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AI 융합’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나서
17만4000㎥급 LNG운반선서 차세대 AI 화물운영 솔루션 ‘AI-CHS’ 실증
LNG선 증발가스 관리 자동화··· 연비효율 극대화·선원업무 경감 기대

HD현대가 SK해운과 손잡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용 인공지능(AI) 기반 화물운영 솔루션 개발에 본격 나선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한국 해운·조선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전략적 이니셔티브로 평가된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계열사인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은 최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SK해운과 차세대 ‘AI 화물운영 솔루션(AI-CHS)’ 공동개발에 관한 서명식을 진행했다고 1일 밝혔다.
AI-CHS는 HD한국조선해양이 자체 개발한 솔루션으로, LNG운반선에서 자연 발생하는 증발가스(BOG)를 예측하고 재액화 설비·발전기·메인 엔진 등에 적절히 분배하는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LNG는 극저온 상태로 운송되며 매일 약 0.1%의 증발가스가 발생하는데 기존에는 숙련 선원의 경험에 의존해 관리했던 이 과정을 AI가 대체하게 된다.
앞서 양사는 지난 6월 인도된 SK해운의 17만4000㎥급 LNG운반선에 AI-CHS를 탑재해 실증에 나설 예정이다. 화물 운영 연비 평가, 연료 사용 최적화 가이드, 선원업무 간소화 등을 통해 선박 운영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LNG선 시장 264억달러 규모 성장··· 韓 52% 점유
이번 협력의 배경에는 급성장하는 글로벌 LNG 운반선 시장이 있다. 시장 규모는 2024년 133억7000만달러(약 18조6300억원)에서 2037년 264억9000만달러로 거의 두 배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은 이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한국 조선소들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52%를 차지했다. 2024년 세계 LNG선 신조 발주 109척 중 68척(62%)을 수주하며 중국(38%)을 크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통한 차별화는 장기적인 경쟁 우위 확보에 필수적이다.
HD현대 관계자는 “AI-CHS를 포함한 AI 기반 통합 스마트십 솔루션을 강화해 고객사의 선박 및 선대 운영 편의성을 지속해서 개선할 계획”이라며 “AI 기술 혁신으로 미래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해운 경계 해체··· 새로운 협업 모델 제시
이번 프로젝트는 전통적인 조선사-해운사 관계를 넘어선 새로운 파트너십 모델로 주목받는다. HD현대는 기술 검증과 상용화 가속화, 시장 선점 기회 확보, 고객사 관계 강화라는 복합적 이익을 얻는다.
SK해운은 운영 효율성 극대화와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AX(AI 전환) 이니셔티브의 핵심 과제로 추진한다.
SK해운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SK해운의 AX 이니셔티브 일환으로 양사가 올해 2월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왔다”며 “수십 년간의 LNG 선박 화물 관리 노하우에 AI 솔루션을 더해 LNG 화물 운영에 대한 적절한 연비 평가 지표와 안전성, 선박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율운항선 시장도 급성장··· 친환경 선박 기술 확산 계기
해운산업은 현재 ‘쉬핑(Shipping) 4.0’ 시대에 진입하며 디지털 전환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자율운항선박 시장도 2030년까지 연평균 7.0% 성장해 138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AI-CHS는 단순한 화물 관리를 넘어 선박 전체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종합 솔루션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선원 고령화와 숙련 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초급 선원도 안정적인 LNG 화물 운영을 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HD현대는 지난달 국내 해운사들과 ‘AI 기반 자율·친환경 선박 기술’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하며, 자율 운항, 기관 자동화, 최적 항로 구현, 화물 운송 효율 극대화 등 AI 기술의 선박 운항 전반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연료전지 선박 시장에서 한국은 2025년 상반기 기준 70.1%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AI 기반 운영 솔루션 개발은 시장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협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AI 기반 스마트십의 상용화와 친환경 선박 기술의 글로벌 표준화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더 나아가 조선-해운업계의 새로운 협업 모델을 제시하며, 한국이 미래 해운산업을 선도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전문가는 “글로벌 LNG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라는 메가트렌드 속에서 HD현대와 SK해운의 협업은 한국 해운·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략적 의미”라며 “특히 AI 기술을 통한 차별화는 중국의 추격에 맞서 장기적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HD현대重 해상변전소 국제 인증 획득··· "1조 달러 미래 시장 선점 시동"
- HD현대중·HD현대미포 합병... '마스가' 실현 위해 전격 재편
- 이재명 대통령 “K조선 기술, 미국 재건 핵심 축 될 것”
- 27년 전 트럼프 'K조선의 추억'··· 한미 정상회담에서 꽃피다
- HD한국조선해양, 베트남 두산비나 품고 친환경 조선 패권 노린다
- 美 “강성 노조 필요없다”··· 1500억달러 ‘마스가’ 순항 속 암초
- “중국 공세에 맞선다”··· HD현대, 베트남과 조선업 70년 동맹
- HD한국조선해양, 필리핀서 첫 선박 건조 시작··· “중국 조선 추격 대응”
- HD현대, 친환경·AI 기술로 지속가능한 가스선 미래 선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