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전북·환경부·KT&G 대상 소송 진행
최재철 위원장 “이미 너무 돌아왔지만 이제부터가 시작”

장점마을 풍경은 평범하고 조용한 일반 시골마을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수년간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고 그 고통의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송철호 기자)
장점마을 풍경은 평범하고 조용한 일반 시골마을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수년간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고 그 고통의 끝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송철호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최근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사태와 관련 최종 결론이 나왔다. 환경부가 지역에 대한 환경오염노출평가와 주민건강영향평가 결과를 종합 분석해 비료공장 배출 유해물질과 주민들 암 발생간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

이렇게 장점마을 주민들이 수년 동안 암 발생 등 환경오염으로 고통 받은 이유가 결국 비료제조업체인 금강농산의 불법행위와 허가기관인 전라북도, 익산시의 관리감독 소홀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론’이 정말 ‘결론’이 되기까지 걸린 세월이 어마어마하다. 

그 긴 세월동안 장점마을 주민 33명이 암에 걸려 17명이 사망했고 16명이 투병 중에 있다. 건강영향조사 청원을 하지 않은 주변 마을까지 합하면 암에 걸린 사람은 수십 명에 이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금강농산 공장 주변을 비롯한 장점마을 현장을 둘러보고 최재철 익산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을 만나 ‘장점마을 주민 집단 암 발병 사태’ 관련 정부 최종결론 후의 상황변화와 행보에 대해 물었다.

장점마을 주민들은 정부가 나서 주민 이주대책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수년간 생존 위협을 받았고 그 위협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송철호 기자)
장점마을 주민들은 정부가 나서 주민 이주대책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수년간 생존 위협을 받았고 그 위협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송철호 기자)
이번 장점마을 사태를 일으킨 금강농산 공장을 향해 가는 길에 보이는 파손된 이정표. (송철호 기자)
이번 장점마을 사태를 일으킨 금강농산 공장을 향해 가는 길에 보이는 파손된 이정표. (송철호 기자)
KT&G는 법과 규정을 지켰다고 주장하지만 장점마을 주민들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
KT&G는 법과 규정을 지켰다고 주장하지만 장점마을 주민들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
문제의 금강농산 공장. 사람은 물론, 생명체 자체가 살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폐쇄된 지 오래됐고 기분 탓이겠지만 서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송철호 기자)
문제의 금강농산 공장. 사람은 물론, 생명체 자체가 살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폐쇄된 지 오래됐고 기분 탓이겠지만 서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송철호 기자)
금강농산 간판이 이미 철거돼 사라진 줄 알았지만 공장 주변 수풀 속에 버려져 있었다. (송철호 기자)
금강농산 간판이 이미 철거돼 사라진 줄 알았지만 공장 주변 수풀 속에 버려져 있었다. (송철호 기자)
전폭적인 지원을 해도 부족할 행정기관들은 여전히 장점마을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송철호 기자)
전폭적인 지원을 해도 부족할 행정기관들은 여전히 장점마을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송철호 기자)
장점마을 대부분 지역에서 금강농산 특유의 파란색 공장이 보인다. 새삼 마을과 참 가까운 공장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공장에서 발생했을 각종 오염물질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향했을 것이다. (송철호 기자)
장점마을 대부분 지역에서 금강농산 특유의 파란색 공장이 보인다. 새삼 마을과 참 가까운 공장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공장에서 발생했을 각종 오염물질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향했을 것이다. (송철호 기자)
최재철 익산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 (송철호 기자)
최재철 익산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 (송철호 기자)

◇ 최재철 익산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 인터뷰

Q. 정부가 “집단 암 발병은 비료 공장 유해물질 때문이 맞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까지 정말 많이 돌아왔는데.

정부가 이런 역학적인 관련성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고 절대 방심할 수 없다. 장점마을이 이런 환경오염과 연관되고 나서 우선적으로 익산시가 시간을 너무 끌었고 환경부 역시 역학조사 과정에서 해당 공장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시간이 꽤 길었으니 이 정도까지 피해가 커진 거다.
 
Q. 정부 주도 역학조사도 방해를 받았나?

막막했다. 당시에는 정부에서 주도하는 조사가 어떻게 방해를 받을 수 있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관련 법 문제도 있었겠지만 지자체부터 정부까지 사전 조치를 해놓고 떳떳하게 조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시간 죽이기만 계속됐다. 절실한 건 주민들뿐이었다.

