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마을의 눈물] '연초박 처리의 정석'...법 뒤에 숨은 KT&G
[장점마을의 눈물] '연초박 처리의 정석'...법 뒤에 숨은 KT&G
  • 송철호 기자
  • 승인 2019.12.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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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암발병 장점마을 비료공장 인과관계 명확
KT&G 책임소재 갈등 심화...논문·동종업계 사례확인
문제의 금강농산 연초박. (사진 그린포스트 DB)/그린포스트코리아
문제의 금강농산 연초박. (사진 그린포스트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송철호 기자] 현행 폐기물 처리규정은 연초박을 퇴비로 사용할 경우 반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가 된 익산 비료공장 (유)금강농산은 이 연초박을 유기질비료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380도 고열로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발암물질을 배출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담배를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초박 겉이 타면서 발암물질을 유발시키는 것.

피해자인 장점마을 주민들은 환경부 역학조사를 통해 연초박이 암을 유발시키는 직결요인으로 판명된 만큼 전국 연초박 반입 업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환경오염실태를 즉각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연초박은 건조과정뿐만 아니라 퇴비로 사용할 때도 발암물질이 나올 수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온 만큼 이후 연초박 반출 자체를 금지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금강농산이 연초박을 퇴비 원료로 사용하지 않고 불법으로 300도 이상 가열 건조공정이 있는 유기질비료 원료로 사용했고, 이 건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발암물질 TSNAs(담배특이니트로사민)와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대기 중으로 비산돼 장점마을 주민들을 집단으로 암에 걸리게 만들었다는 게 환경부 역학조사 최종 결과다.

장점마을 역학조사에서 검출된 것처럼 담배 니코틴에서 생성되는 TSNAs 종류인 NNN과 NNK는 국제암연구소와 미국 EPA에서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폐암, 구강암, 간암, 식도암, 췌장암, 피부암 등 다양한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 해외 논문 사례, 이미 연초박 위험성 나와있어

특히 실제 연초박을 퇴비원료로 사용했을 때 위험성을 지적하는 해외 논문도 확인됐다. 세계적으로 공신력이 있는 학술지인 ‘농식품화학저널’ 2013년 11월호에는 이미 연초박 퇴비원료의 위험성을 다룬 논문(제목 : 담배 저장기간 TSNAs 성분변화와 담배 구성에서 질산염 수준에 대한 온도 효과)이 게재돼 있는 것.

세계적으로 공신력이 있는 학술지인 ‘농식품화학저널’ 2013년 11월호에는 이미 연초박 퇴비원료의 위험성을 다룬 논문(제목 : 담배 저장기간 TSNAs 성분변화와 담배 구성에서 질산염 수준에 대한 온도 효과)이 게재돼 있다. (논문 요약 부분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적으로 공신력이 있는 학술지인 ‘농식품화학저널’ 2013년 11월호에는 이미 연초박 퇴비원료의 위험성을 다룬 논문(제목 : 담배 저장기간 TSNAs 성분변화와 담배 구성에서 질산염 수준에 대한 온도 효과)이 게재돼 있다. (논문 요약 부분 캡쳐)/그린포스트코리아

이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연초박 내 TSNAs는 보관(저장) 장소 온도가 높을수록, 연초박 내 질산염 농도가 증가할수록 생성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돼 있다. 이것은 가열 건조공정뿐만 아니라 여러 유기성 폐기물을 혼합해 퇴비화 발효 공정에서도 TSNAs가 배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부산물 퇴비는 여러 식물성 잔재물, 축분 등 혼합·발효시키는 공정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미생물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온도가 최대 70℃ 이상 상승하며 교반작업과정에서 강한 악취가 발생한다. 부산물 퇴비를 생산하는데 연초박을 혼합 원료로 사용했다면 발암물질인 TSNAs가 악취와 함께 배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폐기물관리법과 비료관리법이 담배 제조 부산물인 연초박을 재활용이 가능하고 부산물 퇴비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담배 제조공정에서 발생되는 연초박은 이미 TSNAs 등 발암물질이 일정 정도 포함된 상태기 때문에 퇴비 작업장 노동자와 사업장 주변 주민들 건강훼손, 퇴비사용으로 인한 토양오염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사용을 중단시키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민관협의회 민간위원 손문선 좋은정치시민넷 대표는 “이 논문은 축산분뇨·톱밥 등과 함께 부숙·발효하는 과정에서 70~80℃로 상승하는 연초박이 발암물질을 발생시킬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며 “유해성이 검증된 연초박을 퇴비원료로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도 “정부는 장점마을 사후대책(주민건강모니터링·제도개선 등)을 철저히 이행하고 가해기업 KT&G 처벌도 반드시 이뤄져야한다”며 “그간 고통을 받다가 세상을 먼저 떠나신 분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표하는 한편, 현재 질병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께도 이번 역학조사 결과가 위로가 되고 더 나아가 보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이 KT&G 사옥 앞에서 책임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이 KT&G 사옥 앞에서 책임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송철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동종업체 연초박 처리현황, 그리고 차이점

