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O연구소, 2025년 100대 기업 임원 승진 확률 조사
작년보다 문턱 높아져, 122.5명 중 1명꼴 임원 진출
삼성전자, 올해 직원 117명 중 1명꼴 임원 활약
현대차·LG전자·SK하이닉스도 임원 문턱 소폭 높아져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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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꼭 임원 승진이야!” 

드라마 속 대기업에 다니는 김낙수 부장(가상 인물)이 임원 승진을 꿈꾸며 오늘도 야근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의 김 부장이 임원 명함을 손에 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국내 100대 기업에서 일반 직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확률은 고작 0.8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이 확률은 작년(0.84%)보다 더 낮아졌다.

한국CXO연구소가 11일 발표한 ‘2025년 100대 기업 직원의 임원 승진 가능성 분석에 따르면, 올해 100대 기업에서 직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산술적 확률은 0.82%에 불과했다. 이는 작년 0.84%보다 낮아진 수치다. 직장인들의 임원 진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료=한국CXO연구소
지료=한국CXO연구소

삼성전자도 117명 중 1명만 임원··· “하늘의 별따기”

올해 100대 기업에서 임원 1명당 직원 수는 122.5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119명보다 3.5명이나 늘었다. 직원은 증가하는데 임원 자리는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0대 기업의 전체 직원 수는 86만1076명으로 작년보다 1만1670명(1.4%) 늘었다. 하지만 미등기임원은 7135명에서 7028명으로 107명(1.5%) 감소했다. 일자리는 늘어도 '윗자리'는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의 임원 1명당 직원 수는 작년 110.3명에서 올해 117명으로 증가했다. 2014년만 해도 80.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임원 문턱이 크게 높아진 셈이다. 삼성전자 직원이 임원에 오를 확률도 2014년 1.24%에서 올해 0.85%로 떨어졌다.

주요 4대 기업 모두 같은 추세다. 현대자동차는 작년 143명에서 올해 151.6명으로, SK하이닉스는 163.9명에서 165.6명으로 임원 1명당 직원 수가 늘었다. LG전자도 116.1명에서 116.2명으로 미세하게 증가했다.

임원 진입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비단 최근 현상만은 아니다. 2011년 임원 1명당 직원 수가 105.2명이었던 것이 2021년 131.7명까지 치솟았다. 이후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120명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료=한국CXO연구소
자료=한국CXO연구소

KB금융 16.2% vs 기업은행 0.09%

그렇다면 김 부장이 임원이 되기 쉬운 회사는 어디일까? 조사 결과 기업과 업종에 따라 임원 승진 가능성은 천양지차였다.

KB금융이 단연 돋보였다. 임원 1명당 직원 수가 6.2명에 불과해 승진 확률이 16.2%에 달했다. 지주사 특성상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임원이 많기 때문이다. 현대코퍼레이션(7.45%), 키움증권(4.95%), LX인터내셔널(4.72%)도 상대적으로 임원 진입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기업은행은 직원 1127.7명당 임원 1명꼴로 승진 확률이 0.09%에 그쳤다. 0.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유통 대기업 이마트도 직원 763.2명당 임원 1명(0.13%)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삼성중공업(316.9명당 1명), LG디스플레이(313.2명당 1명)도 임원 되기가 매우 어려운 기업에 속했다.

업종별로도 격차가 컸다. 증권업은 직원 38.9명당 임원 1명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무역(53.7명), 보험(75.8명), 석유화학(76.1명) 업종도 100명 미만 중 1명이 임원으로 활약했다.

반면 유통업은 330.5명당 임원 1명으로 가장 낮았다. 매장 직원이 많은 산업 특성상 임원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188.2명), 조선중공업(166.2명), 자동차(147.1명), 전자(136.6명) 업종도 임원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국내 대기업 임원의 평균 재임 기간은 2년 남짓에 불과하고 세대교체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드라마 속 김 부장을 50대 중반 직장인으로 가정하면실제 임원으로 승진하더라도 3년 내 퇴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정년 65세 연장이 현실화되면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과 조직 효율화 차원에서 임원 자리를 더욱 축소할 것”이라면서 “일반 직원은 임원 승진 경쟁보다 전문 분야 역량을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중장기 생존 전략에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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