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과 피해’ 문제, 처음으로 정식 의제로 채택
55개 기후변화 취약 국가 피해액, 20년간 735조원 달해
보상 합의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힘겨루기
한국,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역할?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6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했다.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는 UNFCCC 198개 당사국이 참여할 예정이다.(UNFCCC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6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했다.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는 UNFCCC 198개 당사국이 참여할 예정이다.(UNFCCC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후변화로 ‘손실과 피해’를 본 개발도상국에 선진국이 보상하는 문제가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서 정식 의제로 채택됐다. 당초 예상과 다르게 공식 의제로 채택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보상에 합의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은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 ‘손실과 피해’ 문제, 처음으로 정식 의제로 채택

제27차 당사국총회(COP27)가 6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했다.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는 UNFCCC 198개 당사국이 참여할 예정이다. 의장국인 이집트는 파리협정 이행에 대한 정상들의 의지를 결집하기 위해 7일부터 8일까지 ‘샤름 엘 셰이크 이행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정상회의에는 100여 개국 정상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에서는 나경원 기후환경대사가 대통령 특사로 참석한다.

지난해 제26차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 이행에 필요한 규칙이 완성됨에 따라 이번 총회에서는 파리협정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각국의 실질적인 이행 노력이 더욱 강조될 예정이다. 온실가스 감축, 적응, 손실과 피해, 재원 등의 분야에서 총 90여개 의제가 다뤄지며 각 분야에서 그간의 노력을 점검하고 이행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문제가 정식 의제로 채택됐다. 손실과 피해는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에 따른 경제적 혹은 비경제적 손실과 기후변화로 초래된 기상이변 등으로 인한 피해를 의미한다. 기후변화로 따른 손실과 피해 해결에 중점을 두는 것을 포함해 기후변화의 악영향과 관련된 손실과 피해에 대응하는 재원 조달에 관한 사항이 논의된다.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재원을 마련해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집중된 개발도상국에 보상해야 한다고 개도국들은 주장해왔다. 선진국들이 경제와 산업 성장을 위해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 위기가 왔는데, 이에 따른 막대한 손실과 피해는 개도국에 집중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손실과 피해에 대해 구체적인 책임소재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에도 지구촌 곳곳은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손실과 피해를 겪었다. 올해 여름 파키스탄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고 홍수로 3300만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으며 1730명 이상이 숨졌다. 세계은행은 파키스탄 홍수 피해 및 경제적 손실이 300억달러(42조원) 이상이고 재건을 위한 비용도 160억달러(22조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했다.

◇ 55개 기후변화 취약 국가 피해액, 20년간 735조원 달해

독일의 저먼워치(Germanwatch)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기후위험지수’를 보면, 2000~2019년 동안 기후재난에 처한 상위 10개국은 모두 개도국이었다. 푸에르토리코, 미얀마, 아이티, 필리핀, 모잠비크, 바하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태국, 네팔이 기후위기에 취약한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55개 나라들의 모임인 ‘기후취약국포럼(Climate Vulnerable Forum)’이 지난 6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해당 국가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입은 손실은 5250억달러(735조원)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한다.

클라이밋워치(Climate Watch)가 제공하는 1960년부터 2019년까지의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비교하면, 미국이 22%로 1위, 중국이 16.6%로 2위이며, 러시아가 7.8%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1.3%로 16위를 기록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위 20위까지의 누적 배출량 비율은 81.2%에 달한다. 기후 위기의 책임은 이들 국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기후 위기에 따른 국가별 책임과 피해 규모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았다. 

학술지 ‘기후변화’에 최근 게재된 ‘역사적 기후 피해의 국가별 책임(National attribution of historical climate damages)’이라는 논문은 처음으로 개별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로 다른 국가들에 끼친 경제적 피해를 계산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연구팀은 1990~2014년 사이 세계 143개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를 토대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미친 영향을 계산하고 각국이 기후 피해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를 추정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1990~2014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로 세계 다른 국가들에 끼친 경제적 손실은 각각 1조9100억달러(2722조원)와 1조8300억달러(2608조원)에 이른다.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에 끼친 경제적 손실은 전체 피해액의 3분의 1에 달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5개 국가가 같은 기간에 미친 경제적 피해는 총 6조달러(855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1%에 해당한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개국이 유발한 경제적 손실은 전체 피해액의 3분의 2 이상이었다.

◇ 보상 합의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힘겨루기 

손실과 피해가 공식적인 의제로 채택됐지만, 선진국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보상에 합의할지는 불확실하다. 먼저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걸림돌이다. 미국은 중국이 동참한다는 전제로 손실과 피해 배상 문제에 합의할 수 있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러면서 유럽과 인도, 러시아 다른 주요 온실가스 다배출국도 기후위기 해결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중국은 개도국들의 손실과 피해 배상 요구에 동조하면서 자국을 개도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상은 아니지만 지난 COP26에서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적응 기금’을 2025년까지 2배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2020년까지 완료하기로 약속했던 기금 목표치도 아직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목표 설정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선진국들은 개도국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2020년까지 매년 1천억달러(142조4천억원)를 공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19년 기준 공여액은 796억달러(113조350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개도국의 기후 적응을 위해 실제 필요한 예산은 2030년까지 연간 1400억~3000억달러(196조~420조원), 2050년까지 연간 2800억~5000억달러(392조~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NDC) 점검도 주요 의제다. 파리기후협정의 목표 이행 경과 및 진전사항에 대한 종합 점검 절차인 ‘전 지구적 이행점검’이 2023년에 첫 번째로 시행될 예정이다. 2023년을 시작으로 5년마다 평가되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을 통해 수집된 정보들은 협약 당사국들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고취하고 파리협정의 이행을 뒷받침하게 된다.

◇ 한국,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역할?

지난해 열린 COP26에서 당사국들은 강화된 기후행동 계획을 제출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COP26 이후 194개국 중 29개국만이 NDC 상향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UNEP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발표한 ‘2022년 (온실가스) 배출 갭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에 따르면, 현재 세계 각국이 제출한 감축목표대로라면 지구 온도는 세기말까지 2.4∼2.6℃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는 자연이 일 년 내내 치명적 홍수, 폭풍, 거센 불길로 얘기하고 있는 것을 냉정한 과학적 용어로 우리에게 얘기하고 있다”며 “이제 점진적 변화를 얘기하던 시기는 지나고 경제와 사회에서 급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제 환경협력단체 기후투명성(Climate Transparency)은 주요 20개국(G20)의 기후 대응계획을 평가한 기후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하였는데, 한국은 2020년과 2021년에 이어 올해에도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매우 불충분(Highly insufficient)’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 석탄발전 폐지 시기가 늦고 최근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낮춘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한편, 한국 대표단은 주요국 및 환경건전성그룹(EIG)과 공조해 감축, 적응, 손실과 피해 등 주요 협상의제에서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EIGS는 한국, 스위스, 멕시코, 모나코, 리히텐슈타인, 조지아로 구성된 기후변화 협상그룹이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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