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3일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 발표
2030년 NDC·‘재생에너지 3020’ 계획보다도 후퇴
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 비율 낮추고 RE100 지원?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을 발표했다.(사진=권승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을 발표했다.(사진=권승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가 재생에너지 목표를 축소하는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국제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주요 환경단체들이 ‘재생에너지 후퇴’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가운데 RE100을 주관하는 국제기관들도 한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 산업부, 3일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 발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일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그동안 재생에너지 정책이 급속한 보급에 치중하면서 소규모 태양광 중심의 비효율적 보급 체계, 계통부담의 가중, 주민 수용성 악화, 국내 관련 산업경쟁력 약화 등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수립한 이후 입지규제 개선, 지원 예산 확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 비율 상향 등 정책역량을 총동원해 재생에너지 보급에 주력해 왔다고 밝혔다. 그 결과 지난 5년간(‘17~‘21년) 재생에너지 설비는 18.3GW로 계획 수립 이전(‘12~‘16년)보다 3배 이상 보급됐고,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도 6.3%로 2017년(3.2%) 대비 2배가량 상승했다.

정부는 하지만 소규모 태양광 위주로 비효율적인 보급이 이뤄졌고, 풍력발전에 대한 수월한 허가 기준으로 인해 사업자 간 분쟁과 어민들의 반발 및 시위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전력 계통을 고려하지 않은 보급으로 송·변전 설비 증설 등 계통부담이 확대됐고,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 문제가 대두됐으며,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산업의 공급망과 산업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산업부는 국내 산업에 기여하고 주민과 함께하는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을 위해 △합리적·실현 가능한 목표 △비용효율적 보급 △계통 수용성 제고 △주민 수용성 강화 △국내산업 육성을 5대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고 16개 과제를 도출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실적과 발전비중 추이(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실적과 발전비중 추이(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2030년 NDC·‘재생에너지 3020’ 계획보다도 후퇴

하지만 주요 기후환경단체들은 정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에 대해 ‘재생에너지 죽이기’, ‘재생에너지 후퇴’라며 비판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4일 논평을 통해 “개선방안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죽이기’이며, 기후위기대응 정책의 퇴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번 발표를 통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21.6%로 재설정한 것에 대해 지난해 10월 결정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신재생에너지 목표 비중보다 10% 가까이 후퇴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2017년 수립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비해서도 퇴보된 목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는 4일 논평을 통해 이번 발표에 포함된 신재생에너지 목표에는 액화천연가스(LNG) 기반 연료전지와 석탄가스화발전(IGCC)이 포함돼 있어 이를 제외할 경우 실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는 발전량 기준 약 19.5%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밝힌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 비중인 20%보다도 줄어든 수치다.

탄소중립 달성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국제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연합은 ‘RePower EU’ 등의 계획으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현재의 37%에서 69%까지 높이고 지붕형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했다. 독일은 태양광과 풍력을 현재보다 2~4배 확대하는 그린에너지법을 통과시켰고,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80%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 역시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23%에서 37%로 높였다.

◇ 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 비율 낮추고 RE100 지원?

정부는 재설정된 신재생에너지 목표에 맞춰 내년부터 RPS 의무비율을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지금 시점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후퇴시키고, 심지어 RPS 의무비율까지 하향 조정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대규모 발전사업자(24개)는 전체 발전량의 일정 비율(RPS 의무비율)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해야 하며, 자체 공급 또는 시장 구매를 통해 전력망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한다.

권경락 1.5플랜 활동가는 “현재 재생에너지 이행을 촉진하는 유일한 규제 정책은 신재생에너지법에서 규정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RPS)다”라며 “하지만 이번 정책에서는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25%로 늘리도록 규정한 현재의 재생에너지 의무비율을 축소하고 중장기적으로 RPS제도 자체를 폐지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현재 수준의 RPS비율과 갈수록 급증하는 있는 기업들의 RE100 수요를 고려할 때, 이러한 정부 차원의 보급 목표 후퇴는 2030 NDC 달성에는 물론 실제 시장에서 요구하는 현실적인 재생에너지 수요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RE100을 주관하는 국제기관들도 한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난 2일 산업부 주최로 개최된 ‘2022 산업계 탄소중립 컨퍼런스’에서 매들린 픽업 클라이밋그룹 RE100 임팩트 매니저는 “한국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를 최근에 21.5%로 낮춘 것을 우려한다”며 “기업들 목표를 고려해 조정이 필요하며,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에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정부는 RE100에 가입(현재 25개)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RE100 기업 얼라이언스(Alliance)’를 구성해 민간 주도의 재생에너지 공급 기반을 강화하고 RE100 가입기업의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효율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해 민간의 RE100 이행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권경락 활동가는 “RE100의 확산은 정부가 주도하는 RPS에 더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는 장치로 활용되어야 하며, RE100을 위해 정부의 보급 목표를 하향한다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과거 RPS를 도입해서 운영한 국가 중에 중간에 이행연도별 의무비율을 축소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정책 5대 방향과 16개 과제(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재생에너지 정책 5대 방향과 16개 과제(산업통상자원부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smkwon@greenpost.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