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유류세 인하 폭 축소 권고, “고소득층 혜택…기후위기 심화”
장혜영 의원 “유류세 인하 재고하고, 유류세 세수로 국민들 지원해야”

6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한국의 유류세 인하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사진 권승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6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한국의 유류세 인하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사진 권승문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가 유류세를 대폭 인하하면서 소비자 혜택보다 공급자 혜택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유 소비가 늘고 무역적자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반면 정유사들은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는 등 유류세 인하 혜택이 화석연료 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기후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수의 국제기구도 유류세를 인하하기보다 유류세 세수로 저소득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어 관련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매주 석유 판매가격을 공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한국의 유류세 인하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위기 이전인 지난해 2분기 대비 올해 9월 3주 사이에 OECD 23개국의 유류세액 변화를 환율을 고려해 비교한 결과, 한국의 유류세 감면 폭은 휘발유가 29.4%, 경유 22.6%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조사국 평균 감면 폭은 휘발유가 3.6%였고, 경유는 오히려 6.7% 인상됐다. 

조사 대상국 중 휘발유세 부담을 10% 이상 줄인 나라는 7개국, 경유는 4개국에 불과했다. 오히려 휘발유 세액이 인상된 나라가 11개국, 경유는 13개국에 달했다. 장혜영 위원은 “한국의 유류세 세액은 비교 대상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었음에도, 세액 감면율은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국제 석유가격의 가파른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유류세가 큰 폭으로 인하하면서 석유 소비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8월 총 석유 소비량은 전년 대비 2.9% 늘었다. 또한 원유수입액도 올해 7월 사상 최고인 1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연중 내내 증가하고 있다.

원유수입액 증가로 무역적자도 큰 폭으로 확대됐다. 지난달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 규모인 94억 7천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45억 달러 증가한 원유수입액이 큰 영향을 끼쳤다.

반면 국내 정유사들은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총12조3203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조8995억원)보다 216% 증가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정유 4사가 2016년에 기록한 역대 연간 최대 영업이익(7조8736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국제기구들은 유류세 인하가 에너지 과소비와 탄소배출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OECD는 최근 발간한 ‘2022 한국경제 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22)’를 통해 한국 정부에 유류세 인하 정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유류세 인하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에너지 과소비를 유발하며 기후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20일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가 점점 심해지는 것과 관련해 “오염 유발자들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모든 선진국들에게 화석연료 기업들의 횡재 이익에 세금을 부과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류에 인하가 탄소배출자의 기후위기 책임을 면책시킨다며 유류세 인하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유류세 세수로 저소득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혜영 의원은 “OECD국가들의 사례에서 보듯, 유류세 인하 정책의 시효가 끝났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있다”며 “국제기구들의 권고에 따라 유류세 인하를 재고하고, 유류세 세수로 국민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탄소배출에 제대로 된 가격을 매기지 않는다면 기후위기 극복은 불가능하다”며 “현행 유류세를 탄소세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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