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대책위원회 전북도청서 기자회견

[그린포스트코리아 주현웅 기자] 암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해 논란이 된 장점마을(전북 익산시 함라면) 주민들이 담배회사인 KT&G에 책임을 촉구했다.

장점마을주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30일 오전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G는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발생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담배폐기물인 연초박이 적법하게 처리됐는지에 대한 사법기관의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지역 의회에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밀조사 실시를 요청했다.

장점마을은 그동안 80여명의 주민들 가운데 약 30명이 암에 걸려 이미 17명이 사망했다. 인근 비료공장 ‘금강농산’의 방만한 폐기물관리가 사태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현재 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조사가 진행중이다.

금강농산에서는 과거 7년간 KT&G가 배출한 담배폐기물 ‘연초박’을 수천톤 취급했다.('집단암 원인' 의심 비료공장에 담배폐기물 수천톤 반입 <그린포스트코리아> 1월 17일 보도)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이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마을의 집단 암 발병과 관련해 KT&G에 책임을 촉구 했다.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이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마을의 집단 암 발병과 관련해 KT&G에 책임을 촉구 했다.

 

이날 대책위는 연초박이 집단 암 발병 원인과 무관치 않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의뢰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환경안전건강연구소의 중간조사 결과, 마을에 침적한 먼지 등에서 TSNA(담배특이니트로사민)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대한가정의학회에 따르면 TSNA는 담배에만 존재한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오래 노출되면 폐암, 구강암, 식도암, 췌장암, 방광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고온상태에서 연소나 건조 시에 발생한다는 TSNA가 검출됐다는 것은 연초박에 열이 가해졌다는 증거”라며 “일반 담뱃잎과 성분이 동일한 연초박에 고열이 가해짐으로써 주민들은 오랜기간 굴뚝 채 담배를 펴온 셈”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KT&G는 금강농산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적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책위는 이날 KT&G의 실사 여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실사가 있었더라도 부실하게 이뤄졌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책위는 “KT&G는 공정상 고열처리가 없는 ‘퇴비’ 목적으로 금강농산에 위탁처리를 맡겼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2003~20017년 초까지 금강농산에서 근무한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공장은 퇴비를 생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강농산은 연초박을 보관시설이 아닌 공장 밖에 야적해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2016년 익산시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적 있다”면서 “KT&G가 수탁업체의 처리 능력을 살피지도 않고 폐기물을 위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또 “금강농산은 또 대기오염물질 방지시설인 세정탑이 제 기능을 못 하는가 하면, 폐수와 폐가스를 재활용해 고농도 악취에 따른 행정처분도 수차례 받았다”며 “연초박의 적정 처리 여부도 확인 안 하고 위탁계약을 한 KT&G는 집단 암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철 대책위 위원장은 “KT&G는 연초박 배출자로서 위탁업체가 적정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니냐”며 “주민들이 사는 마을에서 담배 특이발암물질이 검출된 이상 KT&G도 노력을 다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대책위는 사법기관이 나서 연초박 처리의 적법성을 수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29일에는 익산시의회에 ‘장점마을 특위’ 구성도 요구했다. 

chesco12@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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