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대기업 10곳 중 3곳 RE100 요구받아
“기업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 대비한 정부 정책 시급”

대한상공회의소가 28일 국내 제조기업 300곳를 대상으로 ‘국내 제조기업의 RE100 참여 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한 대기업 중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비율은 28.8%였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대한상공회의소가 28일 국내 제조기업 300곳를 대상으로 ‘국내 제조기업의 RE100 참여 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한 대기업 중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비율은 28.8%였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RE100이 글로벌 기업 간 거래에서 필수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도 해외 거래선으로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데 오히려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기존 계획보다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어 혼선이 예상된다.

◇ 대한상의, 대기업 10곳 중 3곳 RE100 요구받아

국내 제조업 분야 대기업 10곳 중 3곳이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제품생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RE100에 참여하는 애플, BMW, 폭스바겐 등 글로벌 수요기업은 공급망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RE100이 기업 간 거래에서 필수적인 절차가 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민간 차원의 자발적 캠페인이다. 최근 RE100 캠페인에 동참하는 기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8월 현재 애플, 구글, BMW 등 379개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 7개사,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22개사가 이미 RE100에 가입했으며 삼성전자는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8일 국내 제조기업 300곳(대기업 80곳·중견기업 220곳)를 대상으로 ‘국내 제조기업의 RE100 참여 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한 대기업 중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비율은 28.8%였다. 중견기업은 9.5%, 응답기업 전체로 보면 14.7%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시점은 ‘2030년 이후’가 38.1%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2025년까지’가 33.3%, ‘2026~2030년’도 9.5%로 나타나 국내기업의 RE100 대응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기업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 대비한 정부 정책 시급”

대한상의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한 것을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한 5개 기업의 전력 소비량은 47.7TWh였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TWh에 불과했다. 상위 30개 기업으로 넓혀보면, 전력 소비량은 102.9TWh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7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4TWh로, RE100에 가입한 21개 기업의 총 전력 사용량(약 25TWh)의 1.7배로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지속 확대되어 2030년에는 국내 전력 다소비 상위 30개 기업의 전체 전력 사용량(약 103TWh)도 모두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는 RE100에 가입한 기업의 전력 소비량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보다 적지만 향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력 다소비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부족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때문에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KDI공공정책대학원과 한국환경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공동연구진이 지난해 9월 발표한 ‘RE100이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RE100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지 않으면 자동차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의 수출액이 각각 15%, 31%, 4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전체 발전량 대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은 5.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은 43.6%, 영국은 43.1%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도 19.7%였다. 

◇ 정부, 2030년 재생 목표 30%에서 20%대로 줄이나

김녹영 대한상의 탄소중립센터장은 “해외 수요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기업의 중소·중견기업 협력사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협력사가 1만개 이상으로 파악되는 만큼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업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CoREi)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재생에너지 조달 현황 및 제도에 대한 기업의 인식’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수요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며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은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국내기업이 해외 수준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 위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는 평균 43%로 집계됐다. 

하지만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를 기존 30%에서 20%대로 줄이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6년까지의 장기 전력수급 및 설비계획 정책 방향을 담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을 이달 말에 공개할 예정이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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