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고 버린 옷의 나비효과
의류폐기물 줄이는 기업·개인 노력 필요

옷은 만들어질 때부터 입고 버려져 폐기되는 매 순간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패션업계 안팎에서는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옷은 만들어질 때부터 입고 버려져 폐기되는 매 순간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패션업계 안팎에서는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패션 산업은 석유 산업 다음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산업군으로 불린다. 폐의류로 발생하는 전세계 탄소배출량은 연간 120억 톤에 달한다고 알려진다. 옷은 만들어질 때부터 입고 버려져 폐기되는 매 순간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패션업계 안팎에서는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패션 산업의 환경적 영향은 패스트패션 시장이 성장하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패스트패션은 말 그대로 유행에 따른 빠른 제작과 유통 구조를 갖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구조가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석유계 합성섬유가 있다. 

패스트패션 시장은 2000년대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ZARA, H&M, 탑텐, 에잇세컨즈 등으로 대표되는 수많은 스파 브랜드가 2000년대 후반부터 폴리에스터를 활용한 저렴한 옷을 계절별로 쏟아내며 급성장했다. 

폴리에스터로 대표되는 합성섬유는 제조 과정에서 화석연료 사용해 면 섬유보다 약 3배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제조 후 사용되고 버려진 뒤에는 썩지 않는 쓰레기를 남긴다. 이러한 폴리에스터가 현재 생산되고 있는 의류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합성섬유 옷은 사용 중 해양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안고 있다. 영국 엘런맥아더재단은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50년 세탁을 통해 자연환경에 방출되는 미세섬유가 연간 7만 톤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우리가 옷 한 벌을 세탁할 때 빠져나가는 미세플라스틱은 70만 개에 달한다고 알려진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이 바닷속 오염물질을 흡착해 먹이사슬을 타고 다시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폴리에스터 소재 이외의 옷에서도 발생한다. 옷 한 벌에는 옷을 제작하기 위해 들어가는 수많은 원료와 탄소 배출량이 포함돼 있다. 파타고니아는 재활용 소재를 60% 활용한 재킷 한 벌에도 목화 생산을 위해 135리터의 물이 소비되고 9kg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밝힌 바 있다. 

맥킨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전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옷만 9200만 톤에 이른다. 앞서 얘기한 것을 총합하면, 옷이 버려진다는 것은 단순히 의류폐기물이 발생한다는 문제 이상의 환경적 영향이 있다.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와 착용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플라스틱, 폐기 후 발생하는 유해성분 등 많은 문제가 함축돼 있는 것이다. 

◇ 내가 입고 버린 옷의 나비효과

최근에는 기부되거나 버려진 옷이 흘러가는 종착지가 그 옷을 생산하고 소비한 국가와 상관없는 제3국이라는 문제점이 조명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해마다 약 1000억 벌의 의류가 생산돼 그 중 70%가 버려지거나 기부된다. 그런데 이렇게 버려진 헌옷과 재고가 칠레 아타카마 사막, 아프리카, 동남아 등으로 흘러가 쓰레기 산을 만들고 있다. 옷을 생산하지도 소비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타국에서 버려진 옷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프리카에는 매주 미국, 호주, 유럽 등에서 기부한 옷이 도착한다. 매주 아프리카 인구 절반에 가까운 양의 옷이 도착하는데 그 중 40%는 상태가 좋지 않아 매립지에 묻힌다. 이제는 옷을 묻을 땅이 포화 상태라 산을 이루고 있다. 그 나라 사람들은 자신들이 입지도 못할 옷들을 ‘죽은 백인의 옷’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렇게 한 철 입고 버려지는 옷도 문제지만 업계에서 아예 입지 않은 재고를 처리하는 방법도 문제로 지목된다. 특히 명품 브랜드에서는 희소성을 이유로 시즌이 지난 재고 상품을 소각하거나 매립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재고 판매 대신 소각을 선택하는 것은 명품 브랜드의 고도의 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 품귀현상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일반 브랜드에서도 재고 관리 비용 대비 소각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이유로 관행적으로 매립이나 소각을 선택한다. 업계에 따르면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 및 매립되는 의류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전세계적으로 연간 120억 톤에 이른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에 달하는 양이다. 

효율화를 위해서 멀쩡한 옷을 태우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다. 이에 유럽을 시작으로 제품 소각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와 알렉산더 맥퀸은 기부 방식으로 재고 처리 및 남은 원단 처리 방식을 바꿨다. 국내에서는 업사이클링을 통해 재고를 활용하고 있다. 

