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날씨가 경제에 영향 미친다는 경고들
“기후위기로 인한 연간 손실 1조 7,000억 달러”
경제학자 74%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온실가스 줄여야”

기후위기가 기후불황과 연결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날씨 변수와 그에 따른 기후재난 등으로 직접적인 경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또 하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려고 새로운 정책이나 세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위기가 기후불황과 연결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날씨 변수와 그에 따른 기후재난 등으로 직접적인 경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또 하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려고 새로운 정책이나 세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위기가 기후불황과 연결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목소리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짚어볼 수 있다. 하나는 날씨 변수와 그에 따른 기후재난 등으로 직접적인 경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다. 또 하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려고 새로운 정책이나 세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기후위기로 인한 연간 손실 1조 7,000억 달러”

하나씩 짚어보자. 지난 2021년 3월 뉴욕대학교 법학대학원 산하 정책 연구소에서 전 세계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경제성’을 묻는 연구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 대부분은 기후변화 대응이 더딜수록 전 세계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칠 영향 외에도 국가 내 불평등 및 국가간 격차를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하는 이들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경제학자들의 예측을 종합하면, 오는 2025년까지 기후위기로 인한 연간 손실은 1조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시나리오 대로라면 2075년 기후변화로 인해 연간 소요되는 비용은 대략 3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전 세계 GDP의 5%에 달하는 수준이다.

당시 응답자의 76%는 기후변화가 해마다 경제적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 성장률을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응답자의 70%는 기후변화가 각 나라 내부의 경제적 불평등도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각국에서 소득 하위 3분위와 상위 3분위의 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개발도상국은 기후변화 극복에 필요한 자금을 상대적으로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 온난화로 입는 피해 규모가 선진국보다 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지적을 찾아볼 수 있다. ‘2050 거주불능 지구’ 저자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자신의 저서에서 “온난화가 1도 진행될 때마다 미국처럼 기후가 온화한 국가에서는 경제성장률이 약 1퍼센트포인트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기온이 2도 높아지면 1.5배 높아졌을 때 보다 세계가 20조 달러만큼 가난해진다”는 논문도 소개했다. 그는 책에서 기온이 4도 늘어나는 상태에서 예상될 수 있는 전 세계 피해 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600조 달러라고 주장했다.

◇ 달라지는 날씨가 경제에 영향 미친다는 경고들

달라지는 날씨와 이에 따른 기후 현상이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경고를 하나 더 들어보자. 지난 2013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해양물리학과,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경영대학원, 케임브리지대 경영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기온상승으로 시베리아 동토가 녹으면서 동토 아래 얼음 상태로 저장돼 있던 메탄이 기화되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메탄이 온실가스로서 대기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 (공장식 축산 등) 본지 기사에서도 여러 차례 다룬 바 있다. 그러면 경제적으로는 어떨까? 당시 연구팀은 “앞으로 10~15년 사이에 시베리아에서 500억 톤의 메탄이 배출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메탄 배출로 인한 경제 피해는 60조 달러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60조 달러는 2009년 기준 전 세계 GDP 규모다.

해당 발표를 둘러싸고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졌는데, 2021년 3월 미국지질학회는 북극얼음 면적 축소로 인해 대량의 메탄 배출이 과거에 발생한 바 있으며 지금과 같이 지구온도가 계속 상승하면 메탄 배출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논문을 소개했다. 이 내용은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이 자신의 저서 ‘기후위기와 비즈니스의 미래’에서 소개했다.

탄소세 등 기후위기 대응 관련 정책이나 제도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2021년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정책 방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위와 같은 의견을 밝혔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관련 정책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에 대해 언급했다. 보고서는 “탄소세 정책으로 인한 부담은 경제 부문별로 상이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 부문에서 더욱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연구원은 수송 부문을 예로 들면서 “해상 운송과 항공 운송 등에서는 기술적으로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쉽게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탄소세 정책이 시행될 경우 다른 부문에 비해 탄소세 정책으로 인한 부담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탄소세 제도 시행에 대한 산업계 및 경제 각 부문의 의견을 청취하고, 탄소세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 부문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해외 경제학자들이 오는 2025년까지 기후위기로 인한 연간 손실은 1조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 대로라면 2075년 기후변화로 인해 연간 소요되는 비용은 대략 30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해외 경제학자들이 오는 2025년까지 기후위기로 인한 연간 손실은 1조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 대로라면 2075년 기후변화로 인해 연간 소요되는 비용은 대략 30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경제학자 74%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온실가스 줄여야”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와 기후불황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앞서 인용한 ‘기후변화 대응의 경제성’ 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지난 2015년 연구소에서 같은 조사를 실시했을 때와 비교해, 기후변화로 인한 비용을 더 심각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냈다.

