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날씨 속 식탁위기...전 세계적 이슈
대한민국 농산물 주산지...북쪽으로 올라온다
사과·복숭아·포도 재배가능지↓ 감귤·단감은↑
햄버거 토핑 재료로 읽는 글로벌 기후위기

날씨가 달라지면서 작물 재배 지도 역시 달라진다. 널뛰는 기후가 식재료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늘었다. (그래픽 :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날씨가 달라지면서 작물 재배 지도 역시 달라진다. 널뛰는 기후가 식재료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늘었다. (그래픽 :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날씨가 달라지면서 작물 재배 지도 역시 달라진다. 널뛰는 기후가 식재료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늘었다. 1980년대 전국에 걸쳐있던 사과 재배지는 특정 지역으로 재배면적이 집중됐고 제주도 작물이던 감귤은 경기도 이천이나 충남 천안 등에서도 일부 재배한다. 최근에는 양상추나 토마토가 빠진 햄버거도 등장했다. 나빠진 날씨가 작물에 영향을 미친 건 해외에서도 큰 화제였다. 기후위기가 식탁에 미친 변화를 짚어본다.

통계청이 지난 2018년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을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1850년대부터 경제 및 인구성장 등 다양한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가 심화됐다. 1880년~2012년(133년)까지 전 지구 평균기온이 0.85℃ 상승했고 이와 더불어 이상기후의 발생 빈도와 지속 기간이 21세기 전반에 걸쳐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당시 기준 우리나라 주변 기온 상승은 전 세계에 비해 최근 30년의 경우 약 1.5배 높게 상승했다.

당시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전 지구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로 높은 가운데, 우리나라 2016년 연평균기온도 13.6℃로 평년(12.5℃)보다 1.1℃ 높아 1973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이후 2018년 여름에도 기록적인 무더위가 찾아왔고 지난해 7월도 매우 더웠다. 그런데, 달라지는 날씨는 식탁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 농산물 주산지...북쪽으로 올라온다?

당시 통계청은 “기온상승으로 주요 농작물의 주산지가 남부지방에서 충북, 강원 지역 등으로 북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강원도 산간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 지역이 21세기 후반기에 아열대 기후로 변경되고, 주요 농작물 재배가능지가 북상할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사과, 복숭아, 포도, 인삼 등은 재배가능지가 점차 감소하고 감귤, 단감 등은 재배한계선이 상승해 재배가능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작물별 재배가능지 변동 예측은 기후변화 시나리오(RCP8.5)에 따른 주요 작물별 재배가능지 변동 예측 자료(2015년, 농촌진흥청)에 따른 것이라고 통계청은 밝혔다.

사과 사례를 보자. 지난 1980년에는 전국에 걸쳐 사과재배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1995년 이후 충남 일부, 충북, 경북지역으로 재배면적이 집중됐다. 통계청은 과거 사과 주산지 대구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의 재배면적이 감소했고 경북·충북·충남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위도 36~37°사이) 재배면적이 집중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총 재배 가능지는 모두 급감하여 21세기말 강원도 일부 재배가능 전망”이라고 내다보았다. 미래의 재배적지 급감으로 실제 사과 재배면적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1980년대 전국에 걸쳐있던 사과 재배지는 특정 지역으로 재배면적이 집중됐고 제주도 작물이던 감귤은 경기도 이천이나 충남 천안 등에서도 일부 재배한다. 최근에는 양상추나 토마토가 빠진 햄버거도 등장했다. 나빠진 날씨가 작물에 영향을 미친 건 해외에서도 큰 화제였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1980년대 전국에 걸쳐있던 사과 재배지는 특정 지역으로 재배면적이 집중됐고 제주도 작물이던 감귤은 경기도 이천이나 충남 천안 등에서도 일부 재배한다. 최근에는 양상추나 토마토가 빠진 햄버거도 등장했다. 나빠진 날씨가 작물에 영향을 미친 건 해외에서도 큰 화제였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사과·복숭아·포도 재배가능지 줄고 감귤·단감은 늘어난다?

