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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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일부터 13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6)가 열렸습니다. COP26은 2015년 제21차 총회(COP21)에서 채택한 파리협정의 약속을 각 국가가 잘 지켰는지 점검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COP26은 그 목표를 점검하고, 각자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 국제사회에 알리는 첫 자리였지요. 하지만 각국이 제출한 목표대로라면 지구 온도의 상승 폭은 원래 목표인 1.5℃보다 훨씬 높은 2.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었습니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큰 국가들이 기후변화 피해국에 지원해야 하는 기금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77개 개도국 그룹(G77)은 총회 전부터 기후변화 피해를 보상하는 신규 기금 설립과 법적 책임을 요구했었는데요,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권승문·김세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中, 39~41쪽.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7)가 11월 6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개막한다. 이번 COP27은 COP26보다 관심을 덜 받고 있지만, 올해 들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 위기에 따른 현상들은 COP27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COP27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 배상’이 주요 의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선진국 때문에 발생한 기후변화로 개발도상국들이 손실과 피해를 보고 있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COP26에서 채택된 ‘글래스고 기후협약’에서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반대로 ‘손실 및 피해’에 대한 보상기금 문제가 빠진 바 있다.

지난 COP26에서 선진국이 부담해야 하는 ‘기후변화 적응 기금’을 2025년까지 2배로 늘리기로 결정됐지만, 2020년까지 완료하기로 약속했던 기금 목표치도 아직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목표 설정 아니냐는 비난도 있었다. 선진국들은 개도국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2020년까지 매년 1천억달러(142조4천억원)를 공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19년 기준 공여액은 796억달러(113조3500억원)에 그쳤다. 

기후위기에 대한 국가별 책임은 주로 국가별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가늠할 수 있다. 클라이밋워치(Climate Watch)가 제공하는 1960년부터 2019년까지의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비교하면, 미국이 22%로 1위, 중국이 16.6%로 2위이며, 러시아가 7.8%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1.3%로 16위를 기록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상위 20위까지의 누적 배출량 비율은 81.2%에 달한다. 

기후위기의 책임은 이들 국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기후위기에 따른 국가별 책임과 피해 규모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학술지 ‘기후변화’에 최근 게재된 ‘역사적 기후 피해의 국가별 책임(National attribution of historical climate damages)’이라는 논문은 처음으로 개별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로 다른 국가들에 끼친 경제적 피해를 계산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연구팀은 1990~2014년 사이 세계 143개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를 토대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미친 영향을 계산하고 각국이 기후 피해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를 추정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1990~2014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로 세계 다른 국가들에 끼친 경제적 손실은 각각 1조9100억달러(2722조원)와 1조8300억달러(2608조원)에 이른다.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에 끼친 경제적 손실은 전체 피해액의 3분의 1에 달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5개 국가가 같은 기간에 미친 경제적 피해는 총 6조달러(855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1%에 해당한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개국이 유발한 경제적 손실은 전체 피해액의 3분의 2 이상이었다.

지난 COP26에서 참가국들은 올해 말까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를 재검토하고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유엔환경계획(UNEP)이 27일(현지시간) 발표한 ‘2022년 (온실가스) 배출 갭 보고서’(Emissions Gap Report)에 따르면, 현재 세계 각국이 제출한 감축목표대로라면 지구 온도는 세기말까지 2.4∼2.6℃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는 자연이 일 년 내내 치명적 홍수, 폭풍, 거센 불길로 얘기하고 있는 것을 냉정한 과학적 용어로 우리에게 얘기하고 있다”며 “이제 점진적 변화를 얘기하던 시기는 지나고 경제와 사회에서 급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 2020년과 2021년에 이어 올해에도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매우 불충분(Highly insufficient)’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 석탄발전 폐지 시기가 늦고 최근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낮춘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이제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알고 중요한 문제인지는 알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렵다는 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가 지은 책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문제가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함께 만들고 살아갈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일요일, 책에서 나오는 주요한 내용을 발췌하고 핵심 단어를 선정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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