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7년 전 약속’ 만든 500조원 제조업 대전환
마스가 프로젝트, 210조원 조선업 혁명 신호탄
빅 조선3사, 미국 해군력·조선업 체질 개선 동참
500조 동맹, 원자력·항공·배터리·에너지 협력까지
거제서 워싱턴까지··· K제조업, 미국 르네상스 이끌다

“한국은 선박을 아주 잘 건조한다. 한국 조선업체가 미국에 와서 우리 노동자를 고용해 선박을 만들게 할 것이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 이 발언의 기원은 2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8년 부동산 투자가였던 그가 한국을 방문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를 둘러보며 개인 요트용 구축함 발주를 검토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당시 아시아 금융위기 속에서도 거대한 선박을 척척 만들어내던 한국 조선소의 모습은 트럼프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지금, 중국 견제와 미국 제조업 부흥이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서 그 기억이 정책으로 구현된 것이다.
특히 묘한 긴장감 속에 시작된 한미정상회담은 K조선에 대한 트럼프의 '호감'을 바탕으로 매끄럽게 진행됐다. 한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배경엔 바로 트럼프의 27년 전의 'K조선의 추억'이 깔려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 조선업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과시하며 양국 간 제조업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대전 때처럼 다시 배를 만들겠다”며 한국 조선업체의 미국 진출을 공개 요청했다. 조선·원자력·항공·배터리 등 5개 분야 총 500조원 규모의 한미 제조업 동맹으로 현실화됐다.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투자 차원을 넘어서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의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체결된 500조원 규모의 제조업 협력은 단순한 투자 협정을 넘어 ‘기술 패권 경쟁 시대’의 전략적 동맹을 구축한 셈이다. 조선업에서 시작된 협력이 원자력, 항공, 배터리, 핵심광물 등까지 확산되면서 한미 간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이 본격화됐다.
특히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한 조선업 협력은 중국 해군력 증강에 대응하는 안보 협력의 성격이 강하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 해군 234척 vs 미국 219척이라는 현실 앞에서 한국의 조선 기술력은 미국의 해군력 재건에 핵심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HD현대, 수십억 달러 투자펀드로 미국 조선업 재건 나서
HD현대는 한국산업은행,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탈과 함께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 MOU’를 체결했다. 이는 미국 조선업, 해양 물류 인프라, 첨단 해양 기술을 포함해 미국과 동맹국의 해양 역량을 재건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펀드다.
HD현대는 주요 투자자이자 기술 자문 역할을 맡아 조선·해양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자 대상의 기술적 타당성과 경제성을 평가하게 된다. 특히 미국 조선소 현대화,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기자재 업체 투자, 자율운항·AI 등 첨단 조선 기술 개발이 핵심이다.
필라델피아의 기적, 한화오션 7000만달러 추가 투자
한화오션은 지난해 1억달러를 투자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7000만달러(약 945억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오는 2035년까지 필리조선소의 도크 생산성을 현재 연간 1~1.5척에서 10척으로 7배 확대한다는 야심찬 목표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동부 지역 유일의 대형선박 건조 조선소로, 마스가 프로젝트의 핵심 거점으로 평가받는다. 이재명 대통령도 26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로 직접 이동해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시찰했다.

삼성중공업, 미군 MRO 시장 진출로 군함 정비 사업 참여
삼성중공업은 비거 마린 그룹과 ‘미국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전략적 파트너십 MOU’를 체결했다. 비거 마린 그룹은 오리건, 워싱턴, 캘리포니아, 버지니아 등 4개 주에 해군 인증 도크와 가공공장을 보유한 미국 군함 유지보수 전문업체다.
삼성중공업은 조선·해양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 최적화된 설비를 바탕으로 미국 해군·해상수송사령부 MRO 사업에 본격 참여한다. 향후 MRO 사업 성과를 토대로 상선·특수선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미국 파트너 조선소와의 공동 건조도 추진할 계획이다.
SMR·AI 데이터센터, 7억달러 원자력 협력 탄생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엑스에너지(X-energy),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4자간 소형모듈원자로(SMR) 설계, 건설, 운영, 공급망 구축 MOU는 이번 정상회담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다.
