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韓 전자업계 기후위기 대응 미흡"
국내 전자업계 "현 상황에서 최대한 노력 중"

지난해 그린피스가 동아시아 ICT 기업 대상 기후대응 현황을 평가하고 이를 비판하기 위해 진행했던 퍼포먼스(그린피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해 그린피스가 동아시아 ICT 기업 대상 기후대응 현황을 평가하고 이를 비판하기 위해 진행했던 퍼포먼스(그린피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전자제품 기업과 주요 공급업체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29일 그린피스는 전 세계 전자제품 브랜드와 공급업체의 기후위기 대응 성과를 분석하고 평가한 ‘온실가스 배출의 외주화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린피스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조사 대상 기업에 포함된 삼성전자, LG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국내 5개 기업이 모두 최하위권을 기록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국내 전자 업계 관계자는 “보고서에 등재된 기업들은 모두 현실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과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보다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린피스가 28일 공개한 '온실가스 배출의 외주화 보고서'의 '전자제품 브랜드사의 자사 및 공급망 탈탄소화 노력' 평가표(그린피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피스가 28일 공개한 '온실가스 배출의 외주화 보고서'의 '전자제품 브랜드사의 자사 및 공급망 탈탄소화 노력' 평가표(그린피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그린피스, “국내 전자제품 기업 및 공급업체가 기후대응 노력 최하위”

그린피스의 이번 보고서는 전자제품 브랜드사 10곳과 이들에게 납품하는 동아시아 소재 반도체·디스플레이·최종조립 부문 주요 공급업체 14곳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대응 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및 조달 방법, 전력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 정책 옹호 활동 등의 세부 항목을 토대로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자제품 브랜드 순위는 애플이 전체 등급 B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반도체 산업 부분에서는 인텔이 C+ 등급, 디스플레이 제조 산업 부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D+, 최종조립에서는 폭스콘이 D+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급망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기후위기 대응 노력조차 부족하다며 가장 낮은 점수인 ‘F’를 받았다. 그린피스는 삼성전자와 LG 전자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20% 이하로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그조차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조달 제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급업체 가운데 국내 공급업체 4곳 역시 기후위기 대응 평가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제조 산업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D+를 기록했으며, LG디스플레이는 D를 기록했다. 두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5%와 11%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급업체 중 가장 낮은 점수(D)를 기록했다. 그린피스는 SK하이닉스는 2020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RE100에 가입했지만,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4.1%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캐트린 우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ICT 캠페인 리더는 “ICT 산업 제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평균 77%가 공급망에서 발생한다”며 “공급망에 적용되는 재생에너지 요건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으면 온실가스 감축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ICT 기업은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지구 온난화의 주요 책임자로서 그에 합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설비를 신규로 늘리지 못하는 추가성 낮은 조달 제도에 의존하여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수치만 채우는 것은, 그린워싱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전력 다소비 기업은 정부 탓만 하기보다는 해외 기업처럼 직접 나서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고 정부에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국내 전자업계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중... 그린워싱 동의 못해”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을 취재한 결과,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밝혀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장 높은 순위 기업이 B등급이라는 것은 현재 누구도 완벽하게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국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부족, 탄소감축의 혁신적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런 노력을 통해 앞으로 기후위기 대응도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공급업체 관계자는 “그린피스 보고서와 발표 내용을 살펴보니 REC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조달 노력이 폄하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REC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조달이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가 미비할 수 있으나 구매비용이 다시 신재생에너지에 투자됨으로서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코멘트를 밝혀 온 업계관계자들은 “현재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및 탄소중립 기술이 논의되고 있고, 그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과 제도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하고, ESG경영이 기업 생존에 필수가 된 상황에서 그린워싱으로 RE100이나 탄소저감 노력을 진행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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