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한 사람이 한 달간 버리는 음식물쓰레기의 양은 평균 약 8.3kg이 조금 넘습니다. 생활계 폐기물 중 음식물이 24.7%로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많아요. 2019년 기준이니 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소비가 크게 늘어난 요즘은 그 양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 세계로 시야를 넓히면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전 세계 쓰레기 가운데 44%가 음식물이니까요. 생산된 식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지요. 애초 버려지지 않았다면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 8억 명이 먹고 남았을 것입니다.” -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권승문·김세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中, 164쪽.

세계 인구는 1960년 약 30억명에서 불과 60년 만인 2020년에 약 78억명이 되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이면 세계 인구가 96억명에 달하고, 전 인류를 위한 식량 공급량도 현재보다 50%가량 증가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또한 현재 인류가 먹고 마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 배출량의 31%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식량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온실가스 배출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랩 걸’의 저자이자 지구물리학자인 호프 자런은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곡물이 아니라 공평한 분배”라고 말한다. 이미 충분히 많은 농산물이 생산되고 있으니 공평하게 분배한다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오늘날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칼로리 중 52%만을 사람이 소비하고 나머지 31%는 축산업의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식량이 부족하고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없어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고기를 얻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곡물과 물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기껏 생산된 식량과 음식물들이 수없이 버려지고 있다.

음식물쓰레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도 상당히 많다. 식량의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가운데 24%가 버려지는 식품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운송 과정에서 썩거나 가공 및 보관 방법이 잘못돼 폐기되는 음식이 15%, 낭비로 인해 버려지는 음식이 9%다. 이렇게 버려지는 식품으로 인한 온실가스는 전 세계 전체 배출량의 6%에 해당한다. 

노르웨이 비영리단체 이에이티(EAT)에서 2020년에 발생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식습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가 현재 미국의 식습관대로 음식을 소비한다면 2050년에는 해당 분량의 음식을 생산하기 위해 지구가 5.5개 필요하다. 또한 전 세계가 현재 한국인처럼 먹으면 지구가 2.3개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적으로 폭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이 늘어나면서 ‘식량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지역에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의 영향으로 옥수수, 해바라기, 대두의 생산량이 8~9% 감소해 5년 평균을 훨씬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올해 EU 회원국의 총 곡물 생산량은 작년보다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악의 홍수를 겪은 파키스탄도 식량위기에 직면해 있다. 2억2000만 인구 중 3300만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고 국토의 3분의 1이 침수됐다. 주택과 인프라 피해도 문제지만 주요 농업 부문의 손실은 아직까지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농경지가 침수돼 대부분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고 새로운 농작물 파종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을 겪은 한국도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태풍 ‘힌남노’ 등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농가가 큰 피해를 겪었다. 8일 통계청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전년 같은달 대비 8.4% 상승해 2009년 4월(8.5%)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추석 상차림 비용은 평균 31만7142원으로 지난해보다 6.5% 증가했다.

풍성한 한가위 명절, 추석이 지난 후 늘어난 몸무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명절에는 기후위기와 식량위기, 장바구니 물가, 버려지는 음식물에 대한 고민을 가족들과 친지들, 친구들과 나눠보면 어떨까.

이제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알고 중요한 문제인지는 알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렵다는 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가 지은 책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문제가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함께 만들고 살아갈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일요일, 책에서 나오는 주요한 내용을 발췌하고 핵심 단어를 선정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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