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23%만 재활용
재활용이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

썩지 않는 플라스틱의 특성을 생각하면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럼에도 편의성과 경제성으로 당장 줄일 수 없다면 재활용을 통해 순환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의 편의성과 경제성 때문에 당장 줄일 수 없다면 재활용을 통해 순환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썩는 데 500년이 걸린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이 말은 500년 후면 플라스틱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생물이 소화해 분해할 수 없게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언제 썩을지 알 수 없고 500년이라는 숫자 역시 추정치일 뿐이다. 

플라스틱 상용화 시점을 1950년대로 보면 인류가 처음으로 사용한 플라스틱이 땅 속 어딘가에 여전히 묻혀 있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의 특성을 생각하면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럼에도 그 편의성과 경제성으로 당장 줄일 수 없다면 재활용을 통해 순환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해진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교보지식포럼’에서 발표한 ‘플라스틱 재활용 당위성과 기술 현황’ 보고서에서 “플라스틱의 50% 이상은 음식용 패키징에 사용되는 용도로 사용 뒤 버려지는 일회용품”이라고 밝히며 “연간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3.6억톤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재활용되는 것은 13%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원유를 원료로 하는 석유계 플라스틱은 일련의 제조 과정을 거쳐 각종 포장 용기부터 의류, 가전제품 외장재, 건축용 자재 등으로 탄생한다. 사용기간은 각각 다르지만 버려진 플라스틱은 회수돼 소각이나 매립, 또는 재활용 된다. 소각이나 매립은 비중이 높은 처리 방식이긴 하지만 유해물질로 인한 영향으로 건강한 해결 방법은 아니다. 따라서 보다 건강한 순환방식으로의 재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다양한 방법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에는 크게 에너지 재활용, 물리적 재활용, 화학적 재활용이 있다. 

에너지 재활용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제철소나 발전소, 시멘트 공정, 보일러 등 대체연료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2017년 기준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중 에너지 회수되는 양은 약 39%로 나타났다. 

다만 플라스틱을 에너지 재활용하는 것은 결국 단순히 소각하는 것에 불과해 엄격하게는 재활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관점도 있다. EU에서 에너지 재활용을 플라스틱 재활용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 이유다. 

물리적 재활용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플라스틱 재활용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2017년 기준 플라스틱 폐기물의 22.7%를 물리적 방식으로 재활용했다. 폐플라스틱을 기계적으로 파쇄하고 선별, 분리, 압출, 성형해 펠렛 형태 등 물리적인 재생 원료로 전환해 재활용한다. 

물리적 재활용은 경제성과 탄소배출 측면에서는 우수하지만 재활용 결과물 품질이 기존 제품에 비해 떨어지고 재활용이 가능한 범위가 좁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주로 PET나 HDPE가 물리적 재활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화학적 재활용은 이러한 물리적 재활용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리적 재활용이 플라스틱 본래의 성질을 변형시키지 않고 물리적 형태만 바꾸는 개념이라면 화학적 재활용은 고분자 형태 플라스틱을 화학적 반응을 통해 최초의 원료 형태로 완전히 되돌려서 활용한다. 

‘플라스틱 재활용 당위성과 기술 현황’ 보고서에서는 “순환 경제 관점에서는 화학적 재활용이 필수적”이라며 “이상적인 닫힌 고리 재활용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활용의 개념에는 열린 고리 재활용과 닫힌 고리 재활용이 있다. 전자는 플라스틱 폐기물 중 일부만 원재료로 재활용해 제품에 신규 플라스틱 원재료가 혼합되는 방식으로 재활용되지 못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매립이나 소각된다. 반면 후자는 100% 순환으로 기존 플라스틱만을 재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매립과 소각이 필요하지 않아 보다 이상적이라고 평가된다. 

