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97%, 산업혁명 이후 기온 상승 인류 책임 동의”
“기후변화 문제, ‘냄비 속 개구리’ 문제보다 더 장기적”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의 시대, 지구온난화가 아닌 지구가열화시대라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 주장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위기감이 너무 과장됐다는 주장, 인류의 미래에 별 일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달라지는 날씨에 대한 위기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의 시대, 지구온난화가 아닌 지구가열화시대라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 주장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위기감이 너무 과장됐다는 주장, 인류의 미래에 별 일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달라지는 날씨에 대한 위기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의 시대, 지구온난화가 아닌 지구가열화시대라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 주장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위기감이 너무 과장됐다는 주장, 인류의 미래에 별 일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달라지는 날씨에 대한 위기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난해 11월 1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소셜미디어에서 가짜뉴스도 범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 내용은 세계일보 등 언론을 통해 국내에도 인용 보도됐다.

국제사회 등은 인류의 활동에 의해 기후변화가 일어났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류의 활동이 아니라 자연계 스스로의 변동과 조절에 의해 온도가 달라졌다고 주장하거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달라지는 날씨의 위협을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

문제는 기후위기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며 기후불황으로도 이어지는 경고 역시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방송사 역시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하면 2050년 세계 경제가 18%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대 피해자는 최빈곤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과학자 97%, 산업혁명 이후 기온 상승 인류 책임 동의”

과거에도 기후위기가 왜곡되거나 과장된 거라는 주장은 있었다. 지난 2007년 BBC에서 ‘위대한 지구온난화 대사기극’이라는 다큐멘터를 제작했다. 이 다큐는 2008년 방송상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에 선정됐는데, 방송에는 기후학자들이 정부에서 연구비를 받기 위해 지구온난화를 거짓으로 옹호한다는 인터뷰가 실렸다.

극지전문가이자 기후과학자 김백민 연구원은 자신의 저서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블랙피쉬)에서 해당 다큐 내용과 그에 따른 논란을 소개했다. 김백민 연구원은 이 다큐에 대해 “기후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환영 받았지만 영화 비평가들은 이 영화가 데이터를 오용하고 조작했으며 오래된 연구에 의존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사용했으며 IPCC의 입장을 잘못 표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썼다.

그는 “이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날조되었거나 당시에는 과학자들도 조금 헷갈리던 부분이 10여년 사이에 과학의 발달로 정리되었다”고 밝혔다. 저자는 ‘이 변화의 일부는 인간 활동과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졌다’고 적힌 IPCC 5차 보고서를 인용해 자신도 IPCC의 설명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모든 극한 기상 현상의 변화를 기후변화로 연결짓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극단적 기상 현상 중에서도 지구온난화와 관련 짓기 쉽고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쉬운 현상이 있는 반면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 현상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참고로 저자는 책 머리말에서 “최근 조사에 따르면 97% 이상의 과학자들이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지구가 뜨거워진 데 인류의 책임이 크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한다”고 썼다. 책에서는 고기후 국제 협력 네트워크 자료를 인용해 “지구의 온도는 지난 2000년간 천천히 하강하다가 인류가 본격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상승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환경문제를 좀 더 직관적으로 일깨우는 방법은 없을까? 일각에서는 환경과 경제의 관계 등을 좀 더 깊숙이 이해하기 위해 GDP에 대한 심리적 의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문제를 좀 더 직관적으로 일깨우는 방법은 없을까? 일각에서는 환경과 경제의 관계 등을 좀 더 깊숙이 이해하기 위해 GDP에 대한 심리적 의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기후변화 문제, ‘냄비 속 개구리’ 문제보다 더 장기적”

기후위기 문제가 사람들을 많이 긴장시키지 않는 이유가 당장 피부로 느끼지 못해서라는 지적도 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자신의 저서 ‘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라이스메이커)에서 “기후변화 문제는 ‘냄비 속의 개구리’ 문제보다도 더 장기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하면서 “기후변화의 진행 속도는 길어야 100년 남짓을 사는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없을 만큼 느리다”고 밝혔다.

