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전환’은 어떤 지역이나 업종에서 급속한 산업구조의 전환이 일어날 때, 그 과정과 결과가 모두에게 정의로워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중략) 석탄화력발전소가 문을 닫으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습니다. 이렇게 일자리를 잃게 될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최대한 줄이고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정의로운 전환’입니다.” -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권승문·김세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中, 45쪽.

2015년 파리협정을 앞두고 국제노동조합연맹(ITUC)은 ‘죽은 지구에는 일자리가 없다’는 슬로건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참석한 각국 정부에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노동단체들의 노력으로 정의로운 전환은 파리협정 전문에 ‘노동력의 정의로운 전환과 좋은 일자리 및 양질의 직업 창출이 매우 필요함을 고려해야 한다’는 문구로 포함됐다.

2018년에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는 ‘연대와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실레지아 선언’이 채택됐다. 실레지아 선언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연대가 정의로운 전환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해 11월에 개최된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유럽연합(EU), 영국,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독일 등은 정의로운 전환 선언을 채택했다. 

정의로운 전환 선언은 전환 과정 노동자들의 새로운 일자리 지원, 사회적 대화와 이해당사자 참여 지원 및 촉진, (저개발국, 개도국 등이) 탄소집약적 경제에서 탄소중립 경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 지역의 포용적이고 좋은 일자리 창출, 특정 산업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지속 가능한 전환 추진, 국가별 정의로운 전환 노력에 대한 정보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포함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정의로운 전환 규정이 포함되었다. 탄소중립 기본법에서는 기후 위기에 취약한 계층 등의 현황과 일자리 감소, 지역 경제의 영향 등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는 지역 및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지원 대책과 재난 대비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30기를 폐쇄하면 노동자 약 8,0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30기 중 24기는 LNG발전소로 전환되지만, 석탄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모두 LNG발전소로 직무 전환이 되지 않는다면 7,935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직무 전환이 가능하더라도 LNG발전소 24기에 필요한 인원이 3,024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내연기관차 판매가 중단되면 기존 자동차산업 관련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피스가 조사한 결과, 국내 자동차산업의 직간접 고용인원은 2018년 기준 약 190만 명으로 우리나라 총 고용인원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직접 고용인원만 36만 3,000명으로, 그중 완성차업계 9만 9,000명, 자동차부품업계가 26만 4,000명이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하게 되면 엔진, 변속기, 연료탱크 등 전기차에는 필요 없는 부품 생산 관련한 일자리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석탄발전소 노동자가 발전소 폐쇄 시기를 모르는 등 기초적인 정보 공유조차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사회공공연구원과 공공운수노조가 최근 발표한 ‘석탄화력발전 비정규노동자의 탈석탄 정책과 고용에 대한 인식조사결과’(전체 유효 응답자 2,003명)를 보면, 82.2%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발전소 폐쇄 시기를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다.

이제는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구현할 사회적 대화 창구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탄소중립 기본법에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정의와 규정을 마련했지만, 실제 필요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논의구조와 계획, 기금 등의 내용이 빠져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가, 기업, 지자체 차원의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탄소중립 기본법과 별개로 하는 노동 관련 법·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제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알고 중요한 문제인지는 알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렵다는 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가 지은 책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문제가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함께 만들고 살아갈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일요일, 책에서 나오는 주요한 내용을 발췌하고 핵심 단어를 선정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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