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만큼 석유가격 떨어지지는 않아"
“횡재세 도입과 과감한 대중교통 지원책 필요”

12일 에너지 소비자단체인 ‘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전국 1만744개 주유소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10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유류세 인하 전날인 지난 11월 11일 대비 리터당 285.70원 올랐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12일 에너지 소비자단체인 ‘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전국 1만744개 주유소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10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유류세 인하 전날인 지난 11월 11일 대비 리터당 285.70원 올랐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가 고유가 대응을 위해 유류세 인하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기름값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혜택이 정유회사와 고소득층에 더 집중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규제하고 대중교통에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유류세 인하만큼 석유가격 떨어지지는 않아"

배경은 이렇다. 유류세 인하가 실제 국내 석유 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류세를 인하한 만큼 석유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유류세 인하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인상 폭보다 국내 석유 가격이 더 많이 올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일까지 3차례 유류세를 인하했다. 지난 11월 11일 유류세 20% 인하를 시작으로 지난 5월 1일에 추가 10% 인하, 지난 1일에도 추가로 유류세를 7% 내렸다. 모두 합치면 유류세를 37% 인하한 조치다. 그렇다면 국내 석유 가격은 작년 11월 이후 국제 유가 인상분(434원)에서 유류세 인하액(304원)을 뺀 리터당 130원만 올랐을까? 

그렇지 않다. 에너지 소비자단체 ‘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전국 1만 744개 주유소를 조사해 12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지난 10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유류세 인하 전날인 지난 11월 11일 대비 리터당 285.70원 올랐다. 경유 가격도 국제유가 인상분(614원)에 유류세 인하분(212원)을 차감하면 402원이 나오지만, 전국 경유 평균 가격은 약 530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유류세 인하로 정유회사만 이익을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유류세 인하로 인한 혜택까지 일반 서민이 아닌 정유사에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유업계는 유류세 인하 전 들여온 재고를 모두 소진하면 국내 석유 가격이 내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 “횡재세 도입과 과감한 대중교통 지원책 필요”

해외에서는 ‘횡재세(windfall profit tax)’을 도입하면서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 이익을 낸 기업에 부과하는 초과이윤세를 뜻한다. 영국은 지난 5월부터 석유와 가스업체에 한시적으로 25%의 횡재세를 걷고, 이를 재원으로 가계에 150억 파운드(약 24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이윤율이 10%를 넘어서는 석유회사에 대해 추가로 21%의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유업계에 한시적으로 초과 이득세를 부과해 서민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환경·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기후정의동맹은 ‘민자 발전사와 정유사, 횡재세 도입 필요합니다!’라는 서명 캠페인을 14일부터 시작했다. 

유류세 인하 효과가 고소득층에게 더 큰 혜택으로 돌아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휘발유의 가격 변화에 덜 민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임상수 조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4일 열린 ‘고유가 시대, 서민부담 낮추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유류세를 최대 인하하는 경우 리터당 76.91원을 인하하는 효과가 발생하며 소득 분위 1분위(소득 하위 20%)가 1,990원의 혜택을 받는데, 5분위(상위 20%)는 12,143원의 혜택을 입는다”고 분석했다. 

이에 유류세 인하가 아니라 과감한 대중교통 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출퇴근 등 일상적인 교통상황에 대한 대책이 먼저 수립되어야 한다”며 “독일의 ‘9유로 티켓’과 같은 정책이 고유가 대책으로 먼저 제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중교통 활성화는 고유가 시대 불필요한 석유 사용을 줄일 수 있고, 기후위기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독일의 9유로 정책은 9유로(한화 약 1만2000원)만 내면 한 달간 전국의 근거리 대중교통을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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