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하면 물가 높아진다?
"충격 완화하면서 탄소중립 실현해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인류가 직면해온 과거 어떤 과제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빌 게이츠는 기후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화석 연료에 의존하면서 편안함과 풍요로움을 누리게 됐지만 그 대가로 기후불황의 시대를 맞았다.

화석연료를 쓰며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이상기후를 불러왔고, 폭풍우와 홍수, 대형 산불 같은 자연재해는 금융·부동산 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자연재해가 반복될 경우 보험사는 파산에 이를 수 있다.

이처럼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누적되는 기후변화는 금융 시스템에 예측 불가능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인간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큰 충격을 줄 것이고,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 기후변화 대응할수록 물가 높아지는 '그린인플레이션'

우리는 기후불황을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산업 공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배출된 탄소를 저장하거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CCUS라는 기술에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할수록 전반적인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을 규제하면 필수 원자재의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생산 감소로 이어지면서 가격이 높아진다.

이 현상은 '그린플레이션'이라고 불린다.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이라는 말과 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 현상의 합성어다.

탄소 규제 등 친환경 정책으로 아연·알루미늄·니켈·구리 등 산업금속이나 화석연료의 공급은 줄었지만, 반대로 수요는 증가해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이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재료인 리튬과 망간, 주행거리 증가에 필요한 차제 경량화 필수품인 마그네슘의 수요 증가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 전기차 생산과 태양광·풍력 발전에 필요한 구리·알루미늄·희토류 등의 원자재 가격도 급등했다. 

마그네슘·희토류·리튬 등의 주요 생산국인 중국의 경우 환경규제와 이에 따른 전력부족 사태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원자재 생산량이 줄었다. 구리를 주요 공급하는 칠레와 페루에서도 같은 이유로 공급이 감소했다.

◇ 지금은 '그린플레이션'...투자 이끌어내야

실제로 최근의 물가 상승도 그린플레이션 현상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 상승률이 2008년도 금융위기 수준을 넘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가 급상승한 주된 원인은 원자재 가격과 식량 가격 상승이다. 국제원자재가격은 원유뿐 아니라 천연가스, 금속, 곡물, 비료 등의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크게 확대되면서 2008년과 유사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식량가격 역시 전쟁 여파, 주요 생산국 수출 제한이라는 이유가 있긴 하지만,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 등으로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친환경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와 전기차 등과 관련된 원자재 수요가 급증하지만,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원자재 생산량이 줄어들면 공급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공급 부족은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불러오고, 이는 소비자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바로 그린플레이션 현상이다.

결국 그린플레이션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안 에너지원이나 기술을 개발하거나 대규모 투자를 통한 비용절감이 필요하다. 정부가 적절한 유인책을 제공해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마련하고, 여기에 투자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부를 수 있지만, 결국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당장의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면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방안이 시급하다"며 "친환경 신기술에 더 많이 투자할수록 하면, 규모의 경제가 일어나 비용은 감소 될 것이므로 투자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 회차에서는 호모플라스티쿠스의 생존전략, 키워드로 정리한 0.99℃와 2050 탄소중립에 대해 다룬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다. 널뛰는 날씨가 인류의 건강을 넘어 생존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지속가능 시스템이 실물 경제에 폭넓은 영향을 미쳐 ‘기후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린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가열화’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0월 ‘2021 기후 상태 보고서’를 통해 당시 기준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09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WMO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이제 새로운 표준”이라고 경고했다. 한파와 무더위, 산불과 큰 바람 등이 세계 곳곳을 덮친다. 뜨거워지는 지구 온도를 더 늦기 전에 억제해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나 억제해야 할까?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연중기획 <기후불황 막아라! 인류의 도전 0.99℃> 보도를 시작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고 기후불황을 막자는 취지다. 인류의 목표였던 1.5℃ 또는 이미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1℃보다 더 억제하려는 마음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자는 취지다. 우리 아이들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나의 생존과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연중기획을 통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고 평균기온 상승 억제가 왜 중요한지, 달라지는 날씨와 실물경제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고 어째서 기후불황이 닥치는지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짚어본다. 연재는 11월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총 35회차에 걸쳐 진행한다. [편집자 주]

[연재계획]

PART 1 인류의 새 숙제 0.99℃

 달라진 날씨의 위협과 지구 운명 바꿀 온도

 기후위기 경고하는 세계의 리더와 학자들

 널뛰는 날씨에 달라진 작물 지도

 더워지는 지구가 장바구니 물가 바꿨다

 다시 꺼내보는 교토와 파리에서의 약속

PART 2 기후불황 파도가 세계를 흔든다

 기후불황의 서막 60조 달러(북극얼음)가 녹는다

 산불은 나무가 아니라 돈을 태운다

 환경 파괴·팬데믹·글로벌 경제의 나비효과

 굶주리는 세계...식량위기가 지구를 흔든다

 기후위기 경각심...당신은 얼마나 느끼나요?

 영국과 독일에서 배운다...환경으로 경제 잡기

 美 연준 기후위기 대응 전략 보니

 기후위기 대응이 대한민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환경·경제·기후 3대 위기 “대전환 절실”

 기후위기와 인플레이션의 관계

PART 3 호모플라스티쿠스 생존전략

 키워드로 정리한 0.99℃와 2050 탄소중립

 0.99프로젝트 1_하루에 한끼씩 버리겠습니까?

 0.99프로젝트 2_플라스틱 없이 살기에 도전하다

 0.99프로젝트 3_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0.99프로젝트 4_자원 내다 버리지 마세요

 0.99프로젝트 5_쓰레기의 88%를 줄여볼까?

 재활용의 기술...무엇을 버리고 어떤걸 재활용하나?

PART 4 탄소중립 실천 나선 기업들

 기후와 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 ESG

 ESG 점수 높으면 재무성과 더 좋을까?

 플라스틱 줄이기 나서는 식음료 기업

 유해화학물질 저감 나선 화학업계

 녹색금융 확대 나선 금융계

 “석탄발전 줄여라” 자동차 기업들의 미래 약속

 스웨덴과 독일에서 본 15년전 친환경

PART 5 에너지에서 찾는 0.99℃ 성공열쇠

 인류세 넘는 지구...에너지 사용 줄일 수 있을까?

 0.99 성공 열쇠, 에너지전환 플랜 짚어보니

 전기사용의 2가지 키워드. 효율과 전환

 신·재생에너지 둘러싼 논란과 진실

 탄소세 이슈로 읽는 환경경제

 인류 모두의 숙제...0.99℃를 위하여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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