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오세아니아 선사와 탱커선 계약··· 척당 약 1200억원
친환경·안정 수주로 위기에서 글로벌 강자로 "V자 반등"

대한조선이 건조한 15만7000t급 수에즈막스급(Suezmax)원유운반선 동형선의 모습./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대한조선이 건조한 15만7000t급 수에즈막스급(Suezmax)원유운반선 동형선의 모습./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그래픽=그린포스트코리아

대한조선이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첫 번째 대규모 해외 수주를 성사시키며 글로벌 조선업계에 강력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대한조선은 유럽과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들로부터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6척을 7100억원 규모로 수주했다고 22일 밝혔다. 척당 약 1200억원에 달하는 이번 계약은 지난 8월 코스피 상장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첫 대형 성과로, 회사 재건 과정의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이번 수주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기존 고객사의 재발주와 신규 고객사의 첫 발주가 동시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2척을 발주한 기존 고객사는 대한조선과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단골 거래처로, 품질과 납기 준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재주문에 나섰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4척을 발주한 신규 고객사가 첫 거래임에도 대규모 물량을 맡긴 것은 대한조선의 기술력과 시장 신뢰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주한 선박들은 모두 친환경 사양으로 제작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대기오염 방지 3차 규제(Tier III)와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 Phase 3 기준을 모두 충족하며, 황산화물 저감을 위한 스크러버도 장착된다. 

기존 고객사가 발주한 2척은 ‘LNG DF 레디(Dual-Fuel Ready)’ 사양으로 건조돼 향후 액화천연가스 이중연료 추진선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는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선박들은 오는 2027년 7월부터 순차 인도될 예정이며, 이번 수주로 대한조선은 약 3년치에 해당하는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게 됐다.

대한조선은 이번 성과를 발판으로 하반기에도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통해 글로벌 중형선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기존 고객사의 재발주와 신규 고객사와의 첫 대규모 계약이 동시에 성사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성과”라며 “검증된 기술력과 납기 준수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선주사들과의 신뢰 관계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규 고객사가 한 번에 4척을 발주한 것을 두고 “대한조선에 대한 국제적 평가가 상당히 높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친환경 ·고부가' 기술로 'V자 반등' 

대한조선의 극적인 회생 스토리는 한국 조선업계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22년 KHI 인수 이후 체계적인 구조조정과 혁신을 통해 불과 2년 만에 놀라운 실적 개선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매출액 8164억원, 영업이익률 4.4%였던 실적이 2024년에는 매출액 1조746억원, 영업이익률 14.7%로 급상승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이익률이 21.9%까지 치솟으며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년 만에 무려 48배나 증가했다.

이 같은 극적 반전의 배경에는 다섯 가지 핵심 전략이 작용했다. 첫째, 원가경쟁력 개선과 신경영 관리체계 도입을 통한 구조적 체질개선이다. 생산 효율 극대화와 낭비 요소 제거, 외주 블록의 내재화 등이 체계적으로 실행됐다.

둘째, 고부가·친환경 선박 중심의 수주 전략 전환이다. 기존 저가 수주물량 비중을 조기에 축소하고 주력 선종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 제품 믹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셋째, 공정 내재화 및 생산효율 혁신이다. 생산 블록을 사내 공정에서 처리해 외주 변동비를 줄이고, 1500톤급 골리앗 크레인과 텐덤공법을 활용한 생산 효율 최적화로 도크 회전율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넷째, 재무안정성 극대화다. 부채비율이 2023년 374%에서 2024년 198%로 대폭 개선됐으며, IPO를 통한 자금조달로 차입금 상환과 R&D 중심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고객 신뢰 확보다. LNG·메탄올·암모니아 등 이중연료 친환경 선박 수주를 확대해 2020년 이후 수주분 60척 중 35척에 이중연료를 적용했으며, 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반기 추가 수주 공세 예고

대한조선은 이번 성과를 발판으로 하반기에도 공격적인 수주 활동을 통해 글로벌 중형선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기존 고객사의 재발주와 신규 고객사와의 첫 대규모 계약이 동시에 성사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며 "검증된 기술력과 납기 준수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선주사들과의 신뢰 관계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계 전문가는 "대한조선의 이번 수주는 단순한 물량 확보를 넘어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재확인시킨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특히 친환경 고부가선박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한조선은 올해 상반기에도 매월 1척씩 주력 선종을 안정적으로 인도하며 매출과 이익 모두에서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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