제주도 대표 작물로 인식하는 감귤은 어떨까. 당시 자료에 따르면 감귤은 197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제주도에 재배면적이 집중됐고 경남 및 전남에서는 1980년까지는 일부 재배하고 있었으나 1990년대부터 감소 추세다. 이후 2000년대부터는 경기도 이천(1.0ha), 충남 천안(1.0ha) 등에서도 일부 재배하고 있다.

통계청은 “감귤의 기후학적 총 재배 가능지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남해안 일대로 재배한계선이 상승하고 강원도 해안·제주도 중산간도 재배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당시 통계청은 “국민대표 과일인 사과, 복숭아, 포도 등의 재배가능지는 감소될 것으로 보이나, 아열대 기후에 적합한 감귤, 단감 등은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주산지 변화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농림어업총조사 조사결과와 더불어 기상청, 농촌진흥청, 농림축산식품부와 같은 유관기관의 자료를 연계하여 더욱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정책과 연계해 RCP 시나리오별 기후변화 전망을 제시하고, 농식품부는 이상기상 등 자연재해로 인한 농업 분야 피해예방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한 농업재해 종합대책수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당시 통계청은 권고했다.

◇ 햄버거 토핑 재료로 읽는 글로벌 기후위기

날씨의 영향을 받은 작물 사례는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널 뛰는 날씨 등 기후 관련 이슈가 식재료 수급에 영향을 미쳐 제품 유통에 변수가 생긴 사례다.

지난 2020년 가을 일부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햄버거에 토마토를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공지한 적이 있다. 당시 일부 매장에서는 토마토 대신 음료 쿠폰을 제공하거나 토마토 빼고 가격을 내리는 곳도 있었다. 길었던 장마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토마토 출하량이 줄어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었다. 생산량이 회복되면서 단발적인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유사한 사례가 또 생겼다.

작년에는 ‘양상추 빠진 햄버거’가 이슈였다. 평소보다 빨리 찾아온 이상 한파로 양상추 가격이 올라 햄버거나 샌드위치, 샐러드 등을 판매하는 브랜드에서 양상추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양상추를 빼거나 줄이는 대신 커피 쿠폰을 제공하는 햄버거가 나왔고, 양상추 재고가 소진되면 치킨너겟을 제공하겠다는 안내도 올라왔다. 샌드위치와 샐러드 등을 판매하는 한 브랜드는 “한파에 따른 양상추 냉해 피해로 수급이 불안정해 일부 매장에서 샐러드 제품 판매가 한시적으로 중단될 수 있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달라진 여름 날씨, 그리고 빨리 찾아온 추위가 농작물 수확에 영향을 미쳐 식재료 수급난으로 이어진 사례다. 문제는 이런 경향이 최근 2년만의 이슈가 아니라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날씨가 달라져 먹거리가 영향을 받는 건 햄버거나 샐러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고 세계적인 이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날씨가 달라져 먹거리가 영향을 받는 건 햄버거나 샐러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고 세계적인 이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달라진 날씨 속 식탁위기...전 세계적 이슈

날씨가 달라져 먹거리가 영향을 받는 건 햄버거나 샐러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고 세계적인 이슈다. 본지가 지난해 4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이상기후로 서리가 내리면서 포도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기온이 올라 포도가 평소보다 빠르게 성장했는데 철 지난 한파에 막 싹이 난 포도에 영향을 미친 것.