당시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 중 74%가 “즉각적이고 과감한” 행동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2015년 응답자 50%만이 같은 응답을 했던 데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설문에 응한 경제학자 중 대다수(98%)는 지금 당장 과감한, 또는 “일정한 수준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피터 하워드 뉴욕대 정책 연구소 경제학 책임자는 당시 조사 결과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대가가 상당하며, 재앙적인 수준으로까지 커질 수 있다는 데 광범위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사 결과는 신속히 기후대응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데 대한 경제적 근거를 제시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온실가스 감축에 드는 비용은 낮아진다고 전망했다. 당시 기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생산가격이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65%는 태양광, 풍력 외 다른 청정에너지 기술 분야에서도 생산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연구에 참여한 데렉 실반 뉴욕대 정책 연구소 전략책임자는 “경제학자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신속히 감축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을 위해 필요한 기술 비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해 즉각 대응하고 에너지를 전환하는 편이 비용 대비 편익이 크다는 데 대해 다수의 경제학자가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회차 기사에서는 달라진 날씨에 늘어난 산불과 그로 인한 경제적인 피해에 대해 다룬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다. 널뛰는 날씨가 인류의 건강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지속가능 시스템이 실물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미쳐 ‘기후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가열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2021 기후 상태 보고서’를 통해 당시 기준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09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WMO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이제 새로운 표준”이라고 경고했다.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큰 바람 등이 세계 곳곳을 덮친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더 늦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억제해야 할까?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연중기획 <기후불황 막아라! 인류의 도전 0.99℃> 보도를 시작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고 기후불황을 막자는 취지다. 인류의 목표였던 1.5℃ 또는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1℃보다 더 억제하려는 마음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자는 취지다. 우리 아이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나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연중기획을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평균기온 상승 억제가 왜 중요한지, 달라지는 날씨와 실물경제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고 어째서 기후불황이 닥치는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연재는 11월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총 35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연재계획]

PART 1 인류의 새 숙제 0.99℃

 달라진 날씨의 위협과 지구 운명 바꿀 온도 

 기후위기 경고하는 세계의 리더와 학자들

 널뛰는 날씨에 달라진 작물 지도

 더워지는 지구가 장바구니 물가 바꿨다

 다시 꺼내보는 교토와 파리에서의 약속

PART 2 기후불황 파도가 세계를 흔든다

 기후불황의 서막 60조 달러(북극얼음)가 녹는다

 산불은 나무가 아니라 돈을 태운다

 글로벌 경제 발목 잡은 펜데믹

 굶주리는 세계, 식량위기는 선진국도 흔들까?

 GDP의 착시...기후위기는 왜 부정되는가

 영국과 독일에서 배우는...환경으로 경제 잡기

 美 연준 기후위기 대응 전략 보니

 한중일 동아시아 3국 무역 전략과 기후위기의 관계

 정부 향한 조언...단기 성장 위해 미래 팔지 말자

 기후불황이 인플레이션 부른다?

PART 3 호모플라스티쿠스 생존전략

 키워드로 정리한 0.99℃와 2050 탄소중립

 0.99프로젝트 1_하루에 한끼씩 버리겠습니까?

 0.99프로젝트 2_플라스틱 없이 살기에 도전하다

 0.99프로젝트 3_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0.99프로젝트 4_자원 내다 버리지 마세요

 0.99프로젝트 5_쓰레기의 88%를 줄여볼까?

 재활용의 기술...무엇을 버리고 어떤걸 재활용하나?

PART 4 탄소중립 실천 나선 기업들

 기후와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ESG

 ESG 점수 높으면 재무성과 더 좋을까?

 플라스틱 줄이기 나서는 식음료 기업

 유해화학물질 저감 나선 화학업계

 녹색금융 확대 나선 금융계

 “석탄발전 줄여라”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약속

 스웨덴과 독일에서 본 15년전 친환경

PART 5 에너지에서 찾는 0.99℃ 성공열쇠

 인류세 넘는 지구...에너지 사용 줄일 수 있을까?

 0.99 성공 열쇠, 에너지전환 플랜 짚어보니

 전기사용의 2가지 키워드. 효율과 전환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논란과 진실

 탄소세 이슈로 읽는 환경경제

 인류 모두의 숙제...0.99℃를 위하여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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