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2018년 기록적인 폭염으로 기후위기를 체감하게 되었지요. 2018년 폭염으로 48명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자 대부분은 노인이었는데, 노인층은 빈곤율이 높은 데다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도 많아 폭염에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토목·건설 현장 등 폭염에 노출된 작업장도 온열질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장소였지요. 따라서 기후위기 대책을 마련할 때는 기후위기에 더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고 기후위기의 책임과 관련된 부정의, 불평등을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권승문·김세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中, 35쪽.

올해에도 지구촌 곳곳은 때 이른 폭염에 고통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북반구에 있는 대부분 나라들이 폭염에 휩싸여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일부 지역은 이미 40도를 훌쩍 넘어섰고, 프랑스의 일부 시 당국은 야외 활동을 아예 금지했다. 미국도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면서 16개 주에 폭염 경보가 내렸고 주민들에게 더위를 피해 집에 머물라고 권고했다. 중국에서도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면서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령이 떨어졌다. 

폭염은 예전보다 더 많이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자주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월 미국 기상학회(AMS)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5~9월 북반구에서 최소 한 번의 대규모 폭염이 일어난 평균 일수는 1980~2010년대 사이 73일에서 152일로 2배가량 늘어났다. 만약 지금과 같이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2060년에는 폭염에 따른 영향이 1981~2010년과 비교해 5배나 더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지구 기온이 2도 이상 올라가면 극심한 더위로 10억 명이 고통받게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폭염은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한 극단적인 이상기후 현상 중 하나다. 최근 폭염을 일으키는 대표적 현상은 열돔(heat dome)이라고 한다. 열돔은 고기압이 한 지역에 정체돼 뜨거운 공기가 갇히면서 가마솥더위가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폭염을 몰고 오는 열돔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관측된다. 특히 열돔 현상은 점점 더 자주 강하게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970년에서 2019년 동안 기후변화 문제로 숨진 200만 명 중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8만 5천 명으로 거의 10%를 차지한다. 이중 절반은 2010년에서 2019년 사이에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특히 1980년에서 2022년 기간 기후 관련 사망자 중 폭염 때문인 경우가 무려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은 경제적 손실도 발생시킨다. 유럽환경청(EEA)은 32개 유럽 국가에서 1980년에서 2000년 동안 폭염에 따른 비용이 270억~700억 유로(36조~93조 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2003년에서 2018년 기간 유럽에서의 폭염이 국내총생산(GDP)을 0.3%에서 0.5%까지 떨어뜨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폭염은 농업에 타격을 줘 식량위기로 번질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2019년 옥수수 농사가 9% 줄었고, 밀은 10% 감소했다. 올해에는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 밥상 물가도 치솟고 있다. 

최근 기후위기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과학자들은 이제 폭염을 어떤 기준으로 정의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의 기준으로 폭염을 정의하면 앞으로는 폭염이 아닌 날이 없는 세상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제사회가 지속 가능한 냉방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폭염과 냉방의 악순환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제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알고 중요한 문제인지는 알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렵다는 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가 지은 책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문제가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함께 만들고 살아갈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일요일, 책에서 나오는 주요한 내용을 발췌하고 핵심 단어를 선정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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