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O “세계식량지수 역대 최고치”...극심한 가뭄으로 식량위기
기후재해로 가격 뛴 곡물...커피도 금커피 시대 
전체 식량의 80% 수입하는 한국...기후위기는 물가위기

세계 곡물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고 있다. 식량 생산 부족 때문이다. 식량이 원활하게 경작되지 못하고 있는 데는 예측 불가능한 날씨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픽 :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 곡물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고 있다. 식량 생산 부족 때문이다. 식량이 원활하게 경작되지 못하고 있는 데는 예측 불가능한 날씨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픽 :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식량 생산 부족 때문이다. 식량이 원활하게 경작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예측 불가능한 날씨'가 꼽히고 있다. 널뛰는 날씨는 기후위기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달라지는 날씨와 그에 따르는 위기가 장바구니 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 FAO “세계식량지수 역대 최고치”...극심한 가뭄으로 식량위기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올해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12.6% 상승한 159.3포인트를 기록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식량 원자재 국제 가격 변동폭을 매달 추적해 발표하는 지수다. 지난 3월 수치는 1996년 해당 지수를 도입한 이래 최고치다. 

곡물가격지수는 2월보다 17.1% 상승한 170.1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간 대비 약 37% 오른 수치다. 특히 밀은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미국의 작황 우려 등의 영향으로, 옥수수는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토네이도에 극심한 가뭄으로 밀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8월 2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재배되는 밀 등 주요작물의 63%가 흉작 상태라고 보도했다. 심한 가뭄으로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은 12%까지 뛰었다. 

식량 생산 부진은 전세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밀, 콩, 옥수수 등을 주요하게 수출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경우 지난해부터 심각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해당 작물들의 수확량이 감소했다. 특히 콩은 기존보다 생산량이 약 2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인은 기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강우량에 있다. 

가뭄은 단순히 곡물생산량만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다. 줄어든 수위로 수출이 이뤄지는 항구의 곡물 운반량이 제한되면서 수출량도 줄어들었다. 조선일보는 4월 19일자 ‘세계 4대 곡창지대 모두 망가졌다…전세계 식탁 물가 비상’ 기사를 통해 “아르헨티나 항구해양활동회의소에 따르면 로사리오항 수심이 얕아지면서 수출 선박들이 평소보다 18~25%가량 적은 화물을 싣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고스란히 전세계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올해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12.6% 상승한 159.3포인트를 기록했다. 1996년 해당 지수를 도입한 이래 최고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올해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12.6% 상승한 159.3포인트를 기록했다. 1996년 해당 지수를 도입한 이래 최고치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기후재해로 가격 뛴 곡물...커피도 금커피 시대 

국내에서는 역대급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침수피해와 폭염 및 겨울 이상고온 등 기상이변과 기후위기로 쌀, 감자, 오이, 파프리카 등 농산물이 고스란히 타격을 받았다. 특히 2020년 54일간 이어진 최장 장마와 잇따른 태풍은 전국 농경지를 침수시키고 축산업 시설물을 망가뜨렸다. 장마가 이어지면서 상추나 배추 등 비에 약한 잎채소 앞에는 ‘금(金)’자가 붙기도 할 정도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1월 대설, 한파 등 겨울철 재해로 인한 농업피해 최소화를 위해 유관기관·단체와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면서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대설, 한파 등 피해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최근 5년간 대설, 한파 등으로 인해 농작물 2만1951ha, 시설 942ha 피해 발생, 1044억 원의 복구비가 투입되었다”고 피해내역을 밝힌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말 2022년 채소가격안정제 예산을 정부안보다 67억원 증액해 452억 원으로 확정하면서 “기후변화 등으로 농축산물 가격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요 채소류에 대한 수급 조절 기능을 강화해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식량뿐만 아니다. 기호품인 커피도 기후위기 앞에서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매일유업이 컵커피 등 제품 가격을 올린 데 이어 국내 최대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인스턴트 커피 1위 업체인 동서식품 등이 잇따라 커피 가격을 올렸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2014년 가격인상 이후 7년 6개월만에, 투썸플레이스는 2012년 8월 가격인상 이후 9년 5개월만에 100원에서 400원선으로 가격을 올렸다. 동서식품도 8년만에 커피믹스와 인스턴트 원두커피 가격을 7% 대로 올렸다. 공통적인 이유는 원두 시세 급등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업계는 원두 원가 압박에 따라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커피 주요 산지 작황 부진에 따른 국제적 커피 시세 폭등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이 이유로 꼽혔다.  

업계의 설명대로 전세계 주요 산지에서 원두 농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원두 수확량이 급감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최악의 가뭄과 한파 등 기후위기가 있다. 

예컨대 전세계 커피의 3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세계 최대 원두 산지인 브라질은 지난 2020년 11월부터 4개월간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여기에 커피 재배지에 내린 서리와 폭설로 추위에 약한 커피나무가 냉해를 입으면서 전년대비 원두 수확량이 22% 줄어들었다. 원두 수확량만 줄어든 게 아니라 아예 커피나무를 다시 심어야 할 정도로 피해가 큰 상황이라고 전해진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원두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인 베트남도 장마, 가뭄, 서리 등으로 커피 생산량이 감소했다. 