그는 ‘기후위기는 왜 무시되고 있을까?’라는 제목의 단원에서 “인류는 땅속 깊이 숨겨져 있던 석탄, 석유,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자원을 끄집어내 사용하는 행동이 어떻게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인 위기를 초래했는지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발전했지만 본능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를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도로는 진화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환경문제를 좀 더 직관적으로 일깨우는 방법은 없을까? 일각에서는 환경과 경제의 관계 등을 좀 더 깊숙이 이해하기 위해 GDP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GDP는 소비, 투자, 정부구매, 순수출(수출-수입) 등 크게 4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 많이 소비하고 투자하면서 정부 구매를 늘리고 많이 수출하며 덜 수입하면 올라간다. 문제는 기상재해 등으로 인한 피해도 일시적으로는 GDP증가에 기여한다.

책에 따르면 환경운동가나 일부 환경경제학자들은 GDP를 대체할 다른 지수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GDP가 경제성장만이 아니라 사회발전 지표로도 광범위하게 인식되고 있어서다.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한 흉작이 들어 식량 가격이 대폭 올라가면 더 적은 양을 수출해도 식량 수출국 GDP가 늘어나는데 이 경우 돈으로 환산한 경제의 규모만 보여주고 나쁜 현상이 마치 긍정적인 현상처럼 왜곡될 수 있어서다.

그러면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시선과 경제적인 관점은 어떻게 연결되는게 좋을까? 다음회차 기사에서는 친환경 이슈가 산업계로 이어지면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하는 ‘그린잡’에 대해 다룬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다. 널뛰는 날씨가 인류의 건강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지속가능 시스템이 실물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미쳐 ‘기후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가열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2021 기후 상태 보고서’를 통해 당시 기준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09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WMO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이제 새로운 표준”이라고 경고했다.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큰 바람 등이 세계 곳곳을 덮친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더 늦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억제해야 할까?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연중기획 <기후불황 막아라! 인류의 도전 0.99℃> 보도를 시작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고 기후불황을 막자는 취지다. 인류의 목표였던 1.5℃ 또는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1℃보다 더 억제하려는 마음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자는 취지다. 우리 아이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나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연중기획을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평균기온 상승 억제가 왜 중요한지, 달라지는 날씨와 실물경제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고 어째서 기후불황이 닥치는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연재는 11월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총 35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연재계획]

PART 1 인류의 새 숙제 0.99℃

 달라진 날씨의 위협과 지구 운명 바꿀 온도

 기후위기 경고하는 세계의 리더와 학자들

 널뛰는 날씨에 달라진 작물 지도

 더워지는 지구가 장바구니 물가 바꿨다

 다시 꺼내보는 교토와 파리에서의 약속

PART 2 기후불황 파도가 세계를 흔든다

 기후불황의 서막 60조 달러(북극얼음)가 녹는다

 산불은 나무가 아니라 돈을 태운다

 환경 파괴·팬데믹·글로벌 경제의 나비효과

 굶주리는 세계...식량위기가 지구를 흔든다

 기후위기 경각심 일깨우는 방법은?

 영국과 독일에서 배우는...환경으로 경제 잡기

 美 연준 기후위기 대응 전략 보니

 한중일 동아시아 3국 무역 전략과 기후위기의 관계

 정부 향한 조언...단기 성장 위해 미래 팔지 말자

 기후불황이 인플레이션 부른다?

PART 3 호모플라스티쿠스 생존전략

 키워드로 정리한 0.99℃와 2050 탄소중립

 0.99프로젝트 1_하루에 한끼씩 버리겠습니까?

 0.99프로젝트 2_플라스틱 없이 살기에 도전하다

 0.99프로젝트 3_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0.99프로젝트 4_자원 내다 버리지 마세요

 0.99프로젝트 5_쓰레기의 88%를 줄여볼까?

 재활용의 기술...무엇을 버리고 어떤걸 재활용하나?

PART 4 탄소중립 실천 나선 기업들

 기후와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ESG

 ESG 점수 높으면 재무성과 더 좋을까?

 플라스틱 줄이기 나서는 식음료 기업

 유해화학물질 저감 나선 화학업계

 녹색금융 확대 나선 금융계

 “석탄발전 줄여라”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약속

 스웨덴과 독일에서 본 15년전 친환경

PART 5 에너지에서 찾는 0.99℃ 성공열쇠

 인류세 넘는 지구...에너지 사용 줄일 수 있을까?

 0.99 성공 열쇠, 에너지전환 플랜 짚어보니

 전기사용의 2가지 키워드. 효율과 전환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논란과 진실

 탄소세 이슈로 읽는 환경경제

 인류 모두의 숙제...0.99℃를 위하여

 

leehan@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