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선업 재건 위한 투자·협력 등 논의
美, 자국 ‘친환경 인프라’ 확충 위해 LNG·암모니아 등 선박 도입 추진
K조선 “미국 시장서 친환경·디지털 전환 표준 선도”

HD현대와 한화가 미국 트럼프 진영의 핵심 인사들과 만나 조선업 협력을 논의한다. 이번 만남은 단순한 선박 수주 이상의 전략적 함의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술 표준 주도권, 동맹국 간 산업 안보 강화 등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고위 임원들은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에서 개최되는 ‘2025 셀렉트USA 투자서밋’에 참석하고 있다.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과 신종계 HD한국조선해양 기술자문 겸 세계 조선전문위원회 의장을 비롯한 한국 조선업계 대표단이 미국 상무부의 공식 초청으로 이 회의에 참석한 것은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조선 업계와 정부 간 첫 고위급 만남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투자 방안과 동맹국과의 선박 건조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상무부가 주최하는 미국 최대 투자 박람회에서 조선업 투자를 위한 별도의 라운드테이블을 마련했다는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업 협력에 부여하는 중요성을 보여준다.
‘포스트-차이나’ 공급망, 조선업이 핵심 축 될까
최근 미중 갈등 심화로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방산 등 핵심 산업에서 ‘차이나 엑소더스’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은 그동안 비교적 소외된 분야였다. 이번 한미 조선업 협력 논의는 미국이 조선업까지 ‘탈중국’ 공급망 재편의 대상으로 삼았음을 시사한다.
미국이 추진하는 에너지 안보(액화천연가스·원유 운반선), 군사 안보(군함, 군수지원함) 등에서 한국 조선업계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은 대체 불가하다. 미국이 직접 조선업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한미 조선업 동맹은 ‘포스트 차이나’ 공급망 구축의 실질적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전 세계 상선의 1%도 건조하지 못하는 반면, 중국은 전체 선박의 절반을 제작하며 해양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조선업 재건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미국 조선업 부활을 강조해 왔다. 지난 4월 9일(현지시간)에는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조선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때 하루에 한 척씩 배를 건조하던 미국이 이제는 1년에 한 척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특히 미국은 자국 내 ‘친환경 인프라’ 확충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암모니아 등 신연료 선박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하면 글로벌 조선업계의 친환경·디지털 전환 표준을 선도할 수 있다.
만약 미국이 한국 조선업계와 손잡는다면 글로벌 선박 기술 표준을 한미 주도로 재편할 수 있다. 단순히 선박 건조를 넘어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친환경 연료 등 첨단 산업 생태계까지 확장될 수 있다.
미국 내 ‘조선업 부활’··· 韓, ‘정치적 리스크’ 돌파 기회
미국이 조선업을 부활시키겠다고 하지만 인력·기술·생산설비 등 현실적 제약이 크다. 실제로 미국 내 신규 조선소 설립이나 대규모 인력 양성은 단기간에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한국 기술+미국 생산’ 혹은 ‘한국 건조+미국 최종 조립’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한국 조선업계는 미국 내 생산거점(조선소 인수, 합작공장), 기술이전, 현지 인력 교육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수주를 넘어 글로벌 조선업 가치사슬에서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언제든 정치적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 노동계 반발, 중국의 견제 등 리스크도 상존한다. 그러나 한미 조선업 협력이 본격화되면,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산업 안보 파트너’라는 새로운 전략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해양 패권 강화 정책과 맞물려 한국 조선업계의 글로벌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와 한화의 미국 조선업 협력 논의는 단순한 선박 수주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첨단 기술 표준 선점, 동맹국 산업 안보 강화라는 거대한 흐름의 시작점”이라며 “한국 조선업계가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 글로벌 산업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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