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중에는 석유와 석탄 가스를 땅에서 캐서 파는 화석연료 기업들이 있어요. 이런 기업들 108개가 내뿜는 온실가스 양이 세계 전체 배출량의 70%에 이르고 이 중 제일 큰 20개 회사의 배출량은 35%를 차지지한다고 하네요. 문제는 기후위기에 책임이 큰 이런 기업이 아직도 환경을 생각하는 시늉만 할 뿐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 투자 기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만든 협의체인 ‘기후행동 100+(Climate Action 100+)’가 관리하는 전 세계 300개 기업과 150개 산업협회 중 91%의 기업이 파리협정에 맞지 않는 로비를 하는 산업협회에 가입해 있거나 기후위기 대응을 미루기 위한 로비를 벌였습니다. 주로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산업이 반(反)기후위기 로비를 하고 있었고 자동차, 화학, 시멘트, 철강, 수송 등의 산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해요.” -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권승문·김세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中, 170~171쪽.

“지구가 불타고 가계가 쪼그라드는 가운데 화석연료 기업들은 보조금과 횡재 이익으로 수천억 달러의 돈방석에 앉았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가 점점 심해지는 것과 관련해 “오염 유발자들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모든 선진국들에게 화석연료 기업들의 횡재 이익에 세금을 부과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른 영향으로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의 시름은 깊어지는데, 석유와 가스 등을 내다 파는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석유·천연가스·석탄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초과 이익을 대상으로 거둔 세금은 기후 위기 피해가 심각한 나라들, 식량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횡재세(windfall profits tax)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초과 이익)을 낸 기업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뜻밖에 굴러들어 온 행운인 횡재에 대한 세금이라는 의미다. 기후위기와 에너지위기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 엑슨모빌은 지난 2분기에 178억 5천만 달러(25조원)라는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셰브론과 셸 등 세계 5대 석유기업이 2분기에 벌어들인 돈은 600억 달러(84조6천억원)에 달했다.

유럽연합(EU)은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4일 EU 집행위원회는 발전사와 가스·석유 기업의 초과이익에 횡재세를 매겨 1400억유로(약 194조원)를 거두는 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발전사 수익은 1메가와트시(MWh)당 180유로(25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한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가스와 석유기업들도 올해 지난 3년간 평균 이익보다 20% 이상 이익을 내는 경우 이 중 33%를 연대세로 내야 한다.

일부 유럽 국가는 이미 횡재세를 도입했다. 영국은 지난 5월부터 석유·가스 기업에 초과이윤세율 40%를 포함한 65%의 법인세를 부과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500만 유로 이상의 이익을 낸 에너지 기업에서 25%의 세금을 추가로 거뒀다. 스페인은 은행과 에너지 기업에 2년간(2023~2024년) 한시로 초과이윤세를 부과해 70억 유로(9조7천억원)를 거둬들이겠다고 밝혔다. 헝가리도 올해와 내년에 에너지 기업 외에도 보험사, 항공사 등에 초과이윤세를 부과해 총 8천억 포린트(2조7천억원)를 걷기로 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이윤율이 10%를 넘어서는 석유회사에 대해 추가로 21%의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국내 정유사들도 유가가 치솟으면서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총12조3203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조8995억원)보다 216% 증가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정유 4사가 2016년에 기록한 역대 연간 최대 영업이익(7조8736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정치권에선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석유정제업자가 직전 3개 사업연도의 평균 소득에 비해 5억원 이상 초과 소득이 발생할 경우 초과 소득의 20%를 법인세로 추가 납부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지난 1일 석유 사업자들에게 한시적 초과 이득세를 부과하는 ‘한국형 횡재세 법안’을 발의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직접 시추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국내 업계는 사정이 다르다고 반발한다. 원유를 직접 시추하는 글로벌 석유기업은 국제유가가 오른 만큼 그대로 수익이 늘어나지만, 국내 정유사는 해외에서 원유를 100% 수입한 뒤 정제해 휘발유와 경유 등을 만들어 그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기 때문에 횡재세가 도입되면 국제 정유업계의 수출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환경·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기후정의동맹은 ‘민자 발전사와 정유사, 횡재세 도입 필요합니다!’라는 서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기후위기 시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어야 한다”며 “에너지 가격에 대한 완전한 정보공개, 전쟁과 외부환경 변화로 부당하게 누리는 초과이익에 대한 환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알고 중요한 문제인지는 알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렵다는 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가 지은 책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문제가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함께 만들고 살아갈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일요일, 책에서 나오는 주요한 내용을 발췌하고 핵심 단어를 선정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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