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선 3사 등 101개 기관 'K-조선 드림팀' 결성...
2027년 세계 최대 규모 실증선박 건조 목표
향후 5~10년 글로벌 시장 주도권 ‘분수령’

한국 조선업계가 액화수소 운반선 개발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한국 조선업계가 신성장동력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액화수소 운반선 개발에 본격 뛰어든 것이다. 단순한 선박 개발을 넘어 수소경제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선점,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선발주자인 일본과의 기술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액화수소 운반선 개발은 탄소중립·에너지 전환·산업 혁신이라는 3대 트렌드를 동시에 겨냥한 신성장동력 확보 전략이다. 현재 일본이 한발 앞서 있지만 한국은 대규모 민관 협업과 기술 내재화, 표준화 전략으로 반격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액화수소 운반선은 수소를 영하 253℃로 냉각해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여 대량 운송할 수 있는 차세대 선박이다. 기존 LNG선보다 극저온 기술이 요구되며, 아직 대형 선박 상용화 사례가 없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다.

정부와 조선 3사는 '팀 코리아' 전략을 가동했다. 101개 기관이 참여하는 'K-조선 드림팀'을 결성, 43개 R&D 과제를 동시 추진하며 2027년 세계 최대 규모의 실증 선박 건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초저온 저장탱크, 진공 단열, 연료전지 기반 하이브리드 추진 등 첨단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핵심은 기술 고도화를 넘어 글로벌 수소 공급망의 핵심 인프라 선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액화수소 운반선 200여 척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기술은 있는데 인프라가 문제"

경쟁국 일본은 한발 먼저 움직였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액화수소 운반선 '스이소 프론티어'를 건조해 호주-일본 간 실증 운항에 성공했다. 대형 화물탱크 기술 개발과 발전용 수소 이원연료엔진 시스템에서도 세계 최초로 기본 설계 승인을 받았다.

'인프라'도 일본의 강점이다. 액화수소 인수기지, 파이프라인 등 이송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해 실증과 상용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 격차는 크지 않지만, 인프라 구축 면에서는 일본이 한발 앞서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승부수는 '민관 협업'이다. 555억원의 정부 지원과 조선 3사, 소재·부품·장비 기업, 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핵심기술 내재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은 글로벌 선급으로부터 액화수소 운반선 설계와 화물창에 대한 기본 인증(AIP)을 획득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한국 LNG선 건조 경험 바탕, '생태계 전체 접근법' 구사

한국은 LNG선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실증 선박 건조와 함께 국제 표준화, 법·제도 정비, 기자재 공급망 구축 등 '생태계 전체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 4만㎥, 2040년 16만㎥급 대형 상용 선박 개발까지 청사진을 제시했다.

수소경제 본격화는 조선업 르네상스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선박 수주·건조뿐 아니라 기자재, 엔지니어링, 해상운송, 보험 등 연관 산업 전반에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한국과 일본 모두 상용화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5~10년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이 기술 내재화와 인프라 구축, 국제 표준 선점에 성공한다면, 조선업의 'K뉴딜'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조선업계 한 전문가는 "액화수소 운반선은 K조선이 LNG선에 이어 또 한 번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미래형 선박"이라며 "일본과의 기술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인프라, 표준화까지 전방위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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