주요 곡물뿐만 아니라 기호품인 커피도 기후위기 앞에서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주요 곡물뿐만 아니라 기호품인 커피도 기후위기 앞에서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전체 식량의 80% 수입하는 한국...기후위기는 물가위기

식량 생산이 부족해지고 이로 인한 곡물가격 상승에는 물론 기후위기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 최고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파종시기를 놓친 국가들과 곡물수출 제한, 노동력 부족, 국제물류 지연 등 문제는 많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그 중에서도 지속적으로 파이를 넓히고 있는 문제다. 

농업은 기온과 바람과 물, 즉 날씨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기후위기에 따른 기상이변에 직격탄을 받는 것은 곧 우리 식탁이 될 것이란 얘기다. 가뭄, 홍수, 긴 장마, 겨울 고온현상 등 잦은 기상이변에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면 자연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세계 곡물 수입국 7위로 식량자급률이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2020년 기준 식량자급률은 45%, 곡물자급률은 19%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저 수준에 있다. 특히 쌀을 제외한 옥수수, 밀 등의 자급률은 1%대에도 미치지 못해 위기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수입곡물 가격은 최근 2년 사이 약 50%가 올랐다. 이 말은 곧 국내 식품 가격 상승을 예고하는 것이다. 

WTO는 지난 4월 13일 ‘식량안보에 대한 긴급 공조 촉구’에 대한 공동성명에서 “주식(主食)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은 전세계적으로 가계에 대한 압박을 증가시키고 수백만 명을 빈곤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세계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식량가격이 1% 상승하면 1000만 명이 극심한 빈곤에 놓이게 된다”고 발표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문제는 우리의 가계를 압박하고 식탁의 모습을 바꿔놓고 있다. 더워지는 날씨는 현실적으로 우리의 식탁 위에서 그 모습을 여실히 드러낼 것이다. 

다음회차 기사에서는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약, 그리고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한 사례를 짚어본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다. 널뛰는 날씨가 인류의 건강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지속가능 시스템이 실물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미쳐 ‘기후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가열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2021 기후 상태 보고서’를 통해 당시 기준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09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WMO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이제 새로운 표준”이라고 경고했다.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큰 바람 등이 세계 곳곳을 덮친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더 늦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억제해야 할까?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연중기획 <기후불황 막아라! 인류의 도전 0.99℃> 보도를 시작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고 기후불황을 막자는 취지다. 인류의 목표였던 1.5℃ 또는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1℃보다 더 억제하려는 마음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자는 취지다. 우리 아이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나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연중기획을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평균기온 상승 억제가 왜 중요한지, 달라지는 날씨와 실물경제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고 어째서 기후불황이 닥치는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연재는 11월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총 35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연재계획]

PART 1 인류의 새 숙제 0.99℃

 달라진 날씨의 위협과 지구 운명 바꿀 온도

 기후위기 경고하는 세계의 리더와 학자들

 널뛰는 날씨에 달라진 작물 지도

 더워지는 지구가 장바구니 물가 바꿨다

 다시 꺼내보는 교토와 파리에서의 약속

PART 2 기후불황 파도가 세계를 흔든다

 기후불황의 서막 60조 달러(북극얼음)가 녹는다

 산불은 나무가 아니라 돈을 태운다

 글로벌 경제 발목 잡은 펜데믹

 굶주리는 세계, 식량위기는 선진국도 흔들까?

 GDP의 착시...기후위기는 왜 부정되는가

 영국과 독일에서 배우는...환경으로 경제 잡기

 美 연준 기후위기 대응 전략 보니

 한중일 동아시아 3국 무역 전략과 기후위기의 관계

 정부 향한 조언...단기 성장 위해 미래 팔지 말자

 기후불황이 인플레이션 부른다?

PART 3 호모플라스티쿠스 생존전략

 키워드로 정리한 0.99℃와 2050 탄소중립

 0.99프로젝트 1_하루에 한끼씩 버리겠습니까?

 0.99프로젝트 2_플라스틱 없이 살기에 도전하다

 0.99프로젝트 3_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0.99프로젝트 4_자원 내다 버리지 마세요

 0.99프로젝트 5_쓰레기의 88%를 줄여볼까?

 재활용의 기술...무엇을 버리고 어떤걸 재활용하나?

PART 4 탄소중립 실천 나선 기업들

 기후와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ESG

 ESG 점수 높으면 재무성과 더 좋을까?

 플라스틱 줄이기 나서는 식음료 기업

 유해화학물질 저감 나선 화학업계

 녹색금융 확대 나선 금융계

 “석탄발전 줄여라”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약속

 스웨덴과 독일에서 본 15년전 친환경

PART 5 에너지에서 찾는 0.99℃ 성공열쇠

 인류세 넘는 지구...에너지 사용 줄일 수 있을까?

 0.99 성공 열쇠, 에너지전환 플랜 짚어보니

 전기사용의 2가지 키워드. 효율과 전환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논란과 진실

 탄소세 이슈로 읽는 환경경제

 인류 모두의 숙제...0.99℃를 위하여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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