Q. 우여곡절 끝에 역학조사는 진행됐는데.

이미 장점마을 주민들이 피해를 받으면서 수년이 지났는데 2017년에 역학조사에 돌입했다. 그 와중에 미광이라는 업체가 금강농산을 경매로 낙찰 받아서 공장의 주인이 됐고 역학조사에 증거물이 될 수 있는 환경오염 시설을 처분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었다. 정말 관련 법이 이렇게 허술한지, 환경오염을 일으킨 기업에 대해 정부가 이렇게 힘을 못 쓰는지 처음 알았다. 정말 피를 말리는 시간이 계속됐다. 

Q. 금강농산 공장이 폐쇄된 이후 상황은 수월했나?

우선 발암물질이 더 발생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겠지만 실질적으로 더 초조한 시간이 흘렀다. 가뜩이나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발암물질도 반감기라는 게 있는 상황에서 조사를 하는데 수시로 시간이 지연됐다. 심지어 수개월씩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지자체와 정부는 법의 미비를 거론하지만 이것은 분명 행정부 안일함의 결과다. 무엇보다 행정당국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려는 의지를 볼 수 없었다.

Q. 결국 인과관계가 인정됐다고는 하지만 역학조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지자체와 정부가 문제를 인지하는 것부터 정말 오래 걸렸는데.

지자체나 정부가 마을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았다. 오죽하면 이 나이에 항상 울고 싶은 심정으로 보냈던 기억이 있다. 대략 2009년, 2010년도에 주민들이 가장 많이 죽었다. 2017년 이후에도 추가로 암 환자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마을주민 33명에게 암이 발생했고 17명이 돌아가셨다. 16명은 투병 중이다. 심지어 금강농산 대표도 암으로 사망했고, 암으로 투병하는 직원들도 있다. 해당 공장이 2001년도부터 시작했고 이미 그때부터 엄청난 연기가 났다. 진짜 주민들은 송장 태우는 냄새가 난다고 말할 정도였다.

Q. 전북과 익산시는 어떻게 대응했나?

연기와 냄새뿐만 아니라 오염된 물들이 저수지로 흘러 들어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어떤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북과 익산시가 결과가 나오면 조치를 하겠다고 했고 이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니 조치를 취한다고 하는데 이런 것이 과연 행정이라고 할 수 있나? 물고기 집단 폐사시에도 익산시와 전북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사람에 유해한 물질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그 와중에 전북도지사가 금강농산에 우수환경상을 주는 촌극이 벌어지기까지 했으니 정말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최재철 익산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 (송철호 기자)
최재철 익산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 (송철호 기자)

Q. 앞으로의 주요 행보를 소개해 달라.

소송에 집중할 거다. 이미 변호사를 선임했다. 전라북도 민변 변호사들 10여명이 소송업무를 진행할 거다. 소송 대상은 당연히 익산시, 전북, 환경부, KT&G다. 행정 안일함을 보였던 해당 지자체는 물론, 환경부, 그리고 금강농산에 연초박 재료를 공급한 KT&G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Q. KT&G는 법과 규정을 지켰다고 주장을 하던데.

법과 규정을 지켰기 때문에 자기들은 잘못이 없다고 하는데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연초박 속에 뭐가 들어있나? 1급 발암물질 26여가지가 들어있고 7000여가지 독성물질이 들어있다. 그것을 15년 가까이 하루에 10톤 정도씩을 시골 산속에 위치한 금강농산에 처리를 한 거다. 이 금강농산이 비료업과 폐기물업을 같이 등록하고 영업을 했기 때문에 KT&G는 폐기물 처리하듯 거기다 버렸다는 거다.

Q. KT&G 관리책임을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나?

아무리 KT&G가 관리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위험한 물질을 지방 작은 기업에 아무 기준 없이 공급할 수 있나? 심지어 금강농산 외 다른 지역 기업들에도 공급했다고 하니 정말 걱정이다. 그들 말대로라면 연초박을 무슨 재활용 분리수거 하듯 가볍게 버렸다는 건데 이게 사회적 책임이 있는 거대 기업이 할 수 있는 태도인가? 정말 15년 가까운 세월동안 폐기물을 처리하면서 이게 비료로 쓰였다는 걸 전혀 몰랐다는 것인가?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반인들이 피우는 담배는 필터가 있지만 장점마을 주민들은 필터 없는 담배를 수년간 매일 24시간 입에 가득 물고 지낸 거다. 이런 소송을 하는데 자칫 10년 가까이 걸리는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소송 끝나면 해당 주민들은 다 죽고 없을 수도 있다. 정부가 나서서 주민 이주대책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낙연 총리도 직접 사과를 했고 장점마을 특별법도 곧 만들어 질 것 같은데 더 이상 장점마을 같은 처참한 환경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이 사안은 무조건 현 정부에서 해결한다고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추진하길 바란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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