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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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전력의 약 65%는 56개의 석탄발전소와 24개의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로부터 얻고 있어요. 대부분 해안가에 위치해 있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그 지역에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대도시로 보내집니다. 2020년 기준 서울, 경기, 인천이 위치한 수도권이 사용하는 전기는 전국 소비량의 38%를 차지해요. 수도권에서 생산하는 전력량(24%)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거예요. 그리고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거대한 송전탑이 필요합니다. 2012년 1월 16일, 경남 밀양시 산외면 마을회관 앞에서 당시 74세였던 이치우 어르신이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였습니다. 어르신이 남긴 마지막 말은 ”오늘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였어요. 당시 한국전력은 신고리 3호기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영남권으로 송전하기 위해 밀양에 송전탑을 세울 계획이었습니다.” -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권승문·김세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中, 149~150쪽.

2021년 기준 서울의 전력자립률(전력 발전량/전력 소비량)은 11.3%였다. 서울의 전력 소비량은 4만7296기가와트시(GWh)에 달했지만, 서울에 있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량은 5344GWh에 그쳤다. 서울에 인접한 인천과 경기의 전력자립률은 각각 243%, 61.6%로 나타났다. 인천의 전력 소비량은 2만4901GWh이지만 전력 발전량은 6만506GWh에 달했다. 석탄(2만9123GWh)과 LNG(2만9332GWh)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울과 경기에서 부족한 전기를 인천에서 어느 정도 충당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전력자립률을 계산해보면 72%다. 부족한 28%는 충남의 석탄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 등에서 채워진다고 볼 수 있다. 충남의 전력자립률은 227.9%에 달하며 충남의 전력 발전량은 11만1229GWh로 17개 광역지자체 중 가장 많다. 그중 석탄발전(9만2450GWh)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재생에너지도 전북과 강원, 전남, 충남 등 비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에너지소비량이 더 적은 지역에 재생에너지가 더 많이 보급되면서 지역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전체 재생에너지 생산량 가운데 전북의 생산량이 1,758천TOE(15.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원도가 11.7%, 경기(11.6%), 전남(10.7%), 충남(10.4%)의 순이다. 이들 상위 5개 지역 비율을 합하면 60.2%에 이른다. 반면에 경기를 제외한 서울과 인천의 전체 대비 재생에너지 생산량 비율은 각각 2.1%, 2.6%에 그쳤다.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도 전북이 6,831GWh(18.4%)로 가장 많고, 강원도가 12.9%, 전남(12.8%), 충남(12.1%), 경북(9.9%)의 순이다. 이들 상위 5개 지역의 비율을 합하면 66.1%에 달한다. 서울과 경기, 수도권의 비율은 각각 0.8%, 7.8% 1.4%로 나타났다. 

지역별 재생에너지자립률(재생에너지 생산량/최종에너지 소비량)을 분석하면, 제주가 40.2%로 가장 높았고, 전북이 33.1%, 강원은 22.9%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에 에너지소비량 대비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많이 쏠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서울(1.7%)과 경기(4.3%), 인천(2.5%)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2.5%)과 울산(1.7%), 경남(7.6%) 등 부울경 지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지역별 재생에너지 전력자립률(재생에너지 발전량/전력 소비량)도 제주가 46.1%로 가장 높았고, 전북(33.3%), 강원(29.8%)의 순이다. 전남(15.4%)과 충남(8.9%), 충북(8.0%)이 중간 수준이었고, 서울(0.7%)과 경기(2.3%), 인천(2.2%) 등 수도권과 부산(1.4%)과 울산(2.8%), 경남(6.7%) 등 부울경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탈석탄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인 ‘석탄을 넘어서’는 여론조사회사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월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기후에너지와 전력 생산에 대한 여론과 인식을 조사해 최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민들은 서울의 전력자립률에 대해서는 잘못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석탄발전소의 문제점과 재생에너지를 통한 자립에 대한 인식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발전을 대체할 재생에너지 가운데 서울시민이 1순위로 꼽은 것은 태양광(45.2%)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수소(25.1%)와 수력(11.5%)의 순이었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를 조달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응답(“매우 동의” 28.7%, “동의하는 편” 63.3%)이 92%에 달했다. 재생에너지 활용에 직접 참여하려는 의지도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용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설치 의향’에 대한 질문에 83.8%가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몇 년간 재생에너지 갈등은 대부분 수도권 외 이른바 ‘지방’에서 발생했다.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건설된 석탄과 원전 등 대형 발전소에 더해 이제는 재생에너지 갈등까지 지방이 감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는 누군가의 피해와 눈물을 타고 흐르는 ‘불행한 전기’의 수동적 소비가 아닌 능동적이고 행복한 전기 사용자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 

이제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어의 뜻을 알고 중요한 문제인지는 알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어렵다는 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가 지은 책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문제가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함께 만들고 살아갈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일요일, 책에서 나오는 주요한 내용을 발췌하고 핵심 단어를 선정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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