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평균 기온 상승...글로벌 온난화 속도보다 빨라
달라진 날씨에 사회·경제 전반 영향 받고 취약계층 부담 증가
길어진 여름과 짧아진 겨울, 비 내리는 경향도 달라졌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다. 널뛰는 날씨가 인류의 건강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지속가능 시스템이 실물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미쳐 ‘기후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가열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2021 기후 상태 보고서’를 통해 당시 기준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09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WMO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이제 새로운 표준”이라고 경고했다.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큰 바람 등이 세계 곳곳을 덮친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더 늦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억제해야 할까?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창간 10주년 기념 연중기획 <기후불황 막아라! 인류의 도전 0.99℃> 보도를 시작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고 기후불황을 막자는 취지다. 인류의 목표였던 1.5℃ 또는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1℃보다 더 억제하려는 마음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자는 취지다. 우리 아이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나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이 기획을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평균기온 상승 억제가 왜 중요한지, 달라지는 날씨와 실물경제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고 어째서 기후불황이 닥치는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연재는 11월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총 35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06년간(1912~2017년)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약 1.8℃ 상승해 전지구 평균 온난화 속도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06년간(1912~2017년)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약 1.8℃ 상승해 전지구 평균 온난화 속도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지구의 온도는 구체적으로 얼마나 달라졌고 그 여파로 무슨 일이 생겼을까? 환경부와 기상청, 그리고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이 최근 밝힌 달라진 날씨 경향과 그로 인해 발생한 위기 상황을 짚어본다.

환경부가 최근 발간한 ‘2021 환경백서’에 따르면 현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2백만 년간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이다.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해왔고, 2019년 기준으로 전지구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5ppm인 것으로 관측됐다. 이 데이터는 지난 2021년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AR6 WGⅠ)에 따른 자료다.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은 기후변화와 기후위기를 가져온다. 환경부는 백서를 통해 “2020년에는 일반적으로 한랭한 기후를 나타내는 ‘라니냐’가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약 1.2℃ 높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전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역대 가장 높았던 2016년과 비슷한 온난화 수준으로 평가된다”라고 덧붙였다.

백서는 2018년 1월 미국과 캐나다에 발생한 100년만의 한파와 폭설, 2019년 9월 호주 시드니에서 48.9℃를 기록한 이상고온과 산불, 그리고 2020년 6~8월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긴 장마와 집중호우 등을 언급하면서 “기후변화는 여러 가지 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결국 기후위기에 대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는 달라지는 날씨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산업화 이전 대비 전지구 평균 온도가 1.5℃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분석한다. 지구온난화 1.5℃에 언제 도달할 것이냐에 대한 예측은 과거에 비해 빨리지고 있다. 지난 2018년에 발간한 ‘1.5℃ 특별보고서(SR15)’에서는 2030~2052년으로 예상했지만, 2021년에 발간한 제6차 평가보고서(AR6)에서는 10년 이상 앞당겨진 2021~2040년 중으로 예상했다.

◇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 글로벌 온난화 속도보다 빨라”

0.99℃는 여유롭게 느낄 숫자가 아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06년간(1912~2017년)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약 1.8℃ 상승해 전지구 평균 온난화 속도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30년(1912~1941년)보다 최근 30년(1988~2017년) 동안 여름은 약 19일 길어지고 겨울은 약 18일 짧아졌다. 8월 열대야일수는 약 1.8일에서 약 6.2일로 길어졌다. 우리나라 해역 표층 수온은 최근 50년간(1968~2017년) 약 1.23℃ 상승해 전지구 평균인 0.48℃보다 약 2.6배 높은 수준이며 최근 30년간(1989~2018년) 해수면은 연평균 약 2.97mm 상승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여러 가지 피해가 생기고 있다. 환경백서에 따르면 2018년 1월 말에서 2월 초 전국 평균기온은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낮았다. 이와 반대로 2020년 1월 평균기온은 평년 대비 3℃ 이상 높은 2.8℃로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매미나방, 대벌레 등이 발생해 농작물 피해와 불편이 생겼다.

