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수원·화성·평택 사업장 내 주차장, 건물, 옥상 등에 약 6만3천㎡ 규모의 태양광·지열 발전시설을 설치했다.(삼성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수원·화성·평택 사업장 내 주차장, 건물, 옥상 등에 약 6만3천㎡ 규모의 태양광·지열 발전시설을 설치했다.(삼성전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2021년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정보통신기술 기업 30개를 대상으로 ‘탈탄소 경쟁력’을 평가했는데요. 모든 기업이 ‘C학점 이하’의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기후위기 대응 약속과 실천, 정보공개의 투명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인데, B 이상의 성적을 받은 기업이 한 곳도 없었어요. 30개 기업 중 15위 안에 들어간 한국 기업은 LG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었다고 합니다. F로 낙제점을 받은 기업이 두 곳으로 모두 한국 기업이었는데, 삼성디스플레이와 카카오였습니다. 삼성전자는 30개 기업 중 순이익 기준으로는 아시아 1위였지만, 기후 성적표에서는 D를 받아 23위를 기록했습니다.” -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권승문·김세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中, 39~41쪽.

그린피스가 전 세계 주요 전자제품 브랜드와 동아시아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기후위기 대응 성과를 분석, 이들 기업이 주요 공급업체에 온실가스 배출을 떠넘겨 ‘외주화’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조사 기업에 포함된 삼성전자, LG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국내 5개 기업은 모두 최하위권(D+, D, F)에 머물러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는 미국 기후 환경단체 스탠드어스와 공동으로 전 세계 전자제품 브랜드와 공급업체의 기후위기 대응 성과를 분석하고 평가한 ‘온실가스 배출의 외주화’ 보고서를 지난달 28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의 100% 재생에너지 전환 약속에도 불구하고 평가 대상 전자제품 브랜드 중 가장 낮은 점수인 F를 받았다. 지난 9월 15일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사업장 운영 전반에 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삼성의 2050년이라는 목표 시점은 평가 대상인 타 기업보다 20년 늦은 것이다. 10개 전자제품 브랜드 중 7곳은 2030년 이전의 시점에, 1곳(델)은 204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세웠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삼성은 2020년 미국, 유럽연합, 중국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달성했지만, 재생에너지 조달에 있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작은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이는 대부분의 다국적 브랜드가 폐기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삼성의 2050년 목표에는 공급망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9년 이후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사 4곳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수익 규모 기준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26.1%), TSMC(17.5%), 인텔(13.5%), SK하이닉스(11.7%) 모두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났다. 

선도적인 반도체 제조사인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목표로 잡았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는 RE100 기업의 평균적인 약속 시한(2028년)보다 20년 이상 늦은 것이다. 인텔과 키옥시아는 각각 2030년, 204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에 2050년 RE100을 선언했다. 

지난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부품을 생산하는 TSMC와 SK하이닉스는 운영 전반에 걸친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각각 9.2%, 4.1%라고 보고했다. 반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운영 전반에서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했다. 그린피스는 주요 전자제품 브랜드와 제조 공급망 간 격차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애플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공급업체들에게 기존의 RE100 요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2030년까지 ‘탈탄소’를 달성하라고 공지했다. 공급업체들이 온실가스 직접배출량(Scope1)과 간접배출량(Scope2)에 대한 감축 방안을 보고하면 애플은 이를 추적해서 연간 감축량에 대해 검사한다는 방침이다. 애플에 따르면 현재 공급업체 중 70% 이상에 해당하는 200개 이상의 협력업체가 RE100 달성을 약속했다.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2022 산업계 탄소중립 컨퍼런스’에서 황호종 삼성전자 상무는 “지난해 총 전력 사용량의 20.5%를 재생에너지로 확보했다”면서 “DX(완제품) 부문은 2027년까지, DS(반도체) 부문을 포함한 전사는 2050년을 기본 목표로 최대한 조기에 달성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황호종 상무는 “하지만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로 국내 전력 사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한 전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와 정책적 지원, 산업계의 기술개발 및 보급, 시민사회의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에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박민철 SK하이닉스 부사장은 “SK하이닉스가 대한민국 최초로 RE100에 가입하는 등 SK는 ESG경영 중 환경 부문의 실행을 가속화하고 세계적인 친환경 흐름에 참여하고 있다”면서도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고 RE100 이행수단을 다변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제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알고 중요한 문제인지는 알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렵다는 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가 지은 책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문제가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함께 만들고 살아갈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일요일, 책에서 나오는 주요한 내용을 발췌하고 핵심 단어를 선정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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