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는 2011년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파격적인 광고를 통해 자신들의 경영 철학을 보여줬습니다. 당시 매출이 40% 이상 뛰었다는 사실은 다소 아이러니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의 메시지에 소비자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라고 봐도 되겠지요. 실제로 파타고니아에서는 소비자들이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도록 구입한 제품의 수선을 평생 보장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4만 벌 이상의 옷을 수선한다고 해요. 또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전 제품을 공정무역 프로그램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하네요.” -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권승문·김세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中, 69~70쪽.

패션산업은 화석연료인 석탄에 크게 의존한다. 제조 공장의 각종 기계를 돌리기 위한 전력 생산, 직물 염색 및 마무리 공정에 필요한 증기와 온수를 만드는 산업용 보일러에 석탄이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환경단체 ‘스탠드어스’에 따르면 이와 같은 공정은 패션산업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제조시설의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있긴 하다. 나이키, 리바이스, 마무트, 아식스, 푸마 등 6개 브랜드는 석탄 보일러 사용을 중단했거나 중단하기 위해 제조국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 또 제조공장의 동력과 설비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적은 수에 불과해 의류를 제조하는 국가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의류 제조 공장은 대부분 인건비가 싼 중국, 베트남, 방글라데시아와 같은 국가에 있다. 이러한 국가들은 여전히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제조 공장이 위치한 국가들이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패션 기업의 탄소중립 선언도 지켜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스탠드어스는 패션 기업들이 내세우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대부분이 배출량의 10% 이하를 차지하는 매장 및 시스템 같은 자체 운영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소비국과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만들어진 옷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 곳곳으로 의류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다. 2019년 기준 전체 화물량 중 패션산업은 해상화물의 8%, 항공화물의 6%를 차지했다. 패션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10%가 운송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나이키, 갭, H&M 등 세계적 패션 기업 86개사는 ‘기후행동 패션산업 헌장’ 이행을 약속했다. 2018년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이 헌장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대비 최소 30% 이상 줄이는 데 동참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매주 금요일 결석 시위를 벌인 그레타 툰베리는 18세 생일을 맞아 이제부터 새 옷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후위기와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여 새 옷을 사지 않는 ‘노쇼핑족’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가지고 있는 옷을 오래 입고, 지인과 나눠 입으며, 가급적 중고를 구입한다. 

세계적인 캠페인으로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이 있다. 1992년 캐나다에서 광고업을 하던 테드 데이브가 시작한 캠페인으로, 추수감사절 다음 날 단 하루만이라도 과소비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현세대의 무분별한 소비가 다음 세대의 권리를 뺏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고 소비를 멈추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공교롭게도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은 세계적으로 소비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블랙 프라이데이’이기도 하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에 파타고니아가 뉴욕타임스에 실은 광고 문구다. 파타고니아는 세계적인 친환경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로, 이 광고에는 환경보호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 회사의 창업주 이본 쉬나드의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파타고니아는 환경보호를 위해 친환경 소재만을 활용한 의류를 개발하며 매년 매출의 1%를 전 세계의 환경단체들에 기부했다.

이본 쉬나드 회장은 지난 14일 “환경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충분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계획을 밝혔다. 그는 파타고니아 웹사이트에 올린 ‘이제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입니다’라는 글에서 “자연에서 얻은 자원을 투자자를 위한 이익으로 바꾸는 대신, 파타고니아를 통해 만드는 재무적인 이익을 모든 자원의 원천인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30억 달러(약 4조 2천억원)에 달하는 회사 지분을 비영리재단에 기부하고 향후 재단 이익은 환경 위기 해결에 쓰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기업을 운영하고 전 재산을 기부하지 않더라도 지구를 살리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파타고니아 전 CEO 로즈 마카리오는 오늘날 사람들은 이제 물건의 ‘소유자’가 아닌 ‘소비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물건을 깨끗이 관리하고 수선하고 재활용하고 나누며 자신이 구입한 것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사람을 ‘소유자’라고 부르며, “망가진 옷을 오래 입는 것은 자연을 지키기 위한 급진적인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알고 중요한 문제인지는 알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렵다는 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가 지은 책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문제가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함께 만들고 살아갈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일요일, 책에서 나오는 주요한 내용을 발췌하고 핵심 단어를 선정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smkwon@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