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움'의 관계

“‘기후정의’는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러한 부정의를 줄이려는 관점을 말합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역사적 책임은 선진국과 부유층이 크지만, 그 결과는 개발도상국과 빈국,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욱 치명적이에요. 이러한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국가별로 책임과 능력을 다르게 고려해 대응책을 만들고, 빈곤과 사회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도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권승문·김세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中, 45쪽.

기후위기의 책임과 영향은 모든 국가와 계층, 세대별로 다르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이 전 세계 온실가스의 80%를 배출하지만, 가난한 나라가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의 약 75%를 겪는다. 부유한 계층일수록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지만 폭염과 홍수 등 기상이변에 따른 영향은 가난하고 사회적 약자인 이들에게 더 가혹하다.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허용치가 점차 줄어들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그들의 조부모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살 수 없게 되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은 주로 국가별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가늠할 수 있다. 클라이밋워치(Climate Watch)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취합해 데이터와 그래픽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1960년부터 2019년까지의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비교하면, 미국이 22%로 1위, 중국이 16.6%로 2위이며, 러시아가 7.8%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1.3%로 16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위 20위까지의 누적 배출량 비율은 81.2%에 달한다. 기후위기의 책임은 이들 국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학술지 ‘기후변화’에 최근 게재된 ‘역사적 기후 피해의 국가별 책임’이라는 논문은 이들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로 다른 국가들에 끼친 피해를 경제적 측면에서 보여준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1990~2014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로 세계 다른 국가들에 끼친 경제적 손실은 각각 1조9100억달러(약 2536조원)와 1조8300억달러(약 2430조)에 이른다. 또한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들이 이 기간에 미친 경제적 피해는 총 6조달러(약 796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옥스팜과 스톡홀름환경연구소가 계층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1990년에서 2015년 동안 소득 상위 10%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52%에 달했다. 또 소득 상위 1%는 소득 하위 50%가 배출하는 양보다 2배 많이 매출했다. 또한 소득 상위 1%가 배출하는 양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권장되는 배출량의 35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후위기의 책임이 이들 계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영국 기후단체 카본브리프 분석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막으려면 어린이와 청소년(1997~2012년생)은 그들의 조부모(1946~1964년생)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6분의 1 정도만을 배출할 수 있다. 또한 2021년에 태어난 어린이들은 60년 전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폭염은 7배, 산불은 2배, 가뭄과 홍수, 기근은 거의 3배나 더 많은 지구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 4월 28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새로운 사회운동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환경·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이 결성됐다. 이날 출범식에는 석탄화력발전 노동자, 지역농민, 지역 난개발 반대투쟁 주민, 대학생 기후활동가, 성소수자 인권활동가, 사회운동단체 및 진보정당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그리고 지난 6월 16일, 전국 110여개의 단체들이 모여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9월 24일에 서울에서 ‘기후정의행진’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제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알고 중요한 문제인지는 알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렵다는 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가 지은 책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문제가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함께 만들고 살아갈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일요일, 책에서 나오는 주요한 내용을 발췌하고 핵심 단어를 선정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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