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주민들 집단 암 발생
그릇된 규제 완화와 대규모 주민 피해
인간의 욕심과 과실로 빚어낸 사건·사고들

연초박으로 주민 22명이 암에 걸려 17명이 사망한 장점마을.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연초박으로 주민 22명이 암에 걸려 17명이 사망한 장점마을.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김동수 기자] 대한민국 전역이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마을 주변 공장과 각종 시설에서 다량의 유해물질이 배출돼 마을 사람들이 집단으로 암에 걸리거나 각종 질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어떤 곳은 주거환경 부적합 판정을 받기도 했으며 어떤 곳은 그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정부의 건강영향평가가 조사 중이기도 하다.

단순히 인체에 악영향을 준 환경오염뿐만이 아니다. 일상생활에 필수인 수돗물에서 적수가 흘러나오는가 하면 외신 보도를 통해 세계적 망신살을 뻗친 높이 10m 쓰레기산까지 전국 곳곳에 각종 환경오염이 즐비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들의 환경에 관한 관심도 예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와 함께 전국 곳곳에 현재 진행 중이기도 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린포스트코리아가 전국 곳곳에 발생한(대부분은 현재 진행 중인) 각종 환경오염 문제와 그 심각성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본다.

◇ 마을 주민들 집단으로 암 발생…사월마을·청주시 북이면·장점마을

환경오염의 가장 심각한 점은 역시나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발생한 3곳 마을의 집단 암 발병. 해당 마을의 주변에는 각종 유해시설이 존재했고 그릇된 인간의 욕심이 있었다.

‘쇳가루 공포에 떠는 죽음의 마을’인 인천시 검단 사월마을의 주민 8명은 암으로 사망했다. 주민 60%가 호흡기 질환과 피부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2가구가 거주 중인 마을에 공장은 무려 165개에 달했다. 지난해 11월19일 환경부는 2년간 진행해온 사월마을의 주거환경 적합성 평가와 주민건강영향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중금속 농도가 인근 마을에 비해 4배나 높아 주거환경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전국 유일의 마을이 됐다. 다만 당시 조사 결과는 암 발병이 주변 환경과 관련이 있다고 어렵다고 밝혔다.

‘소각장 주변 주민 45명이 암’으로 고통 받고 있는 청주시 북이면. 2019년 기준 북이면에는 4774명 주민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은 면 단위 행정 지역 반경 2km 이내에 무려 3개의 소각장이 존재한다. 지난해 북이면 주민협의체는 소각장 주변 19개 마을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 최근 10년 동안 폐암, 후두암 등 암 질환으로 사망한 주민이 6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청원보건소의 2018년 12월 집계도 북이면 거주 재가 암 환자(45명)가 전체 청원구 재가 암 환자 199명 중 22.6%를 차지했다. 현재 환경부는 건강영향조사를 벌이고 있다. 소각장과 암에 대한 인과관계 결과는 내년 2월쯤 발표 예정이다.

‘작은 시골에 발생한 연초박의 재앙’ 90여명이 사는 작은 시골 마을인 장점마을. 주민 22명이 암에 걸려 17명이 사망했다. 그 이유는 바로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이다. 장점마을에 비료공장이 들어선 2001년부터 2017년까지 2전체 암 발생률은 일반지역보다 1.99배 높았다. 피부암을 11.6배, 담낭 및 담도암은 15.24배에 달했다. 금강농산이 퇴비로만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불법적으로 유기질 비료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휘발돼 영향을 끼친 것이다. 검출된 발암물질은 연초박에 함유된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 등이다. TSNAs에 함유된 NNN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PAHs도 폐와 피부에 암을 발생시키는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포함돼 있다. 

◇ 잘못된 규제 완화 및 대규모 피해…김포 거물대리·대산 석유화학단지·인천 붉은 수돗물

‘잘못된 공장입지규제 완화로 주택과 공장 혼재’된 김포시 거물대리와 초원지 지역은 2013년부터 주민 건강 피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수많은 주물공장이 들어선 이곳은 과거부터 마을 주변 소규모 공장이 법망을 피해 배출한 중금속 등으로 기형 개구리가 발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이 지역은 역학 조사결과 전체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 2.33배, 암 사망률 2.5배, 폐암 발생률 전국 평균 대비 5.12배에 달할 정도였다. 해당 지역 주민 21명은 2106년 말에, 9명은 2017년 초에 피해 구제를 신청했다. 결국 이곳 주민 8명은 정부로부터 환경오염피해 구제를 받았다.

