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정부의 소극적인 기후위기 대응 정책 때문에 청소년들의 헌법적 권리가 침해당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어요. 이들은 그전까지 주말 행동과 결석 시위를 벌이고 관련 부서에 서한을 발송하는 등 많은 시도를 했지만,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변화가 없음을 깨닫고 정부에 책임을 묻게 되었다고 합니다. 정부와 정책결정권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목표도 있음을 밝혔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의 원고 19명은 한국 정부가 정한 감축목표와 실제 행동이 워낙 부실해 헌법에서 보장한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정상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환경권 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권승문·김세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中, 212~213쪽.

한국에서는 4건의 기후소송이 진행 중이다.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제기한 ‘청소년기후소송’, 같은 해 11월 청소년 2명이 제기한 기후소송, 지난해 10월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당 등 123명이 낸 기후소송, 그리고 올해 6월 태아를 포함한 어린아이 62명 낸 ‘아기기후소송’ 등이다. 4건 모두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법 기본법)’과 시행령 등에 규정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너무 낮아 시민과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다.

탄소중립 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 유엔환경계획(UNEP)이 분석한 결과,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보다 7배 이상 더 감축해야 한다. 또한 국제기후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CAT)에 따르면, 한국은 국제사회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에 ‘매우 불충분한’ 국가로 분류된다.

2022년 현재 탄소예산(Carbon budget)은 약 330기가톤밖에 남지 않았다. 인류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매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2021년 배출량 36기가톤), 앞으로 10년 안에 탄소예산을 모두 다 써버리게 된다. 탄소예산은 지구 평균 기온 1.5℃ 상승을 넘기지 않기 위해 전 인류에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 총량 한계를 말한다.

영국 기후단체 카본브리프 분석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막으려면 어린이와 청소년(1997~2012년생)은 그들의 조부모(1946~1964년생)가 배출한 온실가스에 비해 겨우 6분의 1 정도만 배출할 수 있다. 또한 미래세대는 자기들이 배출하지 않은 온실가스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된다. 지난해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2021년에 태어난 어린이들은 60년 전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폭염 7배, 산불은 2배, 가뭄과 홍수 기근은 거의 3배나 많이 일어나는 지구에서 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런던정경대 그래덤 기후변화·환경연구소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세계 각국과 국제법정 등에서 제기된 기후소송은 2,089건에 이른다. 전체 소송 건의 70% 이상은 비정부기구(NGO) 및 개인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것으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들도 늘어나고 있다.

2019년 12월 네덜란드 대법원은 네덜란드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 감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2월 프랑스 법원은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같은 해 4월 독일 헌법재판소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명시한 독일 기후보호법이 일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송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38건의 소송 중 16건이 화석연료 기업 대상이었고, 나머지 22건은 식품 및 농업, 운송, 플라스틱, 금융 등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으로는 석유기업 ‘로열더치셸’ 건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 네덜란드 헤이그지방법원은 세계 2위 규모의 초국적 석유회사 로열더치셸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줄일 것을 명령했다.

기후소송은 기후변화를 인권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위기 피해를 더 이상 천재(天災)에 의한 불운으로 보지 않고 인재(人災)에 의한 불의로 보겠다는 뜻이다. 인권침해 사건에서 불의한 가해자에게 분노하며 책임을 묻듯이 온실가스 배출이 생명권과 건강권, 주거권 등 개인의 권리를 위협한다면, 그리고 기후변화에 책임이 적은 미래세대 등이 가장 큰 피해를 받게 된다면, 그 책임을 국가와 기업에 적극적으로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기후변화 관련 기후소송(헌법소원)이 첫 번째로 제기된 지 2년 5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아직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알고 중요한 문제인지는 알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렵다는 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가 지은 책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문제가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함께 만들고 살아갈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일요일, 책에서 나오는 주요한 내용을 발췌하고 핵심 단어를 선정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smkwon@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