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 분산형 발전 시장 공략
‘HiEMS’로 연료비 10% 절감, 스마트 엔진 진화
“친환경·디지털 혁신 앞세워 글로벌 판도 변화 시도”

HD현대중공업이 선박용 엔진 시장의 절대강자 ‘힘센엔진(HiMSEN)’을 앞세워 발전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닌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 등 차세대 친환경 기술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획득했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 엔진 관리 솔루션까지 선보이며 글로벌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의 발전시장 도전은 탄탄한 기술적 토대에서 출발한다. 힘센엔진은 누적 1만5000대 생산과 선박용 중속엔진 시장 점유율 35%를 기록하며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았다.
HD현대중공업은 애초 힘센엔진을 선박용 엔진으로 개발했다. 그런데 견고한 구조와 내구성이 뛰어나 장시간 운전이 필요한 발전소에서 쓰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연료 소비가 적고, 유지보수 비용이 낮아 발전기업의 수익성을 높여준다. 또한 메탄올, 액화쳔연가스(LNG), 수소 등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이중연료(Dual Fuel) 모델도 개발돼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적극 대응할 수 있어 '1석 3조'다. 발전용으로 이만한 제품이 없다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힘센엔진을 앞세워 분산형 발전 시장, 특히 AI와 데이터센터 산업의 전력 수요 폭증에 대응할 계획이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분산형 발전 솔루션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진출이라는 평가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선박과 발전용 엔진 모두 고효율·고신뢰성이 핵심인데, 힘센엔진은 이미 혹독한 해상 환경에서 검증된 기술”이라며 “글로벌 IT 기업들이 찾는 친환경·고효율 발전 솔루션으로 확장할 때”라고 강조했다.
‘암모니아 엔진’ 세계 최초 개발로 기술 우위 확보
HD현대중공업의 핵심 무기는 친환경 연료 엔진 기술이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고압 직분사 방식의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저압 예혼합 방식 대비 엔진 출력과 연료 효율이 높고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글로벌 엔진 업체들이 기술적 난이도로 인해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에서 기술적 선도성을 확보한 것이다. 경쟁사인 독일의 MAN Energy Solutions은 L시리즈로 이중연료엔진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암모니아 엔진 개발에서는 뒤처져 있다. 바르질라가 2024년 1기가와트(GW)급 수소전소 엔진을 출시했지만, 수소에 특화된 기술로 연료 다양성 측면에서는 제한적이다.
여기에 메탄올, 수소, 바이오연료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친환경 엔진 라인업을 구축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다. e-메탄올은 그린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제조되고, 암모니아는 수소 운반체 역할을 하는 무탄소 연료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중요해지는 미래 시장에서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디지털 혁신으로 차별화 전략··· 발전시장 진출 ‘청신호’
HD현대중공업은 힘센엔진에 자체 개발한 디지털 관리 솔루션 ‘HiEMS(Hyundai intelligent Engine Management Solution)’를 탑재했다. 엔진에 부착된 수백 개 센서가 하루 3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엔진 상태를 예측 진단하고 연료비를 1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최적 운전 가이드를 제공한다.
경쟁사들이 하드웨어 중심의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사이, 디지털 트윈과 사물인터넷(IoT) 등 소프트웨어 역량을 더한 차별화 전략이다. 발전시장에서 운영비용 최적화가 핵심 요구사항인 점을 고려할 때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은 HD현대중공업의 발전시장 진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가스엔진 시장은 2024년 50억달러에서 2032년 80억달러로 연평균 6.1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중연료엔진 시장은 2023-2028년 연평균 14.51%의 급속한 성장이 예상된다.
발전용 가스터빈 시장도 2024년 65억달러(약 6조8255억원)에서 2034년까지 연평균 5.7% 성장할 전망이다.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천연가스로의 점진적 전환이 성장 동력이다. 분산형 발전 시스템의 급속한 성장으로 중소형 가스터빈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전력 수요 증가도 호재다. 특히 인도는 오는 2031년까지 21개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예상되는 등 전력 인프라 확장이 활발하다. HD현대중공업이 이미 인도 원전 시장에 비상발전기를 공급한 경험은 발전용 엔진 시장 진출에 유리한 기반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발전시장, 서비스 네트워크 확장이 관건
발전용 엔진 시장은 제품 판매를 넘어 장기 유지보수와 서비스가 수익의 핵심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서비스 사업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확보한 것처럼, HD현대중공업도 글로벌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이 과제다.
HD현대중공업은 HD현대마린솔루션을 통한 선박 엔진 애프터마켓 서비스 경험을 발전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은 수소·암모니아 등 차세대 연료 시대의 기술 리더십을 선점하고 있다”며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혁신이 맞물린 지금, 힘센엔진의 확장 전략은 시장 판도를 바꿀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