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조선업에 한국 도움 필요” 직접 언급
중국의 거센 추격, 한미 동맹으로 정면 돌파
고부가가치 기술력,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으로 부상
인력난과 비용 상승, 조선업계의 현실적 과제

한미 조선업 협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하며 한국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한미 조선업 협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하며 한국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한국 조선업이 미국을 움직이고 있다. 펠란 미 해군성 장관의 지난 4월 30일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방문을 시작으로, 최근 미국 조선·해양공학 분야 핵심 인사들이 연이어 한국을 찾으며 양국 간 해양 파트너십이 전략적 동맹으로 격상되고 있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미 조선업 협력의 핵심 배경은 중국의 급속한 해양력 확대에 대한 공동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현재 세계 조선 시장의 70%를 점유하며 한국은 약 17~18% 수준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한국이 독점해 온 고부가가치 선박 영역까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서 중국의 글로벌 점유율이 45%까지 상승했으며,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도 48%에 달하는 등 한국의 기술적 우위가 급속히 축소되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 기술 집약적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강점을 보였으나, 최근 중국의 품질 개선과 대규모 투자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조선업의 구조적 취약성도 협력의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상업용 선박 건조 점유율이 1% 미만이며, 2023년 기준 전 세계 상업용 선박 건조 시장 점유율은 0.13%에 불과했다. 현재 미국 국적 선박이 국제 해운에 투입된 수는 80척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5500척에 달한다. 미국 조선업은 높은 인건비, 낮은 생산성,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국제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로 군함 건조에서조차 만성적인 건조 지연과 비용 상승 문제를 겪고 있다.

HD현대·한화오션 등 미국 진출 성과··· MRO 시장 76조원 규모 전망

한국 조선업계의 미국 진출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7월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해 향후 5년간 MRO 사업 참여 자격을 확보했다. 한화오션도 같은 해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의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2030년까지 미 해군 MRO 예산은 연간 25% 이상 증가할 예정이며, 시장 규모가 현재 약 20조원에서 2030년 약 76조2000억원으로 3.8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조선업계에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요를 제공할 거대한 시장 기회를 의미한다.

최근 HD현대가 미국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십도 주목할 만하다. 오는 2028년까지 ECO 조선소에서 중형급 컨테이너 운반선을 공동 건조하는 이 협력은 단순한 하청이 아닌 기술 이전과 공동 개발을 포함하는 포괄적 협력 모델이다.

미국 정부의 조선산업 재건 정책에 따라 2037년까지 최소 403척에서 최대 448척의 선박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5년 4월 발의된 ‘조선 및 항만 인프라법’은 미국 국적 전략상선단을 250척으로 확충하고, 2047년까지 LNG 수출 화물의 15%를 미국에서 건조한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장기적인 수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심해용 FLNG 표준모델 MLF-O.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심해용 FLNG 표준모델 MLF-O.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도 LNG·FLNG 분야서 미국과 협력 모색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방산·군수 분야에서 적극적인 미국 진출을 보이는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방산이나 군수 분야 대신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와 LNG 운반선,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등 민간 에너지 해운 분야에서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LNG 수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LNG 운반선과 FLNG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중공업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 시장에서 LNG 관련 선박 수주 확대가 예상된다. 또한 스마트 조선소(디지털·지능화 조선소) 기술 등 첨단 조선 기술 분야에서도 미국과의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러나 한미 조선업 협력 확대에는 여러 도전 과제가 존재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력 수급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2024년부터 연평균 1만2000명 이상의 인력 부족이 발생하고, 2027년부터는 약 13만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의 협력 확대로 인력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경우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의 경쟁 심화도 주요 과제다. 2024년 기준 중국의 수주 점유율은 70%에 달하며, 한국은 18.1%로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조선업 협력이 단순 경제적 이익을 넘어 인도-태평양 해양안보,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 등 전략적 차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