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가 된 ESG가 걸어 온 역사는?
지속가능 위해 출발한 ESG, 기업의 가치 판단하는 잣대로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을 위해 출발한 ESG는 기업을 미래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잡고 있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을 위해 출발한 ESG는 기업을 미래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잡고 있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기업이 매출과 이익에만 몰두하던 시대는 지났다. 경제적인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재무 관련 지표만큼이나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지표가 중요한 시대다

ESG가 기업경영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3가지 부문에서 리스크를 파악하고 관리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현재 기업과 투자사들은 ESG경영이 곧 새로운 성장 배경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세계로의 전환에 있어 ESG를 이행하는 기업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ESG가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기까지는 짧지만 긴 역사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흐름을 살펴보면, ESG가 어떻게 기업 경영에 자리 잡았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유추해 볼 수도 있다.

◇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을 위해 출발한 ESG

ESG를 처음 등장시킨 사람은 코피 아난 前 UN 사무총장(1997년~2006년)이다. UN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은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의 사회·환경 문제해결에 집중했다.

특히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은 해당 문제에 해당 국가의 정부나 세계 정부의 노력으로 해결이 힘들다고 판단했고, 글로벌 기업이나 자산가들에게 전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의지가 잘 나타난 사례가 바로 2004년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이 9개국 20개 금융기관이 공동 이니셔티브를 구성해 작성한 보고서 ‘Who Cares Wins’다. 해당 보고서는 자산운용, 증권중개 등 경제, 금융, 투자 분야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를 보다 잘 통합하는 방법에 대한 권장사항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의 ESG가 처음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Who Cares Wins’를 기반으로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2006년 4월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전 세계 주요 금융기관과 함께 UN 책임투자원칙(PRI)을 출범시켰다. UN PRI는 공적기금의 공공성과 장기안전성을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를 고려한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총 6가지 원칙으로 이뤄진 PRI는 ‘투자분석과 의사결정 과정에 ESG 이슈 통합’(1원칙), ‘ESG 이슈를 오너십 정책과 관행에 통합’(2원칙), ‘투자대상의 ESG 정보공개 요구’(3원칙) 등을 명시하면서 ESG를 본격 사용하기 시작했다.

2020년 UN PRI 보고서에 따르면, UN PRI에 서명한 기관은 3800여 곳으로,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네덜란드공무원연금, 캐나다연금 등 세계 최대 연금들과 HSBC, 골드만삭스 등 대형투자은행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자산을 합치면 100조 달러가 넘는다. 

◇ 기후위기의 해결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는 ESG

이후 PRI의 투자원칙은 지속적으로 확장돼 왔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치며, 이익 중심의 주주자본주의가 아닌 이해관계자를 위한 자본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대두됐고, 2010년 세계표준화기구 ISO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행을 위한 가이드라인 ISO를 발표했다. 대부분이 기업 등의 조직이 사회, 환경, 지배구조 부문에서의 책임과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도 기업경영에 있어 ESG 경영의 중요성은 크게 체감되지 않았다. ESG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UN 기후변화 회의’에서는 195개 정상이‘파리기후협약에 서명했다.

파리기후협약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면서, 더 나아가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국제협약이다. 파리기후협약에 서명한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해 이행해야 한다. 이행 여부는 5년마다 점검하고, 개선 결과 및 향후 5년간의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공개해야 한다.

파리기후협약으로 인해 기후위기는 지구의 지속가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금융기관들은 기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투자는 가까운 미래에 재무 위험으로 돌아와 자산손실과 투자자·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면서 기후위기를 관리해야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결국 2015년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는 금융안정위원회(FSB)에 자료 공개 가이드라인을 요청했고, 2015년 12월 FSB는 기후관련 재무공시에 관한 태스크포스(TCFD)를 발족했다. TCFD는 2017년 기후위기에 대한 지배구조, 경영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설정을 공개하라는 권고안을 발표했고, 2022년 3월 기준 세계 93개국 3100개 기관이 TCFD를 지지하고 있다.