KT&G는 연초박을 퇴비업체에 판매방식으로 공급해왔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KT&G에서 연초박을 유기질비료 원료와 농촌진흥청 고시에 근거한 퇴비원료로 공급한 물량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13개 업체 5400여톤에 달한다.

현재 국내 연초박은 KT&G와 한국필립모리스에서 나온다. KT&G는 신탄진 등 국내 4개 공장에서 나오고 한국필립모리스는 지난해까지 연초박을 해외로 전량 내보내고 있다.

취재 결과, KT&G는 2013년부터 5년간 전북 익산 금강농산을 비롯해 △전북 익산, 완주 △전남 무안 △강원 횡성 △경북 상주, 성주, 김천 △충남 부여 △충북 보은 등의 비료업체에 연초박을 위탁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공장에서 연초박을 퇴비로 사용하지 않고 가공과정을 거쳐 비료로 만들었다면 금강농산처럼 발암물질이 배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KT&G 측에 좀 더 구체적인 최근 연초박 처리현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지만, 기존 원론적인 답변 외에 유의미한 내용을 추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지난해까지 연초박을 해외로 전량 내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필립모리스 연초박 처리현황에 대해 확인을 해봤다. 

김동원 한국필립모리스 부장은 “먼저 당사는 연초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제조과정에서 잘게 생성된 담뱃잎 가루라고 부르고 있는데, 올해 7월까지는 이 담뱃잎 가루를 재활용설비를 확실하게 갖추고 있는 해외공장으로 전량 수출했다”며 “그러다 올해 8월부터는 멘솔 함유 담뱃잎 가루에 대해서는 국내 전문처리 업체에 위탁해 안전하게 소각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이어 “해외에서 생산되는 제품 특성을 고려했을 때 멘솔 제품 담뱃잎 가루를 더 이상 활용하지 않게 돼 멘솔 함유 담뱃잎 가루는 국내에서 소각하게 됐다”며 “국내에서도 유해성분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전문 소각업체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안전성을 확보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한국필립모리스는 연초박 판매분을 해외로 전량 내보내고 있었고, 특히 재활용설비를 확실하게 갖추고 있는 공장을 활용해 처리하고 있었다. 국내에서 처리하게 된 멘솔 함유 연초박의 경우에도 판매가 아닌 소각처리를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필립모리스는 ‘재활용설비를 확실하게 갖추고 있는 해외공장’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는 등 연초박을 단순히 판매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판매를 해도 문제가 없는 공장인지 확인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KT&G측은 금강농산이 연초박 처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 지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연초박 판매 시 적법한 과정을 거쳐 판매 했으며, 구매한 공장에서 어떠한 불법을 저지르는 지는 공장을 관리 감독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연초박 판매는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연구결과와 논문을 봤을 때 연초박은 제조과정뿐만 아니라 보관과정 자체에서도 발암물질이 생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돼 있는 상황에서 KT&G측의 무분별한 연초박 판매는 책임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정계뿐만 아니라 각계에서  KT&G의 연초박 관리책임이 거론되는 이유다.   

수십 년간 담배를 판매하고 그 연초박을 처리했던 기업이 각종 연구결과에도 나와 있는 연초박의 위험성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면 '가해기업'이라는 오명을 피해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song@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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