AWS가 약 7억달러를 투자한 5기가와트(GW) 규모 SMR 상용화 프로젝트는 엑스에너지의 80메가와트(MW)급 SMR 64기에 해당하며, 2039년까지 AWS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활용된다. 한국 원자력 기술이 미국의 AI 혁신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인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미국 민간 에너지 개발사업자 페르미 아메리카는 텍사스주 ‘AI 캠퍼스 프로젝트’에 공급할 대형 원전과 SMR 기자재 관련 포괄적 협력 MOU를 체결했다. AI 시대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는 한미 원자력 협력이 본격화되는 신호다.
원자력 연료 공급망, 대(對)중국 의존도 탈피 가속화
한수원과 미국 우라늄 농축 공급사 센트러스(Centrus)는 한수원이 센트러스의 우라늄 농축설비 구축 투자에 공동 참여하는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원전 운영에 필요한 농축우라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됐다.
미국도 러시아산 농축우라늄 수입 금지 조치로 인한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원자력 연료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양국의 원자력 협력이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공급망 안보 차원으로 확장되는 의미다.
또한 대한항공도 69조원 대어도 낚았다. 대한항공의 보잉·GE와의 총 69조원 규모 계약은 국내 항공사 역사상 최대 규모다. 보잉으로부터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를 362억달러에 도입하고, GE에어로스페이스와는 137억달러 규모의 엔진 구매 및 정비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구매 대상은 B777-9 20대, B787-10 25대, B737-10 50대, B777-8F 화물기 8대로, 2030년 말까지 순차 도입된다. 이는 단순한 항공기 구매를 넘어 한국이 아시아 항공 허브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미국 항공우주 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K배터리 3사, 미국 전기차 시장 70% 점유 목표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미국 시장 공략이 가속화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체결한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5조9442억원 상당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은 업계에서 테슬라가 실질적 고객사로 추정된다.
미국 전기차 보조금 수혜 요건인 현지 생산 확대를 위해 SK-포드 7조원 합작사, LG-GM 5조원 신규 공장 건설이 진행 중이다. 한국은 2025년까지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70% 점유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미국배터리산업협회(NAATBatt)의 다자 협력약정 체결로 생산투자 협력을 넘어 첨단기술 동맹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배터리 기술 협력과 인력 교류 활성화를 통해 양국 배터리 산업의 기술적 우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고려아연·록히드마틴, 게르마늄 공급망 ‘탈(脫)중국화’ 선언
고려아연과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의 게르마늄 공급·구매 MOU는 핵심광물 공급망에서의 탈중국화를 상징한다. 고려아연은 중국·북한·이란·러시아 이외 국가에서 제련한 게르마늄을 록히드마틴에 공급하고, 록히드마틴은 이를 우선 구매하는 오프테이크 계약을 체결한다.
고려아연은 이를 위해 울산 온산제련소에 1400억원을 투입해 게르마늄 공장을 신설하며, 2028년 상반기부터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게르마늄 메탈 약 10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게르마늄은 반도체, 광섬유, 적외선 장비 등 첨단 산업과 군사 장비에 필수적인 희토류로, 현재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 협력·LNG 공급선 다변화로 안보 강화
한국가스공사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 트라피구라 등과 2028년부터 약 10년간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주요 기반으로 하는 연 330만t 규모 중장기 LNG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고 LNG 수급 안정을 위한 공급선 다변화 조치다.
미국은 세계 최대 LNG 생산국으로 부상했고, 한국은 세계 3위 LNG 수입국이다. 양국 간 에너지 협력 확대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서 러시아와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취향에 맞춘 빨간색 ‘마스가’ 모자 제작과 1m×1m 크기 프로젝트 설명 패널 준비 등 치밀한 전략을 구사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구윤철 부총리는 “오늘 합의에 가장 큰 기여를 한 부분은 마스가 프로젝트”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 조선업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다만 실행 과정에서의 변수들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 의회 승인 절차, 중국의 반발과 대응 등이 실제 협력 이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 확대가 국내 제조업 공동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와 국내 산업 생태계 강화 방안도 병행해야 할 과제다.
이번 합의가 양국 모두에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지속가능한 윈윈 협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의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다”며 “그 과정에 대한민국이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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