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는 매년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을 발표하고 있어요. 이는 인류의 생태발자국이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생태 용량을 넘어서는 시점을 말합니다.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이란 인간이 소비한 물질을 자연이 다시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한 토지 면적을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한 사람이 먹는 식량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농토, 이용하는 도로, 거주지, 일터 등 면적이 모두 포함되며 숲의 면적도 함께 계산해요. 한 사람이 에너지를 소비하느라 배출한 온실가스를 다시 흡수하는 숲의 역할도 계산에 넣는 것이지요. 즉, 생태발자국은 자연이 인간의 흔적을 소화하고 본래 상태로 회복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물질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권승문·김세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中, 197~198쪽.

올해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7월 28일이었다. 1년 365일 동안 사용한 자원을 208일 만에 모두 써버렸다는 의미다. 1971년 이래 가장 이른 날짜이며, 지난해에 비해 하루 더 앞당겨졌다. 앞으로 연말까지 우리는 미래세대가 사용할 자원을 당겨쓰게 된다. 전 세계 인류가 지금과 같은 삶을 지속한다면 지구가 1.75개가 더 필요하다.

전 세계 국가별로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다르다. 전 세계 인구가 미국과 중국처럼 생활한다면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각각 3월 13일과 6월 2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4월 2일로 세계에서 8번째로 빨랐다. 한국인들은 1년 동안 사용할 자원을 94일 만에 다 써버린 셈이다.

그 대가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해 들어 역대급 폭염과 폭우가 전 세계적인 ‘노멀’ 현상이 되었다. 며칠 전에는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8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곳곳이 물에 잠겼다. 유럽에서는 폭염과 가뭄으로 곡물 수확량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여파는 저개발 국가들에 전해진다. 수확량 감소에 따른 식량 가격 폭등의 타격은 저개발 국가에 더 크다.

한국은 폭염과 가뭄으로 작황이 나빠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다. 최근의 폭우는 작황 부진을 더 가중시킬 것이다. 이처럼 문제는 경작지가 고정된 상황에서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가격 불안 현상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른바 ‘식량위기’다.

우리가 거리낌 없이 생산하고 소비하며 보내는 일상이 이처럼 다시 우리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무한한 것처럼 마구 써버린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제는 탄소예산(Carbon Budget)도 얼마 남아 있지 않다. 

2022년 현재 탄소예산은 약 330GtCO2밖에 남지 않았다. 인류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매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2021년 배출량 36GtCO2), 앞으로 10년 안에 탄소예산을 모두 다 써버리게 된다. 탄소예산은 지구 평균 기온 1.5℃ 상승을 넘기지 않기 위해 전 인류에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 총량 한계를 말한다.

지구가 더는 버틸 수 없는 한계점이 다가오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는 정말 우리가 남기는 흔적에 대해 고민하고 삶의 양식을 바꾸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이제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알고 중요한 문제인지는 알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렵다는 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가 지은 책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문제가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함께 만들고 살아갈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일요일, 책에서 나오는 주요한 내용을 발췌하고 핵심 단어를 선정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smkwon@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