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후변화 소송 급증...2,089건 달해
한국 헌법소원 4건..."온실가스 감축목표 불충분"

한국에서는 4건의 기후소송이 진행 중이다. 모두 정부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으로,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제기한 ‘청소년기후소송’, 같은 해 11월 중학생 2명이 제기한 기후소송, 지난해 10월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123명이 낸 기후소송, 그리고 올해 6월 태아를 포함한 어린아이 62명 낸 ‘아기기후소송’ 등이다.(청소년기후행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에서는 4건의 기후소송이 진행 중이다. 모두 정부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으로,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제기한 ‘청소년기후소송’, 같은 해 11월 중학생 2명이 제기한 기후소송, 지난해 10월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123명이 낸 기후소송, 그리고 올해 6월 태아를 포함한 어린아이 62명 낸 ‘아기기후소송’ 등이다.(청소년기후행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관련 소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각국 정부에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제는 화석연료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후소송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국제적인 기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정부를 대상으로 한 4건의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다.

◇ 전 세계 기후변화 소송 급증...2,089건 달해

전 세계적으로 기후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런던정경대 그래덤 기후변화·환경연구소의 집계에 따르면 23일 현재 세계 각국과 국제법정 등에서 제기된 기후소송은 2,089건에 이른다. 이 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기후변화 소송 국제 동향 2022’ 보고서를 보면, 2015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제기된 소송 건수만 1,200여건에 달한다.

보고서는 기후소송은 최근 들어 기후변화에 대한 효과적인 조치를 진행하거나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지연시키는 방법으로써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8년 동안 접수된 1,200여건의 소송 중 4분의 1이 지난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 제출됐다. 

전체 소송 중 미국에서 제기된 소송이 1,476건(70.7%)으로 가장 많았고, 오스트레일리아 125건(6%), 영국과 유럽연합이 각각 85건(4.1%), 캐나다 33건(1.6%), 브라질 29건(1.4%) 뉴질랜드 25건(1.2%)이 뒤를 이었다. 한국에서는 2020년 이후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4건의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다.

기후소송은 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공공정책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으로 제기된다. 기후변화의 악영향에 대응하거나 기후재난과 관련된 손실에 대한 배상 및 보상을 위해 제기되기도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소송 건의 70% 이상은 비정부기구(NGO) 및 개인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했다. 보고서는 미국 외 지역에서 제기된 454건의 소송 결과를 분석한 결과 254건(54%)이 기후변화 대처에 유리한 판결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 네덜란드·독일 등 기후소송 사례들

정부를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기후소송으로는 네덜란드 ‘위르헨다’ 건이 꼽힌다. 이 사건은 네덜란드의 환경단체인 위르헨다재단을 비롯한 900명의 원고인단이 네덜란드 국가를 상대로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제기한 소송이었다. 2019년 12월 대법원은 네덜란드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 감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4월 독일 헌법재판소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명시한 독일 기후보호법이 일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2030년 이후 구체적인 목표와 감축 계획이 없어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긴다는 판단에서다. 현재세대의 온실가스 감축량이 부족할수록 미래세대의 감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러한 행위가 다음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화석연료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송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38건의 소송 중 16건이 화석연료 기업 대상이었고, 나머지 22건은 식품 및 농업, 운송, 플라스틱, 금융 등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으로는 석유기업 ‘로열더치셸’ 건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 네덜란드 헤이그지방법원은 세계 2위 규모의 초국적 석유회사 로열더치셸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줄일 것을 명령했다. 이 소송은 기업에 기후위기의 책임을 물은 첫번째 판결로 주목받았다.

◇ 한국 4건의 헌법소원...온실가스 감축목표 ‘매우 불충분’

한국에서는 4건의 기후소송이 진행 중이다. 모두 정부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으로,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제기한 ‘청소년기후소송’, 같은 해 11월 중학생 2명이 제기한 기후소송, 지난해 10월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123명이 낸 기후소송, 그리고 올해 6월 태아를 포함한 어린아이 62명 낸 ‘아기기후소송’ 등이다. 

네 건 모두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법)’과 시행령 등에 규정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너무 낮아 시민과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와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소속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아기 기후소송단’은 지난 6월 13일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이 아기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 유엔환경계획(UNEP)이 분석한 결과,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보다 7배 이상 더 감축해야 한다. 또한 국제기후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에 따르면, 한국은 국제사회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에 ‘매우 불충분한’ 국가로 분류된다.

smkwo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