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전팔기·삼별초·연기금’··· 5대 키워드로 본 2026년 임원 인사 지형도
"30대 임원·70년대생 사장 대거 등장··· '나이·국적 무관' 인재 전쟁"

1988년생 ‘올림픽둥이’가 임원 배지를 달고, 1970년생이 사장실 책상에 앉는다. 한국인 옆자리엔 외국인 임원이, 카이스트(KAIST) 박사 출신 옆엔 글로벌 기업 경력자가 나란히 선다. 2026년 대기업 임원실 풍경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한국CXO연구소가 19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올 연말과 내년 초 단행될 임원 인사는 ‘칠전팔기’, ‘삼말사초’, ‘삼별초’, ‘외유내강’, ‘연기금’ 등 5대 키워드로 압축된다. 60년대생 중심의 임원 구성이 70년대생 주도로 재편되고, 30대 초특급 인재와 외국인 전문가가 대거 합류하는 ‘대전환기’를 맞았다는 진단이다. 나이와 국적, 출신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인재 전쟁'이 본격화됐다.

70년대생, 이제는 '사장님'··· ‘88 올림픽둥이’ 임원 탄생할까
칠전팔기는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선다는 뜻이다. 2026년 인사의 첫 번째 키워드로 꼽혔다. 1970년대생이 사장·부사장 등 고위 임원으로 대거 승진하고, 1980년대생의 첫 임원 기용이 본격화된다는 의미다.
현재 100대 기업 임원의 약 70%가 이미 1970년대생이다. 이들은 이제 단순한 ‘임원’이 아니라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한 단계 도약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 3분기 기준 1970년대생 사장이 3명에 불과하지만, 320여명의 부사장 중 61%가 1970년대생이다. 특히 1975년 이후 출생자가 7%를 차지하고 있어 2026년 인사에서는 이 비율이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최근 인사에서 이미 1970년대생 사장 5명을 배출했다. LG전자는 아직 70년대생 사장이 없어 올해 첫 배출 여부가 관심사다. 현대차도 부사장급에서 3~6명의 70년대생 승진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삼말사초와 삼별초는 젊은 인재 발탁의 핵심 키워드다. 삼말사초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1982~1989년생)의 젊은 임원 발탁을 의미한다. 현재 국내 100대 기업에서 이 연령대 임원은 약 100명인데, 2026년에는 이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연구에 따르면 35~40세가 창의성의 절정기로 평가받는다. 인공지능(AI)과 신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이 연령대 인재를 적극 발탁하는 이유다. 이들은 향후 10년 이상 조직에 기여할 수 있고,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전략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별초는 더욱 특별하다. 30대에 임원(별)이 되는 초특급 인재를 뜻한다. 2026년 기준으로 1986~1989년생이 잠재적 후보군이다. 삼성전자, 네이버, SK텔레콤 등은 이미 30대 임원을 다수 배출했고, CJ그룹도 최근 30대 임원 5명을 발탁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올해 37세가 된 ‘1988년생 올림픽둥이’ 임원 탄생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노태문 사장은 1968년생으로 2007년 30대에 임원이 된 대표적인 ‘삼별초’ 케이스다. 그는 20년 가까운 임원 경력을 쌓으며 현재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이며, 내년 3월 대표이사 선임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인재는 나이·국적 따지지 않는다”
외유내강은 외국인과 외부 인재 영입을 상징한다. AI와 테크 기반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면서 유학파 한국인, 글로벌 기업 경력자, 우수 외국인 전문가를 임원으로 발탁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에는 고크리스토퍼한승(고한승), 마우로 포르치니 사장을 비롯해 다니엘 오, 데이브 다스, 데이빗 리, 마크 리퍼트 부사장 등 다수의 외국인 임원이 활약 중이다. 현대차도 무뇨스 바르셀로 호세 안토니오, 루크동커볼케, 브라이언 라토프 사장 등 글로벌 출신 리더들이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연기금은 연구·기술 분야의 '금쪽같은 인재'를 뜻한다. AI, 데이터, 바이오 등 첨단 산업 확대로 KAIST, 포스텍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 출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 임원 중 KAIST와 포스텍 석박사 출신 비율은 10%를 훌쩍 넘는다. 2026년 인사에서도 연구개발(R&D) 전문가와 핵심 기술 리더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결국 2026년 임원 인사는 ‘양’보다 ‘질’에 방점을 찍는다. 세대, 국적, 전공을 막론하고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는 인재라면 과감하게 발탁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70년대생의 본격적인 고위 임원 진입과 함께 30대 임원, 외국인 임원이 공존하는 2026년 임원 구성은 그 자체로 한국 기업의 변화를 상징하는 풍경이 될 전망이다.
오일선 소장은 “2026년 대기업 임원 인사 규모는 이전보다 감소하고,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전체 임원 자리도 줄어들 수 있다”며 “다양성 강화 차원에서 여성 임원은 더 늘리고, 안전과 환경을 포함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임원 자리는 예전보다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