‘매해 사건·사고 끊이질 않는 탄약고’인 서산시 대산석유화학단지는 각종 유해물질이 유출돼 주민들이 피해를 본 대표적인 산업단지다. 특히 최근 롯데케미칼 나프타분해공정(NCC) 폭발 사고로 주민과 근로자 50여명이 다쳤고 상가와 주택 일부가 부서지는 등 약 1951건의 피해가 접수돼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이곳은 2018년 1월 롯데케미칼 대산 BTX 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 5톤가량 누출된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한화토탈에서 유증기가 이틀 동안 유출됐다. 당시 사고 원인은 스틸렌모노머 공정 옥외 탱크에서 유증기가 분출됐다. 스틸렌모노는 스티로폼 등의 원료가 되는 액체 물질로 기체로 잘 변하는 특성이 있다. 사람이 이를 마시면 어지럼증과 구토, 피부 자극 등이 발생한다. 이 사고로 주민과 근로자 등 327명이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다. 또한 특별 합동점검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 ‘불법 배출시설’ 설치 등 법 위반 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수돗물에서 붉은 물’이 흘러나온 인천시 붉은 수돗물 사태는 피해자만 63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5월 30일 처음 발생한 해당 사태로 피부질환과 위장염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결국 박남춘 인천시장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이 사과하고 대응에 나섰다.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서울 문래동을 비롯해 경기도 광주, 충북 청주 등 전국적으로 붉은 수돗물 문제가 연속해 터지면서 수돗물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 인간의 욕심과 과실로 빚어낸 사건·사고들

인근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악영향을 준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욕심이 처치곤란 쓰레기산을 만들고 대기오염 배출까지 조작해 환경오염을 심화시킨 사건도 있다.

‘국제적으로 망신당한’ 의성군 쓰레기산은 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한적한 농촌 마을에 위치해 있다. 한국환경산업개발 전 대표 부부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폐기물처리업체를 운영하면서 허용량의 170배에 달하는 17만2800톤의 폐기물을 쌓아 방치한 것. 약 4만㎡의 부지에는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진동했고 2018년 쓰레기산에서 발생한 화재는 겹겹이 쌓인 폐기물 때문에 잔불 진화가 어려워 51시간 만에 완진 됐을 정도다. 해당 폐기물은 서울과 경기, 경북, 충남 등 전국 각지에서 전 대표 부부가 톤당 10만원의 처리대금을 받고 쌓아둔 것이다. 단돈 10만원의 욕심이 의성 쓰레기산을 낳았다. 또한 이곳은 낙동강과 직선거리로 80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침출수 등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다.

‘설계상 과실, 즉 인재(人災)’로 발생한 이른바 강릉 수소탱크 폭발 사고. 지난 5월 23일 오후 6시 22분쯤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공장 외부에 설치돼 있던 수소탱크 4기가 모두 폭발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사고 당시의 3300㎡ 규모의 건물은 폭발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고 사고 지점에서 7~8km 가량 떨어진 곳까지도 폭발음이 들릴 정도였다. 검찰 수사 결과, 설계에서부터 시공,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복합적 과실이 폭발사고를 부른 것으로 확인됐다.

거제시 둔덕면 농지조성지. 해당 지역은 철강 슬래그 매립으로 강알카리성 침출수가 발생됐다. (사진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페이스북)/그린포스트코리아
거제시 둔덕면 농지조성지. 해당 지역은 철강 슬래그 매립으로 강알카리성 침출수가 발생됐다. (사진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페이스북)/그린포스트코리아

‘농지조성지에 철강 슬래그(찌꺼기) 매립으로 염기성 침출수가 발생한’ 거제시 둔덕면은 새우양식장을 메워 8만732㎡ 규모의 농경지를 만드는 사업이었다. 2017년 1월17일 낙동강환경청 협의를 거쳐 거제시는 다음 달 2일 수산자원보호구역 행위 허가를 내줬다. 이곳은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약 900m 떨어진 수산자원보호구역이다. 하지만 사업자는 당초 계획된 양질의 매립재가 아닌 철강 슬래그를 매립했다. 2018년 2월27일부터 5월28일까지 광양제철소 철강 슬래그 9만3940㎡를 매립한 것. 인근 어업인들은 철강 슬래그 매립장에서 흘러나온 강알카리성 침출수로 인해 양식업의 기초가 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배양되지 않고 굴 채묘가 부진하는 등 어업손해를 입고 있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환경단체 역시 철강 슬래그 매립으로 발생한 웅덩이 침출수가 수소이온농도(기준치 ph9.8 이하)가 12.9로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매립한 철강 슬래그를 걷어내고 토사를 다시 매립하라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환경단체에 따르면 아직까지 강알칼리성 침출수가 계속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환경지도.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대한민국 환경지도. (그래픽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kds0327@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