지난 2018년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1973년 이후 가장 높았고, 전국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폭염일수 31.4일, 열대야일수 17.7일로 최다일수를 기록했다. 2020년 여름에는 최장기간의 장마(중부지방 54일, 6월 24일~8월 16일)와 집중호우(강수량 851.7mm)가 발생해 하천이 범람하고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환경부는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지속해서 배출할 경우 21세기 후반(2071~2100년)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현재(1981~2010년) 대비 약 4.4℃ 상승하고, 강수량은 약 13% 증가하며, 폭염일수는 약 3.5배, 열대야일수는 약 11.9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반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경우에는 평균기온은 현재 대비 약 2.6℃ 상승하고, 평균 강수량은 약 3% 증가하는 등 기후변화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날씨변화와 기후위기가 일상과 경제에 두루 영향을 준다는 지적은 환경운동가들만의 주장이 아니다. 뉴욕대학교 법학대학원 산하 정책 연구소에서 전 세계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경제성’을 묻는 연구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2025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연간 손실이 1조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날씨변화와 기후위기가 일상과 경제에 두루 영향을 준다는 지적은 환경운동가들만의 주장이 아니다. 뉴욕대학교 법학대학원 산하 정책 연구소에서 전 세계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경제성’을 묻는 연구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2025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연간 손실이 1조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달라진 날씨...사회·경제 전반 영향 미치고 취약계층 부담 증가

달라지는 날씨는 추위와 더위에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여름을 앞둔 시점이니 더위 문제부터 짚어보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폭염이 직·간접적으로 건강, 농·축·수산업, 에너지, 교통 등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취약계층의 부담을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20년 ‘기후변화리스크연구단’ 명의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계속 더워지고 있다. 지난 2018년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

뜨거운 날씨와 무더위는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2018년에는 온열질환자가 4만 4천여명 발생했다. 1만 8천여명 수준이던 2014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50대 이상 연령대나 야외작업자 사이에서 온열질환을 겪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온열질환 위험도가 더 증가한다는 분석도 있다.

온열질환만 문제가 아니다. 더워지면 에어컨 수요 등이 늘어나는 탓에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 에너지를 많이 쓰면 탄소배출이 늘어나고 비용도 증가한다. 고온 추세로 농작물 피해 발생 건수도 늘었고 온습도지수(THI) 상승으로 인한 가축 폐사 발생일도 늘어났다. 날씨가 뜨거워지면서 수온이 오르는 바람에 어류 폐사 피해도 늘어났다. 이런 과정에서 식재료 수급 불균형도 발생하고 소비자들의 가계 지출도 늘어난다.

날씨변화와 기후위기가 일상과 경제에 두루 영향을 준다는 지적은 환경운동가들만의 주장이 아니다. 뉴욕대학교 법학대학원 산하 정책 연구소에서 전 세계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경제성’을 묻는 연구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2025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연간 손실이 1조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해당 조사에 응한 응답자 중 76%는 ‘기후변화가 해마다 경제적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 성장률을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길어진 여름과 짧아진 겨울...비 내리는 경향도 달라진 대한민국

기상청도 달라진 날씨와 그에 따르는 위기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기상청은 지난해 4월 최근 우리나라가 여름이 20일 길어지고 겨울이 22일 짧아졌으며 봄은 예전보다 17일, 여름은 예전보다 11일 빨리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912년부터 2020년까지 109년간의 기후변화 추세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다. 당시 기상청은 서울과 인천, 부산과 대구, 목포와 강릉 등 100년 이상 관측자료를 보유한 6개 지점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당시 기상청은 “기온의 장기적인 변화 추세로 최근 30년(1991∼2020년)은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연평균기온이 1.6℃ 상승했다”고 밝혔다. 109년간 연평균 기온은 10년마다 +0.2℃로 꾸준히 상승했고 특히 봄과 겨울의 기온 상승 경향이 뚜렷했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비 내리는 경향도 달라졌다. 최근 30년은 과거 30년에 비해 연 강수량이 135.4㎜ 늘었고, 반대로 강수일수는 21.2일 줄었다. 기상청은 “109년간 연강수량은 매 10년당 +17.71㎜로 증가하는 경향이나 강수일수는 감소 추세로 최근 강수강도가 강해지는 추세다”라고 밝혔다, 쉽게 말하면 ‘큰 비’가 잦아졌다는 의미다.