옷 한 벌에는 옷을 제작하기 위해 들어가는 수많은 원료와 탄소 배출량, 착용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플라스틱, 폐기 후 발생하는 유해성분 등 많은 문제가 함축돼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옷 한 벌에는 옷을 제작하기 위해 들어가는 수많은 원료와 탄소 배출량, 착용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플라스틱, 폐기 후 발생하는 유해성분 등 많은 문제가 함축돼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의류폐기물 줄이는 기업·개인 노력 필요

패션 업계의 환경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과 개인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에 패션 업계에서는 최근 석유계 합성소재 대신 옥수수, 파인애플, 대나무, 선인장 등 천연소재를 섬유로 활용해 옷을 생산하는 컨셔스(Conscious, 의식 있는) 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천연소재는 합섬섬유 대비 소각이나 매립 시 환경적 영향이 줄어든다. 옷이 시장에서 최대한 순환될 수 있도록 브랜드 차원에서 세컨핸드(Secondhand, 중고의) 시장 활성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옷에 대한 소비자 태도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 일단 갖고 있는 옷을 최대한 활용해서 입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연한 말 같지만 의외로 쇼핑을 위한 쇼핑으로 옷을 구매하고 실제로는 입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15년 그린피스 독일사무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 가정에서 새로 산 옷의 40%가 거의 또는 전혀 입지 않고 옷장에 처박혀 있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평소 옷에 대한 소비 패턴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만약 옷이 필요하다면 새 옷보다는 중고 의류를 구매하는 방법도 적극 권장된다. 아직 멀쩡한 옷을 버리기보다 재사용하고 재순환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실제로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지역 공동체를 통해 안 입는 옷을 구매 및 판매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중고거래는 경제적인 장점과 함께 자원순환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중고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중고거래를 통해 희소성 높은 제품을 만날 수 있어 ‘N차 신상’이라는 말로 불리며 재테크로서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를 함께 살아갈 운명공동체로서 소비에 있어서 환경을 생각한 똑똑한 선택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회차에서는 그 연장선으로 버려지는 가전제품에 대해서 다루도록 한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다. 널뛰는 날씨가 인류의 건강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지속가능 시스템이 실물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미쳐 ‘기후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가열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2021 기후 상태 보고서’를 통해 당시 기준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09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WMO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이제 새로운 표준”이라고 경고했다.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큰 바람 등이 세계 곳곳을 덮친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더 늦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억제해야 할까?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연중기획 <기후불황 막아라! 인류의 도전 0.99℃> 보도를 시작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고 기후불황을 막자는 취지다. 인류의 목표였던 1.5℃ 또는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1℃보다 더 억제하려는 마음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자는 취지다. 우리 아이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나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연중기획을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평균기온 상승 억제가 왜 중요한지, 달라지는 날씨와 실물경제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고 어째서 기후불황이 닥치는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연재는 11월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총 35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연재계획]

PART 1 인류의 새 숙제 0.99℃

 달라진 날씨의 위협과 지구 운명 바꿀 온도

 기후위기 경고하는 세계의 리더와 학자들

 널뛰는 날씨에 달라진 작물 지도

 더워지는 지구가 장바구니 물가 바꿨다

 다시 꺼내보는 교토와 파리에서의 약속

PART 2 기후불황 파도가 세계를 흔든다

 기후불황의 서막 60조 달러(북극얼음)가 녹는다

 산불은 나무가 아니라 돈을 태운다

 환경 파괴·팬데믹·글로벌 경제의 나비효과

 굶주리는 세계...식량위기가 지구를 흔든다

 기후위기 경각심...당신은 얼마나 느끼나요?

 영국과 독일에서 배운다...환경으로 경제 잡기

 美 연준 기후위기 대응 전략 보니

 기후위기 대응이 대한민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환경·경제·기후 3대 위기 “대전환 절실”

 기후위기와 인플레이션의 관계

PART 3 호모플라스티쿠스 생존전략

 키워드로 정리한 0.99℃와 2050 탄소중립

 0.99프로젝트 1_하루에 한끼씩 버리겠습니까?

 0.99프로젝트 2_플라스틱 더미에 묻힌 인류

 0.99프로젝트 3_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0.99프로젝트 4_자원 내다 버리지 마세요

 0.99프로젝트 5_쓰레기의 88%를 줄여볼까?

 재활용의 기술...무엇을 버리고 어떤걸 재활용하나?

PART 4 탄소중립 실천 나선 기업들

 기후와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ESG

 ESG 점수 높으면 재무성과 더 좋을까?

 플라스틱 줄이기 나서는 식음료 기업

 유해화학물질 저감 나선 화학업계

 녹색금융 확대 나선 금융계

 “석탄발전 줄여라”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약속

 스웨덴과 독일에서 본 15년전 친환경

PART 5 에너지에서 찾는 0.99℃ 성공열쇠

 인류세 넘는 지구...에너지 사용 줄일 수 있을까?

 0.99 성공 열쇠, 에너지전환 플랜 짚어보니 

 전기사용의 2가지 키워드. 효율과 전환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논란과 진실

 탄소세 이슈로 읽는 환경경제

 인류 모두의 숙제...0.99℃를 위하여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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