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를 많이 쓰고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던 전 세계 기업들이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을 선언해 실천에 나섰어요.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를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같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것으로 100% 사용하자는 캠페인입니다. 2014년 시작되어 2022년 현재 전 세계 346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참여 기업의 연간 전력 사용량을 모두 합하면 330TWh로 영국이나 이탈리아의 국가 전력 소비량보다도 많습니다. 그러니 만약 이 기업들이 모두 RE100을 달성한다면 그 영향이 적지 않을 것 같아요. 2020년 기준으로 따지면 참여 기업들은 전체 전력 소비량 중 약 41%를 재생에너지 전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53개 기업은 이미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달성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권승문·김세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中, 164쪽.

최근에도 RE100 캠페인에 동참하는 기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애플, 구글, BMW 등 379개 글로벌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RE100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RE100에 참여한 한국 기업이 없었지만, 현재는 22개로 늘어났다. 국내에서는 SK그룹 계열 7개사,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이 RE100에 가입했고 삼성전자도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RE100은 ‘캠페인’이지만 가입을 위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업들이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 100% 생산된 전력의 소비 계획을 공개적으로 선언해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기업이 보유한 전 세계 모든 사업장 및 사무실의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그리고 매년 재생에너지 전력 소비 목표량의 달성 수준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보고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의 RE100 참여가 늘어나고 있지만, 주요 국가에 비해 참여 기업 수가 여전히 적고 RE100 목표 달성 수준도 저조하다. 미국이 95개, 일본 72개, 영국은 48개 기업이 RE100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주요 글로벌기업 중에서 애플과 페이스북,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이미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달성했다. 

주요 글로벌기업들의 RE100 달성 수준도 높다. 2020년 기준 BMW와 인텔이 81%, 이베이 74%, HP 51%, 나이키 50%, GM은 24%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2020년 기준 재생에너지 비율 33%로 국내 기업 중 1위를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이 RE100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RE100이 글로벌기업 간 거래에서 필수 과제로 떠오르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기업 10곳 중 3곳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기업 거래시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를 중요 판단 요소로 두고 있어서다.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려면 RE100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최근 대한상의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한 것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TWh로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한 5개 기업의 전력 소비량(47.7TWh)보다도 적었다. 전력 소비 상위 30개 기업의 전력 소비량은 102.9TWh에 이른다. 

지난해에 발표된 RE100 이행보고서에 따르면, RE100에 참여한 한국 기업의 총 전력사용량은 미국, 중국, 영국에 이어 4위를 기록했지만, 이들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비율은 3%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 중국, 영국의 RE100 참여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 비율이 각각 79%, 40%, 95%에 달한 것을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치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전체 발전량 대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은 5.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은 43.6%, 영국은 43.1%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도 19.7%였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주민 수용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반영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과 비중 목표를 낮추는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 신재생 발전량이 기존 185.2TWh에서 132.3TWh로 줄어들면서 신재생 발전량 비중도 30.2%에서 21.5%로 낮아지게 됐다.

이제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알고 중요한 문제인지는 알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렵다는 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가 지은 책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문제가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함께 만들고 살아갈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일요일, 책에서 나오는 주요한 내용을 발췌하고 핵심 단어를 선정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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