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 미국서 줄줄이 철수…LG·SK·삼성 'K배터리' 대체 공급원 급부상
LG화학, 올해만 3.7조 계약…"본격적인 수혜는 지금부터"

미·중 배터리 패권 경쟁이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가속화된 탈중국 공급망 재편 속에서 'K배터리'가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對중국 배터리 규제 강화로 중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잇따라 손을 떼면서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이미 북미 생산기지를 구축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이 중국산 배터리를 대체할 핵심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中 3조5000억 프로젝트 백지화…커지는 공급 공백
미국 내 탈중국 기조는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중국 배터리 소재업체 궈쉬안은 최근 미시간주 배터리 핵심 소재 공장 건설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24억달러(약 3조5000억원)를 투입해 연간 15만톤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하고 수천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던 야심찬 프로젝트가 무산된 것이다.
배경에는 고율 관세와 투자 제한 등 미 정부의 총체적 압박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배터리를 비롯한 핵심 품목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라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이에 발맞춰 공급망 재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의 수주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GM, 테슬라, BMW, 닛산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대규모 장기 공급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중국산 배터리 리스크를 회피하고 안정적인 북미 생산체계를 구축하려는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적 선택이다.
◇화학·소재업계도 기회…LG화학, 미국서 3.7조원 규모 공급계약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배터리 소재 산업에서도 수출 시장 확대, 기술 경쟁력 확보 등 기회로 연결되고 있다. 국내 화학업계는 리튬 이온 배터리용 양극재·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핵심 소재의 국내 생산 역량을 강화하면서 전략적 위치를 강화하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13일 미국 기업과 전기차용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이달 15일부터 2029년 7월31일까지며, 계약 금액은 총 3조7619억원에 이른다. 최근 매출액의 7.69%에 해당하는 액수다. 앞서 LG화학은 2023년 토요타 북미 제조(TEMA)와 2조9000억원, 이듬해 GM과 25조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각각 체결한 바 있다.
계약 상대는 비공개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은 메르세데스벤츠나 자체 배터리 생산을 강화하고 있는 테슬라일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현재 LG화학은 연간 15만톤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청주공장 6만톤, 구미공장 4만톤, 중국 우시공장 5만톤 등이다. 여기에 테네시주에 양극재 공장을 새로 건설 중이며, 연간 6만톤 규모의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전기차 제조사들이 북미에서 배터리를 조달하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국내 소재 기업이 본격적으로 수혜를 누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이 미국에서 대규모 수주에 성공한 것은 현지의 탈중국 기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배터리 자재 등 핵심 품목에 대해 중국 의존도를 낮출 것을 주문하고 있어서다. 중국산 배터리 소재를 배제하려는 미국 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는 한 한국의 기술력과 생산기반은 중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공급망 불안, 원자재 가격 변동성, 지정학적 위험 등 리스크 요인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거나 예기치 못한 정책변경이 나올 경우 국내 투자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 업계는 소재 개발, 공급망 다변화, 친환경 공정 혁신 등 미래 경쟁력 확보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기술·품질·정책 환경에서 유리한 상황이지만, 글로벌 배터리 전쟁은 이제부터가 본격"이라며 "현지화 전략과 R&D 투자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