특히 ESG경영 흐름과 발맞춰 유럽연합, 일본, 뉴질랜드, 영국 등은 TCFD 권고안에 따른 보고서 발간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등 TCFD 지지와 이행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 현재 ESG의 역할은 시대를 리드할 기업 가려내기

이처럼 ESG는 지구의 지속가능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함께 성장했다. 하지만 ESG가 주목받은 이유를 시대적 흐름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ESG를 주도한 주체들은 바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금융기관들이었다. 결국 ESG가 현재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이후부터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장, 기후위기 리스크 관리 등의 목표 외에도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매년 초 세계 주요 기업 경영진들이 주목하는 편지가 있다. 바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가 자신이 투자한 회사에 보내는 연례 서한이다. 지난 2020년 래리 핑크는 연례 서한을 통해 “기업들이 재무적 실적만 챙겨선 안된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적극 수행하고,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가치 창출을 보여줘야 한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 ESG경영 실적을 공개하지 않으면 투자금도 회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편지는 ESG경영에 또 다른 기폭제가 됐다. 기업들은 ESG경영 내재화에 나섰으며, 2050 탄소중립 등에 동참하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변화에 ESG가 급부상한 것이다.

래리 핑크는 올해 초에도 2022년 연례 서한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자본주의의 힘’이라는 제목의 서한에서는 그가 지속가능성, 기후위기, ESG를 강조한 이유를 설명했다. 래리 핑크는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환경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고객들에 대한 신의성실 의무를 지닌 자본가이기 때문”이라며 “넷 제로 세계로의 전환은 모든 기업과 모든 산업에 변화를 불러 올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귀 사가 리드할 것인가, 리드 당할 것인가이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ESG를 이행하지 않는 기업은 리드 당하는 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는 곧 기업들이 ESG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다. 널뛰는 날씨가 인류의 건강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지속가능 시스템이 실물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미쳐 ‘기후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가열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2021 기후 상태 보고서’를 통해 당시 기준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09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WMO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이제 새로운 표준”이라고 경고했다.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큰 바람 등이 세계 곳곳을 덮친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더 늦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억제해야 할까?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연중기획 <기후불황 막아라! 인류의 도전 0.99℃> 보도를 시작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고 기후불황을 막자는 취지다. 인류의 목표였던 1.5℃ 또는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1℃보다 더 억제하려는 마음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자는 취지다. 우리 아이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나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연중기획을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평균기온 상승 억제가 왜 중요한지, 달라지는 날씨와 실물경제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고 어째서 기후불황이 닥치는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연재는 11월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총 35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연재계획]

PART 1 인류의 새 숙제 0.99℃

 달라진 날씨의 위협과 지구 운명 바꿀 온도

 기후위기 경고하는 세계의 리더와 학자들

 널뛰는 날씨에 달라진 작물 지도

 더워지는 지구가 장바구니 물가 바꿨다

 다시 꺼내보는 교토와 파리에서의 약속

PART 2 기후불황 파도가 세계를 흔든다

 기후불황의 서막 60조 달러(북극얼음)가 녹는다

 산불은 나무가 아니라 돈을 태운다

 환경 파괴·팬데믹·글로벌 경제의 나비효과

 굶주리는 세계...식량위기가 지구를 흔든다

 기후위기 경각심...당신은 얼마나 느끼나요?

 영국과 독일에서 배운다...환경으로 경제 잡기

 美 연준 기후위기 대응 전략 보니

 기후위기 대응이 대한민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환경·경제·기후 3대 위기 “대전환 절실”

 기후위기와 인플레이션의 관계

PART 3 호모플라스티쿠스 생존전략

 키워드로 정리한 0.99℃와 2050 탄소중립

 0.99프로젝트 1_하루에 한끼씩 버리겠습니까?

 0.99프로젝트 2_플라스틱 더미에 묻힌 인류

 0.99프로젝트 3_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0.99프로젝트 4_버려진 제품에 흔들리는 미래

 0.99프로젝트 5_쓰레기의 88%를 줄여볼까?

 재활용의 기술...무엇을 버리고 어떤걸 재활용하나?

PART 4 탄소중립 실천 나선 기업들

 기후와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ESG

 ESG 점수 높으면 재무성과 더 좋을까?

 플라스틱 줄이기 나서는 식음료 기업

 유해화학물질 저감 나선 화학업계

 녹색금융 확대 나선 금융계

 “석탄발전 줄여라”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약속

 스웨덴과 독일에서 본 15년전 친환경

PART 5 에너지에서 찾는 0.99℃ 성공열쇠

 인류세 넘는 지구...에너지 사용 줄일 수 있을까?

 0.99 성공 열쇠, 에너지전환 플랜 짚어보니

 전기사용의 2가지 키워드. 효율과 전환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논란과 진실

 탄소세 이슈로 읽는 환경경제

 인류 모두의 숙제...0.99℃를 위하여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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