당시 CNN 기상전문가들에 따르면 프랑스는 3월 하순부터 4월 초순까지 기록적인 따뜻함이 이어졌지만, 그 이후 급격히 추워졌다. 샹파뉴 지방 기온은 26도 가까이 오른 뒤 1주일도 안 돼 영하 6도 안팎으로 떨어졌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3월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이어져 1968년 이후 50년만에 가장 더운 3월을 기록했지만 4월에는 추운 날씨에 서리까지 내려 농작물과 과일 수확량이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4월 농무부 농업연구소(ARS) 리처드 노비 박사가 예일대 기후변화 사이트를 통해 모 프랜차이즈 브랜드 감자튀김에 주로 쓰이는 러셋 버뱅크 품종 감자가 기후변화 직격탄을 맞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워싱턴포스트(WP)는 5월 기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식료품 가격 지수가 전년 대비 40% 올랐으며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이상 고온 현상으로 미 중서부 등 곡창지대가 가뭄에 시달린다는 소식도 전했다. 최근에는 고온과 가뭄, 병충해 등으로 밀 주요 생산지가 흉년을 겪어 밀 가격이 크게 오르기도 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지난 3월 온라인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식량 위기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면서 세계 식량 체계는 2007년부터 삐걱거렸다고 지적했다. IFPRI는 당시를 언급하면서 “옥수수 기반 바이오 연료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 일부 주요 곡물 생산업체의 심각한 기상 악화 등으로 문제가 악화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마다가스카르는 1월과 2월 연속적인 열대성 폭풍과 사이클론이 강타해 식량 체계가 무너졌다”고 언급했다.

무너진 체계는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음회차 기사에서는 더워지는 지구와 그에 따라 달라진 장바구니 물가 현황을 소개한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다. 널뛰는 날씨가 인류의 건강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지속가능 시스템이 실물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미쳐 ‘기후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가열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2021 기후 상태 보고서’를 통해 당시 기준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09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WMO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이제 새로운 표준”이라고 경고했다.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큰 바람 등이 세계 곳곳을 덮친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더 늦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억제해야 할까?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연중기획 <기후불황 막아라! 인류의 도전 0.99℃> 보도를 시작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고 기후불황을 막자는 취지다. 인류의 목표였던 1.5℃ 또는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1℃보다 더 억제하려는 마음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자는 취지다. 우리 아이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나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연중기획을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평균기온 상승 억제가 왜 중요한지, 달라지는 날씨와 실물경제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고 어째서 기후불황이 닥치는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연재는 11월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총 35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연재계획]

PART 1 인류의 새 숙제 0.99℃

 달라진 날씨의 위협과 지구 운명 바꿀 온도

 기후위기 경고하는 세계의 리더와 학자들

 널뛰는 날씨에 달라진 작물 지도

 더워지는 지구가 장바구니 물가 바꿨다

 다시 꺼내보는 교토와 파리에서의 약속

PART 2 기후불황 파도가 세계를 흔든다

 기후불황의 서막 60조 달러(북극얼음)가 녹는다

 산불은 나무가 아니라 돈을 태운다

 글로벌 경제 발목 잡은 펜데믹

 굶주리는 세계, 식량위기는 선진국도 흔들까?

 GDP의 착시...기후위기는 왜 부정되는가

 영국과 독일에서 배우는...환경으로 경제 잡기

 美 연준 기후위기 대응 전략 보니

 한중일 동아시아 3국 무역 전략과 기후위기의 관계

 정부 향한 조언...단기 성장 위해 미래 팔지 말자

 기후불황이 인플레이션 부른다?

PART 3 호모플라스티쿠스 생존전략

 키워드로 정리한 0.99℃와 2050 탄소중립

 0.99프로젝트 1_하루에 한끼씩 버리겠습니까?

 0.99프로젝트 2_플라스틱 없이 살기에 도전하다

 0.99프로젝트 3_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0.99프로젝트 4_자원 내다 버리지 마세요

 0.99프로젝트 5_쓰레기의 88%를 줄여볼까?

 재활용의 기술...무엇을 버리고 어떤걸 재활용하나?

PART 4 탄소중립 실천 나선 기업들

 기후와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ESG

 ESG 점수 높으면 재무성과 더 좋을까?

 플라스틱 줄이기 나서는 식음료 기업

 유해화학물질 저감 나선 화학업계

 녹색금융 확대 나선 금융계

 “석탄발전 줄여라”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약속

 스웨덴과 독일에서 본 15년전 친환경

PART 5 에너지에서 찾는 0.99℃ 성공열쇠

 인류세 넘는 지구...에너지 사용 줄일 수 있을까?

 0.99 성공 열쇠, 에너지전환 플랜 짚어보니

 전기사용의 2가지 키워드. 효율과 전환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논란과 진실

 탄소세 이슈로 읽는 환경경제

 인류 모두의 숙제...0.99℃를 위하여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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