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공급업체에 2030년 ‘탈탄소’ 달성 요구
국내 대기업 RE100 빠르게 가입…내년 40개 달할 전망
“RE100 요건 충족 위한 바이오매스·수력 조사 필요”

올해에만 삼성전자와 현대차, 네이버 등 주요 대기업 11곳이 RE100에 가입하면서 국내 RE100 참여 기업은 25개로 늘어났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에만 삼성전자와 현대차, 네이버 등 주요 대기업 11곳이 RE100에 가입하면서 국내 RE100 참여 기업은 25개로 늘어났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압박이 강해지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도 속속 RE100에 가입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들의 RE100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은 RE100 달성 목표연도를 2030년으로 앞당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RE100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수요량도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부족한 데다, 바이오매스와 수력은 RE100 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애플, 공급업체에 2030년 ‘탈탄소’ 달성 요구

애플이 25일(현지시간) 공급업체들에게 기존의 RE100 요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2030년까지 ‘탈탄소’를 달성하라고 공지했다. 공급업체들이 온실가스 직접배출량(Scope1)과 간접배출량(Scope2)에 대한 감축 방안을 보고하면 애플은 이를 추적해서 연간 감축량에 대해 검사한다는 방침이다. 애플에 따르면 현재 공급업체 중 70% 이상에 해당하는 200개 이상의 협력업체가 RE100 달성을 약속했다. SK하이닉스와 TSMC 등 주요 기업들도 여기에 속한다.

애플과 같은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압박이 강해지면서 국내 대기업들도 속속 RE100에 가입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분야 대기업 10곳 중 3곳이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제품생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 올해에만 삼성전자와 현대차, 네이버 등 주요 대기업 11곳이 RE100에 가입하면서 국내 RE100 참여 기업은 25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들의 RE100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RE100) 달성 목표연도가 2040년, 2050년에 몰려 있다”며 “애플의 2030년 탈탄소 요구 선언은 우리 기업들이 RE100 속도를 빠르게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추적하고 검사받는다는 것은 사실상의 강제 의무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애플의 선언은 다른 빅테크 기업들은 물론 RE100 기업 전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 국내 대기업 RE100 빠르게 가입…내년 40개 달할 전망

글로벌 기업들의 압박이 거세지는 있지만, 국내 재생에너지는 RE100을 달성하기에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국제 에너지 연구기관 엠버(EMBER)가 최근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현황과 주요 대기업 11개 기업의 전력 소비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전력 소비량이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보다 4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엠버의 조사 결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현대모터스, 삼성에스디아이, DB메탈, 포스코, LG전자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상위 11개 기업은 국내·외 사업장에서 2020년 기준 총 84.9테라와트시(TWh)를 소비했다. 반면에 2020년 기준 한국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은 21.5TWh에 불과했다.

또한 지난해말 기준 국내 풍력과 태양광 발전 설치량은 22.4기가와트(GW)에 불과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는 삼성전자 하나 정도의 RE100 달성이 가능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공장의 증설로 2030년 국내 전력 사용량이 현재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RE100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더욱이 현재 가입 신청해서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들까지 고려하면, 내년 말 국내 RE100 기업은 약 40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2030년 공급망 탈탄소 선언으로 국내 기업들의 2030년 RE100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수요량도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병화 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의 RE100 수요를 의미있게 충족하기 위해서는 국내 풍력, 태양광 설치 시장이 연간 5~6GW 이상 지속적으로 형성되어야 한다”며 “태양광 시장은 지난 3년간 유지되어 온 연간 4GW 수준을 유지하고, 풍력은 1~2GW의 시장을 형성해야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RE100 요건 충족 위한 바이오매스·수력 조사 필요”

태양광과 풍력 외에 바이오매스와 수력발전으로 RE100을 충족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중 바이오매스와 수력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바이오매스가 26.7%, 수력은 10.4%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매스와 수력은 RE100 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RE100을 주도하고 있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위원회에서는 RE100 이행을 위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엄격한 요건을 적용하고 있으며 특히 바이오매스와 수력의 경우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CDP에서는 ‘ISO13065:2015’와 ‘Green-e’, ‘LIHI 인증’ 등의 표준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바이오매스, 수력의 지속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바이오매스, 수력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기준 등에 대한 조사 및 수요에 대한 조사는 물론 RE100에서 요구하는 바이오매스, 수력에 대한 비중 조사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양이원영 의원은 “OECD 기준 재생에너지 꼴지인 우리나라에서 바이오매스와 수력마저 RE100 요건에 미충족된다면 국내 기업의 RE100 이행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RE100 이행을 위한 관련 조사 및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RE100 가입 기업 현황(자료=RE100/유진투자증권)/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RE100 가입 기업 현황(자료=RE100/유진투자증권)/그린포스트코리아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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