 날씨에 달라진 작물지도

 더워지는 지구가 장바구니 물가 바꿨다

 다시 꺼내보는 교토와 파리에서의 약속

PART 2 기후불황 파도가 세계를 흔든다

 기후불황의 서막 60조 달러(북극얼음)가 녹는다

 산불은 나무가 아니라 돈을 태운다

 글로벌 경제 발목 잡은 펜데믹

 굶주리는 세계, 식량위기는 선진국도 흔들까?

 GDP의 착시...기후위기는 왜 부정되는가

 영국과 독일에서 배우는...환경으로 경제 잡기

 美 연준 기후위기 대응 전략 보니

 한중일 동아시아 3국 무역 전략과 기후위기의 관계

 정부 향한 조언...단기 성장 위해 미래 팔지 말자

 기후불황이 인플레이션 부른다?

PART 3 호모플라스티쿠스 생존전략

 키워드로 정리한 0.99℃와 2050 탄소중립

 0.99프로젝트 1_하루에 한끼씩 버리겠습니까?

 0.99프로젝트 2_플라스틱 없이 살기에 도전하다

 0.99프로젝트 3_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0.99프로젝트 4_자원 내다 버리지 마세요

 0.99프로젝트 5_쓰레기의 88%를 줄여볼까?

 재활용의 기술...무엇을 버리고 어떤걸 재활용하나?

PART 4 탄소중립 실천 나선 기업들

 기후와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ESG

 ESG 점수 높으면 재무성과 더 좋을까?

 플라스틱 줄이기 나서는 식음료 기업

 유해화학물질 저감 나선 화학업계

 녹색금융 확대 나선 금융계

 “석탄발전 줄여라”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약속

 스웨덴과 독일에서 본 15년전 친환경

PART 5 에너지에서 찾는 0.99℃ 성공열쇠

 인류세 넘는 지구...에너지 사용 줄일 수 있을까?

 0.99 성공 열쇠, 에너지전환 플랜 짚어보니

 전기사용의 2가지 키워드. 효율과 전환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논란과 진실

 탄소세 이슈로 읽는 환경경제

 인류 모두의 숙제...0.99℃를 위하여

 

leehan@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