◇ 재활용이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

환경 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커져가고 있는 것과 달리 플라스틱 사용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궁극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없다면 생산된 플라스틱의 순환을 통해서 탄소배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생산 단계에서부터의 변화가 중요하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는 플라스틱의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 중 하나로 플라스틱 순환구조 확립을 꼽는다. ​순환을 통한 탄소저장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측은 “플라스틱 순환구조 마련의 핵심은 재설계”라며 “현 포장재 중 절반은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나머지 절반은 재활용은 가능하지만 배출, 선별, 재활용의 한계로 절반 정도만 재활용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질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즉, 재활용이 가능하게 포장재 재질 구조를 바꾸고 분리배출, 선별, 재활용 체계에 맞는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여기에 보증금 체계의 확대, 분리배출 및 수방식의 다양화, 소비자 참여를 위한 정보전달 및 인센티브 제공, 설비 현대화 및 기술개발, 재생원료 품질 고급화 등도 지속해서 개선돼야 한다. 

전통적인 기계적 재활용과 화학적·열분해 재활용 방식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학적·열분해 재활용 확대를 위해서는 대규모 설비 도입에 따른 영향과 경제성, 정책적 지원 등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다. 널뛰는 날씨가 인류의 건강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지속가능 시스템이 실물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미쳐 ‘기후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가열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2021 기후 상태 보고서’를 통해 당시 기준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09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WMO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이제 새로운 표준”이라고 경고했다.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큰 바람 등이 세계 곳곳을 덮친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더 늦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억제해야 할까?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연중기획 <기후불황 막아라! 인류의 도전 0.99℃> 보도를 시작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고 기후불황을 막자는 취지다. 인류의 목표였던 1.5℃ 또는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1℃보다 더 억제하려는 마음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자는 취지다. 우리 아이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나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연중기획을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평균기온 상승 억제가 왜 중요한지, 달라지는 날씨와 실물경제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고 어째서 기후불황이 닥치는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연재는 11월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총 35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연재계획]

PART 1 인류의 새 숙제 0.99℃

 달라진 날씨의 위협과 지구 운명 바꿀 온도

 기후위기 경고하는 세계의 리더와 학자들

 널뛰는 날씨에 달라진 작물 지도

 더워지는 지구가 장바구니 물가 바꿨다

 다시 꺼내보는 교토와 파리에서의 약속

PART 2 기후불황 파도가 세계를 흔든다

 기후불황의 서막 60조 달러(북극얼음)가 녹는다

 산불은 나무가 아니라 돈을 태운다

 환경 파괴·팬데믹·글로벌 경제의 나비효과

 굶주리는 세계...식량위기가 지구를 흔든다

 기후위기 경각심...당신은 얼마나 느끼나요?

 영국과 독일에서 배운다...환경으로 경제 잡기

 美 연준 기후위기 대응 전략 보니

 기후위기 대응이 대한민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환경·경제·기후 3대 위기 “대전환 절실”

 기후위기와 인플레이션의 관계

PART 3 호모플라스티쿠스 생존전략

 키워드로 정리한 0.99℃와 2050 탄소중립

 0.99프로젝트 1_하루에 한끼씩 버리겠습니까?

 0.99프로젝트 2_플라스틱 더미에 묻힌 인류

 0.99프로젝트 3_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0.99프로젝트 4_버려진 제품에 흔들리는 미래

 0.99프로젝트 5_쓰레기의 88%를 줄여볼까?

 재활용의 기술...무엇을 버리고 어떤걸 재활용하나?

PART 4 탄소중립 실천 나선 기업들

 기후와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ESG

 ESG 점수 높으면 재무성과 더 좋을까?

 플라스틱 줄이기 나서는 식음료 기업

 유해화학물질 저감 나선 화학업계

 녹색금융 확대 나선 금융계

 “석탄발전 줄여라”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약속

 스웨덴과 독일에서 본 15년전 친환경

PART 5 에너지에서 찾는 0.99℃ 성공열쇠

 인류세 넘는 지구...에너지 사용 줄일 수 있을까?

 0.99 성공 열쇠, 에너지전환 플랜 짚어보니

 전기사용의 2가지 키워드. 효율과 전환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논란과 진실

 탄소세 이슈로 읽는 환경경제

 인류 모두의 숙제...0.99℃를 위하여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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