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치권 "정유사 초과이윤 환수해 친환경 에너지에 투자해야"
정유업계 "형평 어긋나는 횡재세...친환경 투자 위축 우려돼"

유가 상승에 따라 실적이 높아진 정유사를 대상으로 초과이윤을 환수하는 '횡재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정유업계와 정부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유가 상승에 따라 실적이 높아진 정유사를 대상으로 초과이윤을 환수하는 '횡재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정유업계와 정부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최근 유가 상승으로 정유사 매출이 높아지면서 정치권과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횡재세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급등하면서 재고분 판매를 통해 수익이 높아진 정유사를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해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유가 급락시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유가 상승에만 세금을 내라는 것은 형평성에서 어긋나는 논리라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부문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횡재세가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8월 17일 SK서린 빌딩에서 횡재세 부과를 주제로 집회를 가진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사진 임호동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8월 17일 SK서린 빌딩에서 횡재세 부과를 주제로 집회를 가진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사진 임호동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그들이 '횡재세'를 외치는 이유는?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이하 기후정의동맹)은 17일 SK서린빌딩 앞에서 SK이노베이션 및 국내 정유사, 민간 발전사를 대상으로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는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이익를 누린 정유사와 민간발전사에 대해 ‘횡재세’를 부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을 골자로 추진됐다.

이날 기후정의동맹은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된 요인인 화석연료산업을 비롯해 유가상승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통해 부당한 초과 이윤을 취득했다”며 “이를 횡재세를 통해 환수해 공공적·생태적 에너지 전환의 재원으로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서린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정부는 휘발유 유류세를 리터당 182원 인하했으나,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 인하 폭은 69원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편법을 통해 정유사들은 초과이윤을 기록했다. 정유 4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4조 8000억원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올 1분기 한전의 적자는 7조 8천억원에 달하는 상황인데, 전체 전력의 9.9%를 생산하는 7개 민자발전소는 8000억원이라는 이윤을 남겼다”며 “정유사와 민자발전소의 초과이윤을 환수하는 횡재세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기후위기로 인해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더위로 노동자들은 일사병으로 쓰러지고, 반지하에 사는 구성원들은 수해로 목숨을 잃었다”며 “반면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정유사들은 폭리를 취했다. 불평등과 기후위기에 대응을 위해서라도 횡재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후정의동맹은 이날 유가 급등으로 인해 발생한 초과 이윤을 환수할 것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정유사업과 석탄화력발전사업을 축소·중단할 것을 골자로 한 서한을 SK이노베이션에 전달했다.

이러한 목소리는 환경단체에서만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도 횡재세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유업계와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유가 폭등으로 인해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었다”며 “특별히 높은 실적을 거둔 정유사와 소비자가 서로 고통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며 횡재세에 힘을 실었다. 이와 함께 지난 2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초과이윤에 법인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횡재세법’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 정유업계 “횡재세 형평에 맞지 않고 친환경 투자 위축시킬 수도”

실제 올해 국내 4개 정유사의 자체 발표에 따르면, 4개 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은 3조 9783억원, GS칼텍스는 3조 2133억원, 에쓰오일 3조 539억원, 현대오일뱅크 2조 748억원으로 총 12조 3203억원이다. 이는 2016년 기록한 최대 영업이익 7조 8736억원을 초과한 실적이다.

이는 해외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정유기업과 에너지기업의 호성적은 횡재세라는 초과이윤 법인세가 등장한 배경이 됐다. 실제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는 정유사를 비롯한 에너지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한 바 있다.

현재 국내 정유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선 기후정의동맹의 서한을 받은 SK이노베이션은 “서한은 확인했으나 일단 SK이노베이션뿐만 아니라 다른 정유사의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임으로 현재 바로 답변을 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즉답은 회피했다.

하지만 정유 업계 관계자는 "횡재세를 부과한 해외의 사례는 국내와 다르다. 대부분이 산유국이며 횡재세를 부과한 기업은 석유개발기업으로, 횡재세를 석유개발에 다시 투자해 석유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이라며 "해외 사례를 근거로 석유를 수입하는 국내 정유사에 횡재세를 도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한 정유기업의 관계자는 “2020년 정유업계는 유가하락으로 약 5조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은 적이 있다. 이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유가상승 때는 세금을 매긴다는 것은 시장논리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최근 유가가 하락하고 있으며 3분기에는 어떤 성과가 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횡재세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정유기업 관계자는 “정유기업들은 현재 탄소배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지속가능을 위해 탈탄소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초과이윤 역시 친환경 사업 투자에 사용될 수 있는데, 이를 규제하는 것은 투자심리를 위축 시킬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IT, 반도체, 유통, 조선업 등 초과수익을 거둔 산업 분야가 많은데 유독 정유사에만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정부는 횡재세에 반대하는 기조를 띄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26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기업의 지금 상황이 대차대조표상, 손익계산서상에서 좋아졌다고 해서 횡재세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한다”며 “횡재세 방식의 접근은 동의하지 않는다. 법인세를 제대로 내면 된다”고 답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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