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마을 '연초박 악몽'은 현재진행형...끝내 대답않은 KT&G
장점마을 '연초박 악몽'은 현재진행형...끝내 대답않은 KT&G
  • 이재형 기자
  • 승인 2019.09.26 21: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 26일 KT&G 사옥 항의 방문
10년간 피해에 응답 없어...도의적 책임 촉구
KT&G관계자, "적법하게 연초박 처리" 원론만 되풀이
장점마을 주민들이 KT&G에
장점마을 주민들이 KT&G에 집단암 발병 사태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전했다.(이재형 기자) 2019.9.26/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재형 기자] “KT&G는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에 공식 사과하고 책임져라!”

집단 암발병에 시달리고 있는 익산 장점마을의 주민 50여명이 26일 서울 강남구 KT&G 사옥을 항의방문하고 성명서를 전했다. 버스를 대절해 이른 아침부터 올라온 주민들은 오전 11시부터 2시간 넘게 목청을 높였건만 이날도 아무런 응답도 듣지 못한채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10년간 이어진 제도권과 기업의 침묵에도 이들이 나선 이유에는 지금도 진행 중인 연초박의 악몽이 있다. 

담배 생산 시 나오는 찌꺼기인 연초박은 현재 퇴비나 비료로 재활용되고 있다. 공정에서 부산물로 다시 수익을 내는 것이다. 익산시에 위치한 비료공장인 금강농산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KT&G 신탄진 공장에서 나온 2242톤의 연초박을 납입해 이중 일부를 비료 생산에 사용했다.

문제는 비료 생산 중 고열에 찌면서 발생한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이 일대에 퍼진 사실이다. 특히 장점마을 가옥과 공장내부에서 검출된 NNN‧NHK는 TSNAs 중에서도 1급 발암물질로 인체에 치명적이다.

금강농산은 2년전 부도로 문을 닫았지만 지금도 일대 주민들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도 암환자가 1명 늘어 80명 주민 중 피해자는 33명까지 늘었으며, 이중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날 촉구대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공장 주변에서 주민들이 밭일을 하다가 구토하며 쓰러지고, 명절에 찾아온 자식들이 악취에 잠을 못 잤다. 5년 전에 남편마저 잃었다. 주민들의 삶이 이렇게 망가졌는데 이런 고통을 높은 건물에 앉은 당신들은 아는가”라고 말했다.

따로 저장소를 마련하지 않고 연초박을 쌓아 놓다보니 비오는 날엔 젖은 연초박에서 나온 유해물질이 하수로 유입되면서 인근 소류지의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기도 했다. 청정마을이 쏟아지는 발암물질에 오염되자 주민들도 행동으로 옮겼다. 공장 앞에서 시위를 하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피해를 호소했다. 그렇게 싸웠지만 아무 응답 없이 10년이 흘렀고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26일 항의 방문에서 (이재형 기자) 2019.9.26/그린포스트코리아
26일 항의 방문에서 주민들이 가져온 연초박의 모습.(이재형 기자) 2019.9.26/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6월에는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마을 가옥과 공장 내부에서 TSNAs가 검출됐다는 역학 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민들의 피해사실이 입증되는 듯 했다. 그러나 KT&G측은 인과관계 해석에 한계가 있다며 다시 한발 물러선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날 주민들은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 KT&G 책임 촉구 성명서’를 전했다. 주민 피해에 대한 KT&G의 공식 사과, 피해대책 마련, 금강농산에 매각한 연초박 내역 공개 등을 요구했다. 

당초 주민들은 KT&G 관계자와의 면담을 요청하고 서울에 올라왔으나 잠시 성명서를 받을 때를 제외하면 집회가 끝나도록 KT&G 책임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KT&G는 기자에게 “연초박을 법령상 기준을 갖춘 폐기물 처리시설인 비료공장을 통해 적법하게 처리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익산시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지켜보겠다”라며 선을 그었다.

주민들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적했다. KT&G가 판 연초박에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법을 근거로 면피한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KT&G는 연초박을 찌면 발암물질이 나올 것은 뻔히 알았을 것이다. 우리들이 10년간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료공장에 대한 아무런 관리나 경고 없이 방기해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장점마을 주민들이 (이재형 기자) 2019.9.26/그린포스트코리아
장점마을 주민들이 KT&G의 책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재형 기자) 2019.9.26/그린포스트코리아

장점마을을 매듭 짓지 않으면 또 다른 피해가 잇따르리란 지적도 많다.

권태홍 정의당 익산시위원회 위원장은 “KT&G가 올해 상반기에 국내에서 담배 목표 판매량을 초과달성했는데 그 과정에서 추가 발생한 연초박은 다 어떻게 처리했을지 궁금하다”면서 “장점마을 주민들은 필터도 없이 10년간 담배를 피운 셈인데 같은 일이 재발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며 제 2의 피해지역이 나올 가능성을 지적했다.

권 위원장은 이어서 “담배찌꺼기가 나오면 (장점마을이 아닌) 어디로 가든 피해 없이 처리해야 하며, 의도치 않게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나와서 피해자들과 상의를 하고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야 맞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날 장점마을 주민들은 성명서를 전달하면서 KT&G의 성의 있는 답변을 당부했다. 10월에는 기자간담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silentrock91@greenpost.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