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CCC 제공
UNFCCC 제공

“2021년 11월,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의 외무 장관 사이먼 코페가 물속에 연단을 세워 놓고 허벅지까지 물에 잠긴 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맞아 기후변화로 수몰 위기에 처한 투발루와 다른 섬나라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코페 장관이 연설을 한 지역도 한때는 육지였다고 해요. 하와이와 호주 사이에 위치한 군도 국가 투발루는 해발고도가 약 2m밖에 안 되는 데다 매년 0.5cm씩 물이 차오르고 있어 전체 인구 1만 2,000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권승문·김세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中, 29~30쪽.

제27차 당사국총회(COP27)가 6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했다.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는 UNFCCC 198개 당사국이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문제가 정식 의제로 채택됐다.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재원을 마련해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집중된 개발도상국에 보상해야 한다고 개도국들은 주장해왔다.

독일의 저먼워치(Germanwatch)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기후위험지수’를 보면, 2000~2019년 동안 기후재난에 처한 상위 10개국은 모두 개도국이었다. 푸에르토리코, 미얀마, 아이티, 필리핀, 모잠비크, 바하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태국, 네팔이 기후위기에 취약한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55개 나라들의 모임인 ‘기후취약국포럼(Climate Vulnerable Forum)’이 지난 6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해당 국가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입은 손실은 5250억달러(735조원)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한다.

COP27에서 손실과 피해 문제는 공식 의제로 채택되자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유럽연합(EU)은 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85억달러(11조8000억원)를 지원하는 ‘공정한 에너지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남아공이 석탄발전을 중단하고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책임과 보상 인정 여부, 보상 규모 등에서는 비판이 나온다.

COP27에서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개도국들이 화석연료를 퇴출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투자 규모가 중국을 제외해도 2025년 1조달러(1388조원), 2030년에는 2조4000억달러(33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이 비용 중 절반 정도는 당사국이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비용은 세계은행과 다국적 개발은행 등이 외부 자금을 조달해 충당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남미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는 지난해 COP26에서 “지구온도 섭씨 2도 상승은 우리에게는 사형선고”라며 국제통화기금(IMF)이 특별인출권(SDR)을 활용해 6500억달러(898조원)의 준비금을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SDR은 필요한 국가에 담보 없이 즉시 돈을 빌려주는 권한이다. 주요20개국(G20) 국가들은 COP26에서 기후위기 취약국에 자금을 더 많이 분배하는 데 동의했다.

모틀리 총리는 이번 COP27에서는 더 나아가 기후피해로 인한 부채 상환을 일시 중지하고 빈곤국의 부채탕감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방안은 바베이도스의 수도 이름을 따 ‘브리지타운 구상’이라 불리고 있고, 가디언은 “기후 마셜플랜”이라고 평가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9일(현지시간) “세상이 극적으로 바뀌었다”며 모틀리 총리의 ‘브리지타운 구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도 “요청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는 COP27에서 국제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을 맺자고 제안했다. 투발루의 카우사 나타노 총리는 “따뜻해지는 바다가 우리 땅을 삼키고 있지만 세계의 석유, 가스, 석탄 중독이 우리의 꿈을 바다 아래로 가라앉힐 수는 없다”며 “우리는 100명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와 수천명의 과학자들과 연합해 세계 지도자들이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에 가입할 것을 긴급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제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은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또 다른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가 처음으로 제안했다. 지금까지 유럽의회, 교황청,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제안을 지지했다. 

이제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알고 중요한 문제인지는 알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렵다는 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가 지은 책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문제가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함께 만들고 살아갈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일요일, 책에서 나오는 주요한 내용을 발췌하고 핵심 단어를 선정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smkwo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