계절 시작일과 계절 길이도 달라졌다. 과거 30년 대비 최근 30년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으며, 봄과 여름 시작일이 각각 17일, 11일 빨라졌다. 기상청은 “최근 30년 여름은 118일(약 4개월)로 가장 긴 계절이며 가을은 69일로 가장 짧다”고 밝혔다. 실제로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 여름 시작을 나타내는 ‘입하’의 과거 기온이 나타나는 시기가 각각 13일과 8일씩 당겨졌다.

기상청은 기후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함께 제시했다. 당시 박광석 기상청장은 이 조사에 대해 “다시 한번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까지 숨 가쁘게 달려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당시 자료 발표 후 보도자료를 통해 “전 지구에 비해 우리나라 연평균기온 증가는 +0.8℃, CO2 농도(2019년)는 +6.5ppm 높게 나타나, 우리나라 온난화·도시화가 전 지구 평균보다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회차 기사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해 경고한 전 세계의 리더와 학자들의 목소리를 소개한다.

[연재계획]

PART 1 인류의 새 숙제 0.99℃

 달라진 날씨의 위협과 지구 운명 바꿀 온도

 기후위기 경고하는 세계의 리더와 학자들

 널뛰는 날씨에 달라진 작물지도

 더워지는 지구가 장바구니 물가 바꿨다

 다시 꺼내보는 교토와 파리에서의 약속

PART 2 기후불황 파도가 세계를 흔든다

 기후불황의 서막 60조 달러(북극얼음)가 녹는다

 산불은 나무가 아니라 돈을 태운다

 글로벌 경제 발목 잡은 펜데믹

 굶주리는 세계, 식량위기는 선진국도 흔들까?

 GDP의 착시...기후위기는 왜 부정되는가

 영국과 독일에서 배우는...환경으로 경제 잡기

 美 연준 기후위기 대응 전략 보니

 한중일 동아시아 3국 무역 전략과 기후위기의 관계

 정부 향한 조언...단기 성장 위해 미래 팔지 말자

 기후불황이 인플레이션 부른다?

PART 3 호모플라스티쿠스 생존전략

 키워드로 정리한 0.99℃와 2050 탄소중립

 0.99프로젝트 1_하루에 한끼씩 버리겠습니까?

 0.99프로젝트 2_플라스틱 없이 살기에 도전하다

 0.99프로젝트 3_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0.99프로젝트 4_자원 내다 버리지 마세요

 0.99프로젝트 5_쓰레기의 88%를 줄여볼까?

 재활용의 기술...무엇을 버리고 어떤걸 재활용하나?

PART 4 탄소중립 실천 나선 기업들

 기후와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ESG

 ESG 점수 높으면 재무성과 더 좋을까?

 플라스틱 줄이기 나서는 식음료 기업

 유해화학물질 저감 나선 화학업계

 녹색금융 확대 나선 금융계

 “석탄발전 줄여라”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약속

 스웨덴과 독일에서 본 15년전 친환경

PART 5 에너지에서 찾는 0.99℃ 성공열쇠

 인류세 넘는 지구...에너지 사용 줄일 수 있을까?

 0.99 성공 열쇠, 에너지전환 플랜 짚어보니

 전기사용의 2가지 키워드. 효율과 전환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논란과 진실

 탄소세 이슈로 읽는 환경경제

 인류 모두의 숙제...0.99℃를 위하여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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