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924기후정의행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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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COP26에 참가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했습니다.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는 안이었지요. 하지만 1.5℃ 목표 달성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2030년 감축목표와 함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두 가지 만들었어요. 둘 다 2050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넷제로 안입니다. 그런데 이 시나리오는 불확실한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 시나리오대로 하려면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못한 데다 개발된다 해도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되거든요. 국내 주요 환경 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더 강화된 2030년 감축목표를 2022년까지 제출할 것, 현재 2050년으로 설정된 국내 탈석탄 목표 시일을 대폭 앞당길 것 등을 요구했습니다.” -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권승문·김세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中, 42~44쪽.

정부는 지난해 10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발표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존 목표는 2018년 배출량 대비 2030년 배출량이 26.3% 줄어드는 수준이었다. 당시 정부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국제사회 구성원으로서 한국의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NDC 상향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에너지정책의 목표와 방향이 재설정됐다. 정부는 7월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2030년 원자력 발전량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후 구체적인 발전량 비중 목표는 지난 8월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10차 전력계획)’의 실무안에서 공개됐다. 

정부는 2036년까지 계속 운전하는 노후원전 12기(10.5GW)와 준공 예정 원전 6기(8.4GW)를 10차 전력계획에 포함하면서 2030년 원전 발전량 비중을 기존(NDC 기준) 23.9%에서 32.8%로 높이기로 했다. 반면에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1.5%로 줄이고 석탄과 LNG 발전량 비중은 기존 계획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정책은 국내외에서 비판받고 있다. 최근 국제 환경협력단체 기후투명성(Climate Transparency)은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2020년과 2021년에 이어 올해에도 ‘매우 불충분(Highly insufficient)’하다고 평가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 석탄발전 폐지 시기가 늦고 최근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낮춘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를 매년 평가해 발표하는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German Watch)와 기후 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New Climate Institute)도 한국의 기후변화정책 대응에 대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평가 대상 60개국 중 최하위권인 57번째로 ‘매우 저조(Very Low)’하다고 평가했다. CCPI에는 지난해 말 수립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국제 메탄 서약 가입이 모두 반영됐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매우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 환경 관련 국책 연구기관들도 제10차 전력계획의 전력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정부의 계획이 미흡해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의 주요한 환경적 고려사항이라 할 수 있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에 대해 동 계획에서 제시하는 감축량 목표 달성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내용이 미흡하다”며 “세부적인 평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 달성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국제적인 흐름에 한국 정부가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RePower EU’ 등의 계획으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현재의 37%에서 69%까지 높이고 지붕형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했다. 독일은 태양광과 풍력을 현재보다 2~4배 확대하는 그린에너지법을 통과시켰고,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80%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 역시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23%에서 37%로 높였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매년 온실가스를 10번째로 많이 배출하면서 기후변화대응과 재생에너지 비중은 최하위권인 국가다. 그런데 심지어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기후변화 정책은 세계적인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 

이제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알고 중요한 문제인지는 알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렵다는 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가 지은 책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문제가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함께 만들고 살아갈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일요일, 책에서 나오는 주요한 내용을 발췌하고 핵심 단어를 선정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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