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수출, 분기 사상 최대치 경신
정유사, 정제마진 하락…3분기 매출 증가·영업이익 감소
글로벌 각국에서 횡재세 도입 움직임

국내 정유업계가 분기 사상 최대 석유제품 수출을 기록하면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4사의 올해 3분기 총합 매출액이 60조원을 돌파했다.(사진=권승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정유업계가 분기 사상 최대 석유제품 수출을 기록하면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4사의 올해 3분기 총합 매출액이 60조원을 돌파했다.(사진=권승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 3분기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정유사 4곳의 매출액이 60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정제마진이 급락하면서 전분기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누적으로는 이미 역대 최대치다.

이에 따라 3분기 영업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에 따른 ‘횡재세’ 논의가 재점화될지 주목된다. 최근 미국은 석유기업으로부터 횡재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고, 유럽연합(EU)은 횡재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 석유제품 수출, 분기 사상 최대치 경신

국내 정유업계가 분기 사상 최대 석유제품 수출을 기록하면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4사의 올해 3분기 총합 매출액이 60조원을 돌파했다. 9일 GS칼텍스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실적이 모두 공개됐다. GS칼텍스는 3분기 매출액이 16조4388억원이라고 밝혔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22조7534억원), 에쓰오일(11조1226억원), 현대오일뱅크(10조2831억원)의 매출액까지 합하면 정유 4사의 3분기 총매출액은 60조5800억원에 달한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분기 총매출액(56조2876억원)보다도 7.6% 늘어난 수치다.

분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석유제품 수출물량 및 수출액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3분기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량은 1억3300만배럴, 수출액은 163억4300만달러(약 22조원)로 지난해 3분기 대비 각각 19.0%, 81.2% 증가했다. 이는 분기 최대 실적이다.

올해 1분기에서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수출액 또한 역대 최대치로 수출량은 3억5433만배럴, 수출액은 443억3600달러(약 56조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각각 15.2%, 91.4% 증가했다. 대한석유협회는 정유사가 3분기까지 수입한 원유수입액 중 석유제품 수출로 회수하는 비중이 최초로 60%를 넘어선 60.2%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석유제품 수출 규모가 크게 확대된 데에는 수출물량 증가뿐만 아니라 수출단가 상승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석유협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경유, 항공유 등 글로벌 석유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못하는 가운데, 세계 5위 정제설비를 갖춘 국내 정유산업의 우수한 정제역량을 기반으로 수출 물량이 늘어난데다,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은 3분기 수출단가도 배럴당 123달러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석유협회는 “다만,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 미에너지정보청(EIA) 등 에너지 관련 기관의 글로벌 경제성장률 하향 등에 따른 국제유가 및 정제마진 하락으로 수출 채산성(석유제품 수출단가와 원유 도입단가의 차이)은 3분기 평균 배럴당 12.5달러를 기록, 직전 분기 대비 56% 하락해 정유업계 3분기 경영실적은 상대적으로 저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 정유사, 정제마진 하락…3분기 매출 증가·영업이익 감소

실제로 정유사 4곳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정제마진 하락의 영향으로 2분기에 비해 급감했다.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7039억원으로 2분기(2조3292억원)보다 69.8% 줄었다. GS칼텍스도 2조1321억원에서 8177억원으로 감소했고, 에쓰오일(1조7219억원→5117억원), 현대오일뱅크(1조3793억원→7022억원)의 3분기 영업이익도 2분기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영업이익이 1분기 만에 대폭 하락한 이유는 3분기 정제마진이 급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값으로 정유 업계의 수익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올해 상반기에 정제마진은 6월 기준 배럴당 24.5달러까지 치솟았고, 6월 넷째주에는 배럴당 29달러에 달했다.

통상 수익분기점이 배럴당 4~5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정유사들이 올해 상반기 동안 호황을 누린 이유를 알 수 있다. 하지만 7월 이후 정제마진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정유사들의 3분기 영업이익이 이전 분기보다 줄어들게 됐다. 10원 기준 정제마진이 배럴당 2.7달러까지 떨어졌고, 11월 첫째주 기준 정제마진은 4.6달러로 다소 오른 상황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석유수급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국내 정유사의 우수한 정제경쟁력을 바탕으로 충분한 내수 공급뿐만 아니라 수출 증대로 연말까지 약 630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며 “최대 수출액 달성을 통해 에너지 안보와 국가 경제에도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국·EU ‘횡재세’ 도입 움직임…국내 도입 목소리↑

한편, 최근 미국이 ‘횡재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국내에서도 수면에 가라앉아 있던 횡재세 도입 논의가 재점화될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석유 기업들이 주유소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초과 이익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며 횡재세 도입 의사를 밝혔다.

횡재세(windfall profits tax)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초과 이익)을 낸 기업에 부과하는 것으로 뜻밖에 굴러들어 온 행운인 횡재에 대한 세금이라는 의미다. 기후 위기와 에너지 위기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 재등장했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석유 기업들이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 엑슨모빌은 3분기 영업이익이 217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166% 상승했고, 셰브론(118억달러)과 셸(96억2000만달러) 등 주요 석유회사들도 막대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도 최근 화석연료 기업으로부터 ‘연대 기여금’이라는 명칭으로 일종의 ‘횡재세’를 걷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석유·가스 가격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 등을 물려 1400억유로(195조원)를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정치권에선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기후정의동맹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위원이 각각 횡재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국회에서는 이에 대해 제대로된 논의도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내 4대 정유사가 고유가 속에서 상반기 영업이익만으로도 이전까지 4대 정유사 전체 최대 영업이익이었던 7조8736억원(2016년)을 훨씬 뛰어넘었고 하반기 실적이 발표되면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 확실하다”며 “국내 4대 정유사의 매출상승은 기업의 노력이 아닌 유가상승분보다 더 많은 가격을 덧붙인 과도한 정제마진을 통한 폭리”라고 주장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직접 시추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국내 업계는 사정이 다르다고 반발한다. 원유를 직접 시추하는 글로벌 석유기업은 국제유가가 오른 만큼 그대로 수익이 늘어나지만, 국내 정유사는 해외에서 원유를 100% 수입한 뒤 정제해 휘발유와 경유 등을 만들어 그중 절반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기 때문에 횡재세가 도입되면 국제 정유업계의 수출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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